▲ 부진에 빠진 채 15일 부상자 명단에 오른 기쿠치 유세이
▲ 부진에 빠진 채 15일 부상자 명단에 오른 기쿠치 유세이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의 프런트에서 나온 말 중 주목할 만한 단어는 ‘퍼시픽 림’이었다. 아메리카 대륙에 이어 야구 인기가 많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근래 들어 한국이나 일본 선수들과 꾸준하게 인연을 쌓아오고 있었던 토론토는 2020년 류현진과 야마구치 슌을 동시에 영입했다. 두 선수 모두 마케팅용으로 치부할 수는 없었지만, 전력도 보강하면서 아시아 태평양 마케팅 시장도 외연을 넓혀가겠다는 게 토론토의 구상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기쿠치 유세이와 3년 36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또 하나의 아시아 선수를 추가했다.

하지만 야마구치는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2020년 17경기에 나갔지만 2승4패 평균자책점 8.06이라는 초라한 성적과 함께 계약 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방출됐다. 원금 회수에 실패한 케이스였다. 

에이스로 기대를 한 류현진은 2020년 팀 로테이션을 이끌며 제 몫을 하는 듯했다. 2020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가 이를 상징한다. 2021년 전반기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그러나 2021년 후반기부터 성적이 뚝 떨어졌고, 올해 6월에는 팔꿈치 인대재건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재활 기간을 고려하면 계약 기간인 내년 시즌 종료 전까지 토론토에 유의미한 공헌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가장 큰 고리였던 류현진이 떨어져 나간 상황에서 기쿠치의 부진 또한 심각했다. 5월까지만 해도 순조롭게 나아가는 듯했던 기쿠치는 6월 들어 급격한 부진에 빠졌다. 올 시즌 16경기에서 3승5패 평균자책점 5.12의 성적을 남긴 채 8일(한국시간) 목 부상을 이유로 15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현지 언론에서는 기쿠치의 부상자 명단행이 단순한 목 부상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조정을 하기 위해 겸사겸사 내려 보냈다는 것이다. 그만큼 기쿠치의 부진이 단시간에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데 모든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는 기쿠치의 선발 로테이션 복귀가 당분간은 불투명해졌다고 분석했다. 구위 회복이 안 되면 로테이션에 복귀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류현진이 쓰러지고, 기쿠치마저 실망스러운 토론토는 선발 로테이션 두 자리가 비었다. 로스 스트리플링이 한 자리를 메우기는 했지만 나머지 한 자리는 트레이드가 거론될 정도로 사정이 급해졌다. 퍼시픽 림 전략도 그 경계가 희미해졌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가운데, 토론토의 향후 전략이 달라질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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