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점을 보완하지 못하고 끝내 퇴출의 비운을 맛본 케빈 크론 ⓒ곽혜미 기자
▲ 약점을 보완하지 못하고 끝내 퇴출의 비운을 맛본 케빈 크론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8일 퇴출이 공식적으로 확정된 SSG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29)은 그라운드 밖에서는 유쾌했던 선수였다. 한국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고,  동료들과 잘 지냈다. 훈련 태도에서도 지적을 받은 적은 없었다. 

타격에 대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고민도 많은 선수였다. 오죽했으면 미신도 곧잘 믿었다. 크론은 자신의 방망이를 타격이 잘 되고 있는 동료 선수의 몸에 사정없이 비비곤 했다. 좋은 기를 받으려는 몸부림(?)이었다. 심지어 정말 안 맞을 때는 물리치료를 할 때 쓰는, 전기가 흐르는 치료기를 자신의 방망이에 갖다 대기도 했다. 심폐호흡이라도 하는 듯했다. 동료들은 웃으면서도, 또 마냥 웃지는 못했다. 

부진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하려는 노력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의미도 된다. 크론의 힘은 진짜였다. 일단 방망이에 맞기만 하면 타구는 총알같이, 그리고 멀리 날아갔다. 크론은 퇴출 전까지 67경기에서 259타석을 소화하며 11개의 홈런을 쳤다. 타석당 홈런 개수는 리그 상위권이었다. 수비도 곧잘 잘했다.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방망이에 잘 맞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크론의 타율은 0.222에 그쳤다. 공이라도 잘 봐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했다. 68개의 삼진을 당한 건 거포의 숙명상 어쩔 수 없다 쳐도, 볼넷을 9개밖에 고르지 못했다. 타자의 미래 선행지표로 널리 쓰이는 볼넷/삼진 비율이 너무 떨어지면서 SSG도 교체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부진에서 쉽게 탈출할 수 없을 것으로 본 것이다.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었다. 스프링캠프 당시 몸이 다소 둔하다라는 평가를 받은 크론이었다. 코칭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체중을 감량했다. 낮은 쪽, 바깥 쪽, 변화구에 대한 약점은 뚜렷했다. 그래서 높은 쪽에 초점을 맞추고 들어가 낮은 쪽에 방망이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크론의 약점을 간파한 KBO리그 투수들의 변화구를 이겨내지 못했다. 

이진영 SSG 타격코치를 비롯한 지도자들은 “훈련량이 적은 것도 아니고, 항상 일찍 나와 성실하게 훈련을 한다. 그런데 성적이 좋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결국 6월부터 퇴출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것이 공개되며 크론은 심리적으로 쫓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때마침 전의산이라는 거포 1루수가 나와 출전 시간마저 줄어들었다. 쫓긴 크론은 자신의 마지막 몇 타석에서, 장점이었던 패스트볼 공략조차 못하는 선수로 전락해 있었다. 멘탈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사실 외국인 선수의 기량을 반 시즌 성적에 재단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일지 모른다.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적응을 못해 망친 케이스도 있고, 어떤 딱 한 번의 고비를 넘기지 못한 채 기회를 뺏겨 망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외국인 선수를 오래 기다려줄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SSG는 외국인 외야수 후안 라가레스가 후반기 합류해 크론의 외국인 타자 슬롯을 메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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