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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가 원망스럽더라고요”…38살 베테랑은 아직, 홈런 하나가 간절하다

작성일: 2022.07.12 13:30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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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내야수 박경수. ⓒ곽혜미 기자
▲ kt 내야수 박경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금기어인데, 하하.”

kt 위즈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38)는 최근 아쉬운 경험을 하나 했다. 올 시즌 들어 처음 담장을 넘겼지만, 이후 급작스럽게 내린 비로 경기가 노게임 선언되면서 홈런이 무효가 돼버렸다.

그날의 기억은 닷새 전인 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 이날 모처럼 스타팅 라인업으로 이름을 올려 8번 2루수로 출전한 박경수는 0-0으로 맞선 2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토마스 파노니를 상대로 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의미가 있는 대포였다. 지난해 유한준과 함께 맏형 라인을 맡으며 kt의 사상 첫 번째 통합우승을 이끌었던 박경수. 그러나 올 시즌에는 종아리 부상 여파로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장타도 나오지 않았다.

개막 후 석 달이 지난 시점에서 나온 마수걸이 홈런. 그런데 이후 경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2회 KIA의 공격 도중 강한 빗줄기가 쏟아지면서 오후 7시2분 즈음 게임이 중단됐고, 추이를 지켜보다가 오후 7시51분 재개됐다.

그러나 경기 진행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3회 kt의 공격 때 다시 거센 빗방울이 퍼부으면서 심판진은 결국 다시 30분을 기다린 뒤 그라운드 사정이 경기를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해 노게임을 선언했다. 결국 박경수의 올 시즌 1호 홈런도 무효가 되고 말았다.

최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박경수는 “그날 일은 금기어다. 그저 빗줄기가 참 원망스러웠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이어 “중단 결정이 내려지자 이강철 감독님께서 농담으로 ‘벤치로 들어오지 말고 글러브를 낀 채 서 있어’라고 하시더라. 나도 웃음이 나서 아주 잠깐 나가기 싫은 척을 했다”고 말했다.

사실 이날 홈런은 그 자체로도 인정받기가 쉽지 않았다. 공이 담장 근처 어딘가를 맞고 그라운드로 튀어나왔는데, 이를 놓고 심판진은 처음에는 2루타를 선언했다.

그러자 kt 벤치는 곧장 비디오판독을 신청했고, 3분여를 모두 소진한 뒤에야 공이 담장 뒤쪽을 맞았다고 인정돼 홈런으로 번복됐다. 이를 한없이 기다리던 박경수는 “생각보다 비디오판독이 오래 걸렸다. 다행히 홈런으로 인정됐는데 하필 비가 내리더라.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면서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당시 박경수의 간절한 표정은 당시 TV 생중계 카메라로도 잡혔다. 박경수는 “홈런이든, 타점이 되는 안타이든 그저 간절한 마음뿐이다. 개막 후 내가 동료들에게 도움을 준 일이 많이 없어서 어떻게든 힘이 되고픈 생각에서 그런 표정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 kt 엄상백(왼쪽)과 박경수.
▲ kt 엄상백(왼쪽)과 박경수.

2016~2018년에서 캡틴을 역임하면서 구단 최장수 주장으로 남아있던 박경수는 지난해 통합우승 직후 이강철 감독의 직권으로 다시 주장을 맡았다. 맏형 유한준이 은퇴하는 만큼 최고참으로서 동생들을 잘 이끌어달라는 임무를 함께 부여받았다.

박경수는 “역시 주장이라는 자리는 쉽지 않더라. 그래도 다행히 후배들이 너무나 잘 도와주고 있어서 나는 그저 조용히 뒤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올 시즌에는 주전 자리에서 잠시 내려왔지만, kt는 여전히 박경수와 1군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맏형 그리고 캡틴으로서 정신적 지주 노릇을 해주는 이가 박경수이기 때문이다.

박경수는 “지금은 주로 벤치를 지키고 있지만, 그래도 오윤석이나 장준원 등 후배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크다. 이런 동생들이 있어서 kt가 올 시즌 초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행히 7월 흐름이 좋아서 순위도 많이 올라왔다. 이 분위기를 후반기에도 이어가서 꼭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차게 말한 뒤 클럽하우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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