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UFC에서 활동하다가 올해 PFL로 넘어간 제레미 스티븐스(36, 미국)는 팬들 사이에서 '후다푹(WhoDaFook)'으로 통한다.

코너 맥그리거(34, 아일랜드)가 2016년 9월 기자회견에서 붙여 준 별명이다.

한 기자가 맥그리거에게 "기자회견에 참석한 파이터 중 당신에게 가장 어려운 경기를 안겨 줄 파이터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하자, 스티븐스가 끼어든 게 시작이었다.

"여기 있다. 난 페더급에서 가장 강한 펀치를 갖고 있다. 맥그리거는 TKO로 이기지만 난 아예 상대를 실신 KO로 끝낸다"고 외쳤다. 스티븐스는 꽤 괜찮은 도발이라고 자평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맥그리거는 딱 한 마디로 스티븐스를 물 먹였다. "저 친구는 도대체 누구야(Who the fook is that guy)?"

전설적인 '후다푹'이 탄생했다.

여기 제2의 후다푹이 있다.

UFC 미들급 파이터 와킨 버클리(28, 미국)는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열린 UFC 273를 찾았다.

UFC 전적 4승 2패를 쌓고 처음으로 게스트 파이터로 초대받은 대회라 마음이 들떴다. UFC 273 계체 백스테이지에서 대런 틸(29, 영국)을 발견하고 그림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틸에게 다가가 사진 촬영을 요청한 다음, 대결을 신청했다.

버클리 "7월 어때? 7월에 붙자. 런던에서 싸울까?"

틸 "준비할 수 있어?"

버클리 "난 이미 준비됐어. 돈을 벌어 보자."

버클리는 틸과 악수를 나누고 뿌듯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그다음이 이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다.

옆에서 보고 있던 동료 함자트 치마예프(28, 스웨덴)가 틸에게 물었다. "저 친구 누구야(Who is that guy)?" 그러자 틸은 "모르겠는데(I don’t know)"라고 웃으며 답했다.

콩트 한 토막 같았는데, 막판에 치마예프가 반전 스릴러로 장르를 뒤집었다. 버클리의 태도에 짜증이 났는지 버클리를 불러 세우고 위협적인 한마디를 남겼다.

"지금 싸워 볼래? 갱스터처럼 보이길 원하나 본데, 내가 지금 박살 내 줄게."

치마예프는 틸과 다시 갈 길을 가면서도 버클리를 험담했다. "웃기는 놈이네. 아무도 모르는 놈인데, 갑자기 사진 찍자며 다가오더니 싸우고 싶다고 말하네"라고 열을 올렸다.

이 장면은 치마예프 유튜브 채널로 올라와 전 세계적인 화제를 뿌렸다.

오는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209에서 나소르딘 이마보프와 싸우는 버클리는 1일 스포티비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날 상황에 대해 털어놨다.

"내가 초대받은 첫 번째 UFC 대회여서 그랬다. 팬의 마음도 있었지만, 난 프로 파이터기 때문에 비즈니스도 챙긴 것이다. 그래서 틸을 만나 경기를 만들어 보려고 했다. 단순히 비즈니스적인 시도였다. 틸과 매치업은 성사되지 않았다. 대신 재밌는 장면이 남았다"며 웃었다.

이어 "틸과 싸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난 연승 중이었고 틸은 연패 중이었다. 난 UFC 역사상 가장 유명한 KO 장면으로 이름값이 높아졌다. 그래서 괜찮은 매치업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도 마음에 들어 했는데, 정작 틸이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버클리가 정말 '후다푹'은 아니다. 2020년 10월 임파 카산가나이를 눕힌 뒤차기로 화제가 된 인물이다. 이 승리로 권위 있는 시상식 '월드MMA어워즈'에서 올해의 KO상을 받기도 했다.

버클리는 자신의 뒤차기가 태권도 기술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샌드백에 대고 연습했다. 물론 이건 한국의 태권도에서 유래한 기술이다. 여러 영상을 보고 스스로 터득했다. 난 다양한 격투기를 혼자 깨우친다. 말레이시아의 실랏, 중국의 산타 등을 오랫동안 봐 왔고 이를 받아들여서 나만의 스타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임파 카산가나이가 내 킥을 계속 캐치하는 걸 알고 기회를 엿봤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킥을 차기 위해서 2번 정도 타이밍을 봐야 했다. 그리고 세 번째 킥 캐치가 됐을 때 성공했다"며 뿌듯해했다.

버클리는 고등학교 때 레슬링을 시작했다가 타격의 재미를 알아 지금은 타격가로 성장하고 있다. 2014년 프로 데뷔 후 19전 15승 4패 전적을 쌓았고, 그중 KO승이 11번이나 된다.

"레슬링 실력을 갖춘 다음에는 킥을, 그다음은 펀치를 연습했다. 전체적으로 난 완성된 파이터라고 생각한다. 1차원적인 선수가 아니다. 타격가가 아니고 그래플러가 아니다. 종합격투가다."

"KO 피니시를 내는 건 타고난 파워도 있지만 멘탈적인 측면도 중요하다.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한 마음가짐이 더 크다고 본다. 난 '죽이거나 죽거나'라는 본능으로 경기에 임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항상 피니시를 노린다. 상대를 때려 눕히겠다고 집중하고 모든 펀치를 날린다."

버클리가 연승을 쌓고 성장한다면, 대런 틸과 함자트 치마예프를 옥타곤 위에서 만날 날이 올지 모른다. 그땐 "저 친구 누구야?"라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버클리는 한국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지고 싶다고 했다. "한국을 잘 모르지만 부산에는 가 보고 싶다"며 웃었다.

UFC 파이트 나이트 209 메인이벤트는 시릴 간과 타이 투이바사의 헤비급 경기다. 코메인이벤트에서 로버트 휘태커와 마빈 베토리가 미들급으로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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