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양석환(오른쪽)이 1일 잠실 롯데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터뜨린 뒤 박세혁과 포옹하고 있다. ⓒ잠실, 곽혜미 기자
▲ 두산 양석환(오른쪽)이 1일 잠실 롯데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터뜨린 뒤 박세혁과 포옹하고 있다. ⓒ잠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고봉준 기자] 경기 내내 끌려가던 쪽이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찬스를 잡았다. 역전 주자까지 나가 있는 2사 1·3루 기회. 동점만 만들어도 성공이었지만, 추격하는 사령탑은 과감하게 작전을 걸었다. 1루 주자의 도루. 이는 묘수가 됐고, 뒤이어 나온 2타점 적시타로 올 시즌 첫 번째 끝내기 승리를 맛봤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를 앞두고 “어제 끝내기가 올 시즌 처음이었다”면서 취재진에게 되물었다. 전날 롯데전 2-1 승리를 복기하면서였다.

두산은 전날 7이닝 2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역투한 상대 선발투수 나균안에게 밀려 막판까지 0-1로 쫓겼다. 그러나 9회 2사 2·3루에서 나온 양석환의 끝내기 좌중간 안타로 기쁨을 맛봤다.

9월에서야 나온 올 시즌 1호 끝내기 승리. 김 감독은 “이전까지 몇 번을 끝낼 수 있는 경기를 놓쳐서 이 고생을 하고 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뤘지만, 올해 8위까지 내려온 상황을 자조적으로 돌려 말했다.

어제의 주인공은 단연 양석환이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은 승리 요인도 있었다. 바로 9회 2사 1·3루에서 나온 1루 주자 박계범의 도루였다. 김재환을 대신해 주자로 투입된 박계범은 상대 마무리 김원중이 초구 포크볼을 던지는 틈을 타 2루를 훔쳤다.

이날 인터뷰에선 전날 도루 상황과 관련된 질문이 나왔다. 혹시 더블스틸 작전을 고려했느냐는 물음. 그러나 김 감독은 “영업비밀이다”는 말로 확답을 피했다.

사실 박계범의 도루는 적지 않은 궁금증을 낳았다. 박계범이 끝내기 주자였지만, 롯데에선 이를 막으려는 움직임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포수 정보근은 2루로 공을 던지지 않았고, 2루수 박승욱의 베이스 커버 역시 박계범의 질주와 비교해 한참 늦었다.

같은 상황을 놓고 롯데 래리 서튼 감독도 이야기를 꺼냈다. 서튼 감독은 “도루를 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1·3루에서 김원중이 포크볼을 던졌다. 그래서 정보근이 2루 송구를 하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공을 스트라이크로 프레이밍하는 부분이 더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로서도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였다. 만약 두산이 더블스틸 작전을 걸면, 공이 2루로 향하는 사이 3루 주자 조수행이 홈을 노릴 수 있었다. 서튼 감독 역시 발 빠른 조수행을 의식해서인지 “두산 색깔상 1루 주자가 일부러 스타트를 걸고, 3루 주자가 득점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로 박계범의 도루를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은 배경을 말했다.

이처럼 짧은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수싸움이 오고 간 전날 경기. 결과적으로 과감함을 택한 두산은 올 시즌 1호 승리를 챙겼고, 안전함을 택한 롯데는 3연패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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