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타선의 현재이자 미래로 떠오른 문보경 ⓒ연합뉴스
▲ LG 타선의 현재이자 미래로 떠오른 문보경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최근 10년간 KBO리그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총 4명이었다. 최정(SSG)이 가장 많은 6번을 차지한 가운데 박석민(NC)이 2번, 그리고 허경민(두산)과 황재균(kt)이 각각 한 차례씩을 수상했다.

다만 수상자들도 이제는 나이가 있다. 박석민은 1985년생, 최정과 황재균은 1987년생이다. 30대 중‧후반의 선수들이다. 가장 나이가 어린 허경민도 올해 만 32세다. 이 때문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차세대 핫코너 주자들이 계속해서 관심을 모은 것도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세대교체가 더딘 포지션이기에 더 그랬다.

기대를 모으는 주자는 두 명이었다. 한동희(23‧롯데)와 노시환(22‧한화)이다. 경남고 1년 선‧후배 사이인 두 선수는 신인 시즌부터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기량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제는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주전 선수로 발돋움했다. 성적도 어느 정도 받쳐준다. 한동희는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고, 노시환도 지난해 18개의 홈런을 쳤다. 두 선수 모두 거포 3루수로 성장할 만한 매력적인 재능을 갖추고 있다. 

한동희는 21일까지 올해 121경기에서 타율 0.310, OPS(출루율+장타율) 0.821을 기록하며 데뷔 후 가장 공격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노시환 또한 103경기에서 타율 0.291을 기록했다. 장타가 예년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타율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두 선수는 내년 열릴 아시안게임 3루수 후보로도 계속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데 이 판도를 한 선수가 제대로 흔들고 있다. 문보경(22‧LG)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까지 한동희나 노시환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던 문보경은 올해 성적으로 아시안게임 경쟁에 합류할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올해 성적만 놓고 보면 한동희 노시환보다 못할 게 전혀 없다.

문보경은 시즌 112경기에서 타율 0.328, 9홈런, 49타점, OPS 0.859를 기록 중이다. 타자들의 공격력을 측정하기 좋은 지표인 조정득점생산력(wRC+)에서는 143.8(스탯티즈 기준)을 기록해 한동희(129.9)와 노시환(121.6)을 앞지르고 있다. 오히려 최근 타격 페이스가 주춤한 부동의 1위 최정(144.3)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왔다.

20일과 21일 광주 KIA전에서도 두 경기에 안타 3개, 볼넷 2개, 타점까지 기록하며 계속해서 좋은 흐름을 이어 갔다. 20일에는 경기 초반 실책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이후 차분하게 재정비를 하며 공수 모두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웬만한 시련에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사실 문보경이 이렇게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 그리고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LG의 올 시즌 개막 3루수는 외국인 타자인 리오 루이즈였다. 베테랑 김민성도 3루에 버티고 있었다. 문보경은 분명 팀이 기대하는 유망주이기는 했지만, 확실한 주전이 보장됐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루이즈가 부진하며 주도권을 잃고, 그 자리를 대신한 문보경이 좋은 활약을 선보이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가면 갈수록 더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도 LG 팬들이 대견해 하는 이유다. 전반기 70경기에서 타율 0.298을 기록한 문보경은 후반기 42경기에서는 타율 0.377, 9월 16경기에서는 타율 0.444를 기록 중이다. 

한동희 노시환만큼의 장타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정교함을 앞세운 중‧장거리 타자로 성장할 확실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기에 올해 수비로 자주 지적을 받는 한동희 노시환에 비해 안정적인 수비력을 갖추고 있다는 장점이 있고, 기동력도 나쁘지 않다. 오각형 그래프로 그리면 고른 분포를 보여주는 선수다. LG의 미래는 물론 현재도 되어가고 있는 문보경이 선의의 경쟁에 제대로 불을 붙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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