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업'→'글리치' 윤신애 대표 "미친 디테일로, 과감한 도전으로"[인터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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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한국은 '일정 이상 퀄리티가 나오는 나라'가 됐으면 해요. 우린 근성이 있으니까, 잘 해낼 거라고 봅니다."
스튜디오329 윤신애(52) 대표는 K콘텐츠의 바람 가운데 "드라마만 27년을 한" 대표 제작자다. '해신' '개와 늑대의 시간' '봄날', '육룡이 나르샤' 등 굵직한 히트작을 선보였던 그는 스튜디오329를 설립,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안효섭 차은우가 주연을 맡은 '탑매니지먼트'(2018)는 아시아 최초의 오리지널 드라마였고, 강렬한 소재와 묘사로 반향을 일으킨 넷플릭스 '인간수업'(2020)은 10대 드라마의 전형을 깬 파격의 웰메이드 시리즈였다. 그가 선보이는 2번째 넷플릭스 오리지널 '글리치' 공개를 맞아 윤 대표를 만났다. 성장과 변화의 시대, 도전과 확장을 거듭하는 윤 대표의 도전은 계속되는 중이다.
전여빈과 나나를 내세운 '글리치'는 남자친구과 외계인에게 납치됐다고 믿는 회사원과 미스터리 콘텐츠 유튜버의 SF 추적극. 하드보일드 범죄극 '인간수업'으로 데뷔한 진한새 작가과 윤 대표가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이기도 하다. 외계인이라는 전에 없던 소재와 개성만점 두 여주인공을 내세운 '글리치'는 흥미진진한 캐릭터와 이야기로 시청자를 매혹시킨다. "그 나이 여자가 가지는 고민을 담고 싶었다"는 윤 대표는 타고난 이야기꾼인 진한새 작가, 여자의 심리 성장 이야기에 능한 노덕 감독과 손을 잡았다.
"안방에선 드문 여성 투톱 드라마죠. 여자들이 여자를 알잖아요. 우리의 강점, 우리의 약점, 우리의 부족함이 드러나는 우리 이야기를 우리가 해야하지 않을까 했어요. 좋은 여성 연출자가 많아지고 배우 폭도 충분히 넓어졌죠. 때가 왔다,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길을 열고 함께 가다보면 점점 좋은 작품이 나오겠죠?"
굵직한 이야기 속에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치밀함은 '글리치'에서도 여전하다. OTT 탓에 작은 화면으로 빨리 돌려 드라마를 보는 시기가 됐다지만, 윤 대표가 늘 강조하는 건 '디테일'이다.
"계속 이야기하죠. 디테일이 미친 드라마를 해야 한다고. 예전엔 TV를 그냥 틀어놓고 본방을 보니까 맨날 똑같이 내용이 이어져야 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치킨 먹으며 보는 드라마와 집중해 보는 작품이 따로 있죠. 한 순간을 '짤'로 만들어 수백번을 돌려보잖아요. 디테일에 목숨을 걸어야 해요. 특히 한국 시청자들은 눈이 높잖아요. 한국 시청자가 제일 무섭다는 건 진짜예요."
윤 대표는 일찌감치 글로벌 OTT 세계에 눈을 뜬 남다른 감각과 비전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2010년대 중반부터 소니 등과 작품을 논의하고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2016년이었을 거예요. 아시아 담당도 아닌 부사장이 한국 작품을 줄줄 꿰더라고요. '어, 우리 좀 괜찮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어머어마한 영문 계약서를 쓰면서 처음엔 알아가느라 힘들었고, 나중엔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구글이 시청 패턴을 돌려보고, 넥플릭스가 190개국에 한번에 작품을 내보내는 걸 보며 많이 배웠죠. 판이 바뀌겠다는 기대가 있었어요."
구글, 넷플릭스와 차례로 손잡으며 방송사 일변도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난 윤 대표는 KT스튜디오지니와 '크라임퍼즐'을, 카카오TV와 '빌린 몸'을 함께한다. 광폭 행보 탓에 "OTT를 섭렵하러 다닌댜"는 소리도 종종 들었다. 윤신애 대표는 "어찌보면 무모한 것이다. '안되나?'하고 들어갔는데 운이 좋았다"고 했다.
"콘텐츠 창작자 앞에 무한한 길이 펼쳐졌잖아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까 궁금해요. 봉준호 감독, 방탄소년단, '오징어 게임'이 너무 잘 얼어주셨죠. 그리고 드라마를, 시리즈를 해온 사람에게도 이 기회가 열리겠구나 하고 있어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만든 에이스토리만 해도 오랜 시간 드라마를 만든 정통파고요. 꾸준히 길을 걸으며 고민해온 분들이 빛을 보고 있어요. 길을 열어주면 후에 들어설 누군가는 당연하게 그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됐으면 합니다."
코로나19와 맞물린 K콘텐츠의 비약적 성장, 여기에 더해진 '오징어게임'의 에미상 수상 등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는 시기. 물론 작품이 공개되면 글로벌 순위부터 따지는 높아진 기대와 관심은 윤 대표에게도 부담이다. 인기만큼 논란도 금세 퍼진다. 제작비도 출연료도 높아지고,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세계의 기대도 점점 커가고 있다.
"한국 콘텐츠라서 조금 허술해도 봐줄 수 있는 시기가 지났죠. 할리우드와 비교해 그렇지, 글로벌한 기준에서 우리도 제작비가 최근 많이 높아졌어요. 그에 맞는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나 물어야 할 시기고, 우리의 시선도 진정 글로벌한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회가 왔을 때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니까. 한국=일정 이상 퀄리티가 나오는 나라, 그래야 안정적으로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시기가 무한정 남아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허나 윤 대표는 "우린 근성이 있으니까, 잘 해낼 거라고 본다"고 웃었다. 그는 "코로나19가 제일 무서웠을 때, 아이슬란드랑 한국만 찍는다 하지 않았나. 셧다운에 전세계가 스톱됐을 때도 우린 매일 검사해 가며 매일 작품을 찍었다"면서 "윤여정 선생님 말씀대로, 열악한 환경에서 여리까지 해왔다. 말도 안되는 환경에서 다 해냈다. 너무나 사랑하는 드라마들이 여럿 탄생했다"고 강조했다.
스튜디오329의 한계 없는 도전도 계속된다. 굵직한 프로젝트만 해도 여럿. 이요섭 감독이 연출을 준비하는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스마일게이트와 게임 등 다방면 확장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고, '족구왕' 우문기 감독과 함께하는 '노점묵시록'은 음식 이야기에 발맞춘 상품화도 고려 중이다. 여러 감독들이 탐냈던 무라카미 류의 소설 '반도에서 나가라' 판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일본 제작자와 협업을 검토하는 단계다.
"다른 비즈니스의 영역까지 확장을 위해서는 가치를 공유하는 공고한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믿음직한 파트너와 함께하고 싶어요. 동시에 공모전 등을 통해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작품을 만드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어요. 그렇게 '아싸아싸' 해 가면서 27년간 드라마를 한 노하우를 나누고 싶어요. 늘 준비합니다. 일단 꿈을 꿔야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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