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시즌 개막전 매치업 ⓒ MLB SNS
▲ 2023시즌 개막전 매치업 ⓒ MLB SNS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올해 메이저리그는 색다르다. 새로운 시즌을 넘어 새로운 야구를 선보인다. 그동안 없었던 피치 클락이 도입되고, 그동안 있었던 수비 시프트는 제한된다. 베이스 크기가 커지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경기에 직접 개입하는 요소들이 신설된 가운데 경기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등장한다. 바로 각 팀마다 대폭 변경되는 '일정'이다. 이전에 비해 일정이 크게 바뀌면서 리그가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이저리그 한 시즌이 162경기로 정착된 것은 1961년이다. 미네소타 트윈스와 LA 에인절스의 창단으로 10팀이 된 아메리칸리그가 먼저 162경기를 치렀다. 내셔널리그는 이듬해 뉴욕 메츠와 휴스턴 콜트 45s(애스트로스)가 생긴 다음에 10팀 162경기 체제가 시작됐다. 이후 1969년 최초의 프로팀 출범 100주년과 맞물려 리그마다 두 팀이 더 늘어나면서 이른바 '디비전 시대'가 구축됐다. 양 리그는 6팀씩 구성된 동부지구와 서부지구로 나눠졌다.

이 시기 같은 지구 팀들은 한 시즌에 18경기를 만났다. 이를 포함해 다른 지구 6팀과 각 12경기를 가지면서 같은 지구 90경기, 다른 지구 72경기로 162경기 일정을 짰다.

1994년 메이저리그는 또 한 차례 재편됐다. 동부와 서부에 이어 중부지구가 만들어졌다. 선수 파업으로 빚어진 과도기가 있었지만, 리그가 확장되면서 지금의 토대가 갖춰졌다. 그리고 1997년 두 리그가 정규시즌에서 부딪치는 인터리그가 소개됐고, 1998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탬파베이 데블레이스(레이스)의 탄생으로 30팀이 완성됐다. 그 당시 같은 지구팀들간 맞대결은 12경기 정도였다.

2013년 메이저리그는 휴스턴이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로 이동하면서 모든 지구가 5팀으로 맞춰졌다. 그러자 같은 지구에 속한 팀들간 맞대결이 19경기로 늘어났다. 전체 162경기 중 46.9%에 해당하는 76경기를 같은 지구팀들끼리 맞붙었다.

지구 안에서 펼쳐지는 경기들이 많아지면서 장점과 단점은 더 명확해졌다. 같은 지구에 있는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처럼 팽팽한 라이벌들의 경기는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순위와 상관 없이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명승부를 연출했다. 알고 먹는 맛이 무섭듯, 알고 보는 경기라도 흥미진진했다.

문제는 지구 내 경기 비중이 높아지면서 지구 내 수준이 두드러진 것이다. 치열한 지구는 항상 치열했고, 느슨한 지구는 항상 느슨했다. 지구마다 마켓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이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익을 보는 팀과 불이익을 당하는 팀이 발생했다. 이처럼 차별화된 경쟁이 과연 공정한지 의문이 제기됐다.

당장 작년에도 억울한 팀이 있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메이저리그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전통의 명가와 신흥 강호, 여기에 다크호스까지 있다 보니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경우가 빈번했다. 지난해 5할 승률 네 팀이 밀집해 있었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83승79패 성적으로 4위에 머물렀다. 반면 비교적 경쟁력이 낮은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 소속된 클리블랜드 가디언즈는 92승70패로 지구 1위에 올랐었다. 

겉으로 보기엔 클리블랜드의 성적이 볼티모어보다 우위에 있다. 그러나 해당 지구 밖의 팀들을 상대한 86경기 성적을 따져 보면 두 팀의 입장이 달라진다. 클리블랜드가 45승41패(승률 .523) 볼티모어가 49승37패(승률 .570)다. 이는 볼티모어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팀이 아니었다면 포스트시즌 진출이 더 유리했을 것이라는 추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도합 승률이 여섯 개 지구 중 가장 높았다. 매년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상향 평준화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0.541 - AL 동부
0.522 - NL 서부
0.510 - NL 동부
0.490 - AL 서부
0.472 - AL 중부
0.465 - NL 중부

사무국은 이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형평성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12팀으로 늘어나고 와일드카드 시리즈가 추가됨에 따라 정규시즌도 보다 폭넓은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의지가 반영된 일정이 나오면서 모두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단 올해부터 같은 지구 팀들을 상대하는 경기 수가 줄어든다. 기존 76경기에서 52경기가 됐다. 팀당 19경기였던 맞대결이 13경기로 적어지면서, 홈과 원정 각각 두 번의 시리즈만 가진다. 그러다 보니 같은 지구라고 해도 이전처럼 보기가 힘들어졌다. 일례로 올해 양키스와 보스턴은 6월 중순이 되어서야 첫 시리즈가 열린다.

같은 지구를 제외한 같은 리그 팀들과의 경기도 66경기에서 64경기가 됐다. 10팀 중 6팀과 6경기, 4팀과 7경기씩 배정됐다. 

같은 지구, 같은 리그 팀들과의 경기가 축소된 대신 다른 리그와 다투는 인터리그가 늘어난다. 달라진 일정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인터리그가 20경기에서 46경기로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정규시즌 이벤트용에 가까웠던 인터리그는 이제 정규시즌 향방을 좌우할 수도 있게 되면서 의미가 무거워졌다.

원래 인터리그는 지역적으로 형성된 라이벌 관계를 제외하면 시즌별로 한 지구하고 경기를 치렀다. 예를 들어 다저스는 같은 LA에 있는 에인절스와 매년 맞붙었지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팀들은 3년에 한 번 만났었다. 그런데 올해는 지구별로 제한을 두지 않는다. 가령 다저스는 첫 인터리그 일정이 5월 중순 미네소타 시리즈인데, 이후 탬파베이와 양키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에인절스, 휴스턴 등을 차례대로 만난다. 

이 방식이 적용되면서 올해는 한 팀이 다른 29팀과 모두 대결한다. 월드시리즈에서 누가 만나더라도 정규시즌에 예고편이 상영되는 셈이다. 한편 사무국은 지역 라이벌뿐만 아니라 팀 사정을 고려한 인터리그 라이벌 관계도 지정하면서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팀 사정에 의한 인터리그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 vs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vs 피츠버그 파이러츠
토론토 블루제이스 vs 필라델피아 필리스
텍사스 레인저스 vs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vs 콜로라도 로키스
시애틀 매리너스 vs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광범위하게 확대된 일정은 다양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힘든 지구에 속한 팀들은 조금 부담을 덜 수 있고, 반대로 쉬운 지구에 속한 팀들은 조금 부담이 더해졌다. 미 전역을 횡단하면서 이동거리도 늘어났는데, 위치 때문에 늘 고충이 있었던 시애틀의 불리함을 다소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시차가 있는 원정 일정이 많아진 것도 각 팀들이 참고해야 하는 사안이다.

슈퍼스타들의 전 구장 투어도 기대된다. 대표적으로 오타니 쇼헤이가 있다. 2018년에 데뷔한 오타니는 아직 모든 구장을 다 방문하지 못했다. 내셔널스파크(워싱턴) 시티필드(메츠) 아메리칸패밀리필드(밀워키) PNC파크(피츠버그) 리글리필드(컵스)에서 뛰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일정이 조정된 덕분에 조만간 모든 구장을 찾을 수 있게 됐다(올해 에인절스는 밀워키와 메츠 원정에 나선다). 이러한 화젯거리는 야구 인기를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그 흐름 속에서 정체되는 건 위기를 초래하는 일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무국은 올해 각종 개혁을 시도한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 상황에서, 어느 팀이 빠른 적응력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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