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외비' 티저 포스터.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대외비' 티저 포스터.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숨 막히게 진득한 악마들의 싸움이 펼쳐진다.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 세 남자가 등장하는 정치 누아르 물. 이거야말로 실패할 수 없는 흥행 보증 수표 아닐까. 다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사실은 '대외비'다. 

'대외비’는 1992년 부산,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조진웅)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이성민), 행동파 조폭 필도(김무열)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범죄드라마다.

▲ '대외비' 조진웅 스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대외비' 조진웅 스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빽도 족보도 없이 뚝심 하나로 20년을 버틴 국회의원 후보 해웅은 '기호 1번'을 달면 당선이 확실시되는 해운대구에서 여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할 준비를 한다. 허나 해웅은 공천 확정 하루 전 정치판을 움직이는 숨은 실세 순태에게 한순간에 배신당한다. 

이후 해웅은 부산 지역 재개발 계획이 담긴 '대외비' 문서를 입수, 조직폭력배 필도, 사업가 한모와 본격적으로 손을 잡고 판을 뒤엎을 준비를 한다. 그러나 순태가 계획한 부정선거로 낙선하고 순태에 의해 재개발 계획이 수정되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The Devil's Deal', '대외비'의 영문 제목처럼 영화 내내 악마보다 더 악랄한 거래와 이를 초월하는 진흙탕 싸움이 펼쳐진다. "세상은 더럽고, 인생은 서럽다". 대외비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을 완벽히 담은 대사처럼 치졸한 세상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한다. 

199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남자들의 범죄물, 흔한 설정에 기시감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폭력과 피로 얼룩진 남자들의 싸움에 뒤덮인 무난한 누아르 물이다. 뻔한 전개를 피하고자 마지막까지 반전 요소를 배치했지만, 장르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예상이 어렵지 않은 수준이다. 

무난한 스토리 라인에도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명불허전 최고의 연기력을 자랑하는 세 남자가 완벽한 합주로 극을 이끌기 때문이다. 

▲ '대외비' 조진웅 스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대외비' 조진웅 스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조진웅은 정치 입문자로 시작해 권력을 좇아 변모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엔 당선을 위해 검은돈과 대외비 문서를 이용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닥치는 위기에 물불 가리지 않고 악행을 저지르고, 결국 그 악행은 눈덩이 커지듯 그를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시작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모두 표현할 수 있었던 건 내추럴 본 연기를 자랑하는 조진웅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얼굴의 떨림 하나까지 완벽하게 컨트롤한 조진웅은 극의 중심에서 관객들을 이끈다. 

▲ '대외비' 이성민 스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대외비' 이성민 스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미친 안광 연기로 대중을 사로잡은 이성민은 '대외비'에서도 굵은 연기로 묵직한 존재감을 뽐낸다. '재벌집'에서 사투리 연기와 임팩트가 워낙 강렬했던 탓에 진양철 회장의 모습이 순간순간 겹쳐 보일 때도 있지만, 진양철과는 달리 호통 없이 섬뜩한 순태만의 모습을 구축해냈다. 절뚝이는 다리, 구부정한 외관까지 이성민이 직접 설계한 순태의 이미지는 등장만으로 묘한 긴장감을 형성하는데 일조한다. 

▲ 김무열. 제공ㅣ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김무열. 제공ㅣ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조진웅과 이성민, 두 대배우 사이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김무열의 폭발적인 연기도 눈에 띈다. 김무열은 영화를 위해 단기간에 10kg 이상을 증량해 조폭 필두로 완벽히 외적 변신을 이뤘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 태생임에도 불구하고 거친 말씨의 경상도 사투리를 빈틈없이 소화해내 선후배 배우들의 극찬을 받았다. 

이원태 감독은 지난 20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를 내가 만들어서 할 수 있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배우란 이런 거다'라는, 좋은 연기를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치며 "'대외비'에서는 직접적으로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직접적이고 원색적으로 권력의 속성 얘기해보고 싶었다"라고 차별점을 밝히기도 했다. 

무엇이 차별점인지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도, 세 남자의 연기를 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극장에서 '대외비'를 관람할 명분은 될 것이라는 이유 있는 자신감에는 큰 공감을 표한다. 

3월 1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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