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 ⓒ KOVO
▲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 ⓒ KOVO
▲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 ⓒKOVO
▲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 ⓒKOVO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페퍼저축은행이 조 트린지 감독과 결별한다. 

페퍼저축은행은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구단은 침체된 분위기 쇄신 및 다음 시즌에 대한 빠른 준비를 위해 고심 끝에 조 트린지 감독과 상호 합의 아래 계약을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남은 시즌은 이경수 수석코치의 감독 대행 체제로 간다. 페퍼저축은행은 "차기 감독 선임 전까지는 이경수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끌 예정이다. 구단은 조속히 차기 감독 선임 절차에 착수해 팀을 정상화 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구단은 트린지 감독과 함께 한 날들을 잊지 않을 것이며, 그와 그의 가족들의 앞날에 행운을 빈다"고 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 트린지 감독을 선임했다. 구단은 선임 당시 "트린지 감독은 데이터 기반의 경기력 분석을 기초로 페퍼저축은행을 이끌 적임자"라고 했다. 트린지 감독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여자배구대표팀에서 분석관과 코치로 지내면서 2014년 세계배구선수권대회 우승, 2015년 월드그랑프리 1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동메달에 기여했다. 2019년에는 캐나다 여자배구대표팀 코치, 2022년은 캐나다 남자배구대표팀 코치로 뛰는 등 풍부한 경험을 쌓은 지도자였다.

그러나 트린지 감독 혼자 페퍼저축은행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다. 트린지 감독은 올 시즌 부진한 동안 원인을 물으면 "선수들한테 부담은 없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이런 식으로 플레이하라고 지시했을 때 선수들은 실행하는 역할이다. 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나씩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게 중요하다. 시즌 초반부터 한번에 공격을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코트 안에서 한두 개 실수가 나오면 선수들이 계속 영향을 받는다.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려면 조금씩 좋은 플레이가 나오는 시간을 늘려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감독이 전술로 경기를 풀어가기에 앞서 신생팀의 한계로 선수들의 팀워크가 부족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었다. 배구는 어쨌든 팀 스포츠기에 손발이 맞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 트린지 감독은 팀워크를 끌어올릴 시간을 줄일 책임이 있었는데, 본인의 커리어에 걸맞지 않은 최악의 성적표만 안은 채 한국을 떠나게 됐다.  

페퍼저축은행은 2023~2024시즌 최하위를 이미 굳혔다. 올 시즌 5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28일 현재 3승28패 승점 10에 그치고 있다. 처음 여자배구 7번째 구단으로 합류했던 2021~2022시즌(3승28패, 승점11), 2년차였던 2022~2023시즌(5승31패, 승점14)에 이어 3년 연속 꼴찌다. 신생팀이 프로리그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 6개 구단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으로 시즌마다 걱정을 사고 있다. 

이번 시즌은 유독 더 다사다난했다. V리그 역대 최다 연패 신기록을 작성한 것. 페퍼저축은행은 FA 시장에서 국가대표 공격수 박정아를 영입하고, 외부 FA로 채선아를 데려왔다. 내부 FA 이한비와 오지영을 붙잡는 등 무려 46억8500만원을 투자하는 결단을 내렸다. 검증된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를 지명하면서 공격력 강화를 꿈꿨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021~2022시즌과 2022~2023시즌까지 두 시즌 연속 17연패 불명예 기록을 달성하는 굴욕을 경험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무려 23연패를 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10일 화성 IBK기업은행전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하면서 21연패했다.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이 2012~2013시즌에 기록했던 V리그 여자부 역대 최다 20연패 기록이 깨진 순간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이후로도 2패를 더해 23연패라는 처참한 기록을 남겼다. 페퍼저축은행은 김천 한국도로공사전에서 세트스코어 3-2 대역전승을 거두면서 24연패 위기에서는 벗어났다. 지난해 11월 10일 장충 GS칼텍스전 세트스코어 3-2 승리 이후 105일 만에 거둔 승리였다.

▲ 페퍼저축은행 박정아(왼쪽)가 야스민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KOVO
▲ 페퍼저축은행 박정아(왼쪽)가 야스민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KOVO
▲ 오지영 ⓒKOVO
▲ 오지영 ⓒKOVO

연패 탈출의 기쁨도 잠시. 페퍼저축은행은 리베로 오지영이 팀 내 후배 선수를 괴롭히고 폭언을 하는 등 인권침해 행위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7일 오지영에게 1년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고, 페퍼저축은행은 KOVO의 징계 발표 이후 오지영과 계약 해지를 전격 결정했다. 

상벌위원회는 "이날 상벌위원회에서는 오지영과 피해자로 지목됐던 선수가 재출석했으며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도 소명 기회를 부여하고 구단의 참고인들의 진술을 확인하는 등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만전을 기했다. 그 결과, 오지영의 팀 동료에 대한 괴롭힘, 폭언 등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상벌위원회는 "이와 같은 행위들은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이며 앞으로 프로스포츠에서 척결돼야 할 악습이므로, 다시는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재하기로 해 선수인권보호위원회규정 제10조 제1항 제4호, 상벌규정 제10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 상벌규정 별표1 징계 및 제재금 부과기준(일반) 제11조 제4항 및 제5항에 의거, 오지영에게 '1년 자격정지'의 징계를 결정했다"라고 오지영에게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린 이유를 전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성적은 물론이고, 팀 분위기 장악에도 실패한 트린지 감독과도 곧장 계약을 해지하면서 여러모로 씁쓸한 결과만 떠안았다. 

▲조 트린지 감독 ⓒKOVO
▲조 트린지 감독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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