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전향 안 했다면? 야구 안 했겠죠"…ERA 0.00, 한화 7연승 주역도 안 됐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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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투수 전향을 안 했다면? 야구를 안 하고 있지 않을까요."
한화 이글스 불펜 투수 주현상(32)은 굴곡진 야구 인생을 살았다. 주현상은 청주고-동아대를 졸업하고 2015년 2차 7라운드 전체 64순위로 한화에 입단할 때는 내야수였다. 그런데 야수로는 좀처럼 프로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타자로는 1군 통산 120경기에 나서 타율 0.212(222타수 47안타) 12타점, 18득점에 그쳤다. 2015년 데뷔 시즌에는 103경기에 출전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주나 싶었는데, 2016년 15경기로 급격히 기회가 줄었고 이후로 내야수로는 1군에서 빛을 볼 일이 없었다.
주현상은 생존을 위해서 투수 전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문제를 해결한 뒤 한화로 돌아와 투수로 새로운 삶을 준비했다. 투수를 전향하겠다고 결심한 나이가 29살이었다. 어찌 보면 무모하고도 과감한 선택이었는데, 이 결정이 야구선수 주현상의 삶을 180도 바꿔놨다.
주현상은 2021년 투수로 다시 데뷔 시즌을 보내면서 43경기, 2승2패, 4홀드, 50⅓이닝,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증명했다. 2022년은 49경기, 1패, 1세이브, 3홀드, 55⅓이닝, 평균자책점 6.83에 그치면서 다시 좌절하나 싶었는데, 지난해 필승조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55경기, 2승2패, 12홀드, 59⅔이닝, 평균자책점 1.96을 기록하면서 투수 도전 3년 만에 성공의 척도인 연봉 1억원 고지를 밟았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주현상과 박상원을 마무리투수 후보로 두고 고민했다. 박상원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였고, 주현상은 구속은 박상원보다 떨어져도 안정감이 있는 투수였다. 그래도 경기를 마무리하려면 구위가 좋아야 하기에 박상원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주현상은 마무리투수 경쟁에서는 밀렸지만, 개막부터 필승조로 맹활약하며 한화의 7연승에 힘을 보탰다. 5경기에서 1승, 2홀드, 6⅓이닝,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했다. 7연승 기간 한화도 숱한 위기 상황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주현상이 마운드에 올라 다 틀어막아 줬다. 지난달 29일과 30일 대전 kt 위즈전은 주현상의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9일은 2-2로 맞선 8회 1사 1, 2루 위기에 등판해 1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3-2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고, 30일은 6-2에서 6-3으로 쫓기던 6회 1사 1, 2루 위기에 등판해 1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쳐 홀드를 챙겼다. 덕분에 한화는 30일 경기도 8-5로 승리할 수 있었다. 이틀 연속 주현상은 위기를 틀어막을 때마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며 대전 만원 관중을 열광하게 했다.
주현상은 지난달 30일 kt전을 마친 뒤 "중요한 상황에 계속 올라가는 투수가 돼서 마음의 준비를 잘하고 있었던 게 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일단 팀이 연승하고 있고, 그 흐름을 상대팀에 주지 않고 다시 우리 팀에 갖고 온 게 기뻐서 나도 모르게 (세리머니가) 나왔던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틀 연속 멀티이닝 투구가 쉽지는 않았다. 주현상은 "힘들다. 그래서 내일(지난달 31일)은 쉰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다음 날(1일)도 쉬는 날이라 이틀 쉬면 다시 회복이 잘될 것 같다"고 했다.
마무리투수 경쟁에서 밀린 건 개의치 않았다. 주현상은 "욕심을 낸다고 해서 그 자리에 들어가는 게 아니다. (박)상원이도 공이 워낙 좋기 때문에 내가 상원이 앞에서 잘 던지면 상원이도 더 깔끔하게 던질 수 있을 것 같고, 또 내가 열심히 던져야 팀이 또 많이 이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욕심은 부리지 않았다. 그냥 주어진 임무에 최대한 성실하게 던지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투수 전향을 안 했다면 지금처럼 한화가 1992년 이후 32년 만에 개막 8경기에서 7승1패를 기록하며 단독 1위를 질주하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을까. 주현상은 "야구를 안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29살 늦은 나이에 과감한 도전이었으나 희망이 있었다. 주현상은 "일단 자신이 있었다. 투수로 전향하면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빠른 결단을 했고,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항상 공 던지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자신이 있었다. 공 던지는 것을 워낙 좋아했고, 그러다 보니까 또 투수를 하면서 편했던 것 같다. 공 던지는 것에 항상 자신이 있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 더 불펜에서 흥이 나는 건 선발투수들의 활약 덕분이다. 한화 선발진은 평균자책점 2.57로 리그 2위에 올라 있다. 7승 가운데 6승을 선발진이 책임져 리그 1위다. KIA 타이거즈, SSG 랜더스,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등 4팀이 3승으로 공동 2위인 것을 고려하면 한화 선발진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 수 있다.
주현상은 "확실히 편하다. 선발투수들이 5이닝 6이닝을 무조건 던져 주니까. 그래서 준비하는 것도 편하게 준비하는 것 같다. 급하게 준비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편하다. 갑자기 등판하는 것도 지금은 적응이 돼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달라진 한화의 분위기를 몸소 체감하고 있다. 주현상은 "일단 형들이 많이 왔기 때문에 형들이 어린 친구들한테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고, 어린 친구들도 조언을 따라 하다 보니까 좋은 것 같다. 어린 선수들과 고참 형들이 같이 이제 합이 또 맞다 보니까 경기 때 더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며 동료들과 함께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 가고 싶은 바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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