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어색한 유니폼, 갑자기 붙은 ‘78억 FA’ 꼬리표… 4년 기본 600이닝 마라톤 시작됐다

작성일: 2025.02.17 14:14 김태우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4년 총액 78억 원의 FA 계약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엄상백은 특별한 오버 페이스보다는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하며 팀 기대치에 부응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이글스
▲ 4년 총액 78억 원의 FA 계약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엄상백은 특별한 오버 페이스보다는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하며 팀 기대치에 부응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이글스
▲ 매년 150이닝 이상을 던지겠다는 포부 속에 시즌을 맞이하는 엄상백은 순조롭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자신했다 ⓒ한화이글스
▲ 매년 150이닝 이상을 던지겠다는 포부 속에 시즌을 맞이하는 엄상백은 순조롭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자신했다 ⓒ한화이글스

[스포티비뉴스=멜버른(호주), 김태우 기자] 프로에 입단한 이후 한 팀의 유니폼만 입고 뛰었다. 그러다 11년 차에 이른 올해 유니폼이 바뀌었다. 훈련을 함께 하는 동료들의 얼굴도 바뀌었고, 훈련하는 구장도 바뀌었다. 모든 것이 낯설 법하다. 엄상백(29·한화)은 느낌이 어색한 부분은 있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78억 원에 계약하며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엄상백은 팀에 빠르게 적응하는 동시에 시즌을 앞두고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모든 것이 달라진 환경을 한 번에 받아들일 수는 없다. 엄상백도 “그런 느낌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78억 원’이라는 꼬리표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것이었다. 엄상백은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진 것을 느낀다면서도 “나머지 부분은 다 똑같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선발 로테이션 완성을 노린 한화는 위력적인 구위에 아직 젊은 나이라는 장점이 있는 엄상백에 아낌없이 투자한 끝에 유니폼을 입혔다. 엄상백은 그런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단단히 마음을 먹고 호주 1차 캠프에 들어왔다. 현재까지의 과정은 굉장히 순조롭다는 자신감이다. 엄상백은 15일 불펜 피칭에서 70~80% 정도의 힘으로 50구를 던졌다. 엄상백은 “굉장히 순조롭게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78억 원이라는 거액을 받고 온 만큼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엄상백은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굳이 자신감을 과장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 듯했다. 그는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항상 했다. 큰돈을 받고 왔으니까 그런 것은 있다”고 덧붙였다.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엄상백은 뭔가 흐름을 거스르면서까지 그 압박에 대처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하던 대로, 잘 준비하면 분명 좋은 계약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걸음을 시작했다.

일단 몸 상태는 좋다. 시즌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수 있는 기본 전제가 만들어졌다. 엄상백은 “항상 강조하는 게 아프지 않은 것이다. 그게 가장 우선이다”면서 “제구력 측면에서 일정하게 던지려는 훈련을 중점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상백은 “많이 생각한다. 이미지트레이닝도 많이 한다. 그것을 실행하기도 하고 잘 되면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면서 “발전하기 위한 생각이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는 예전의 캠프 주안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대한 똑같이, 최대한 열심히 캠프를 보낸다.

새로운 팀에 와 좋은 것도 있다. 아무래도 한 팀에서 10년을 뛰다 보면 알게 모르게 선입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틀에 갇힌다. 하지만 새로운 팀 동료들은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캠프에서도 그걸 느꼈다. 커브다. 엄상백은 “포수 형들이 커브가 좋다고 한다. 원래 커브를 안 던졌는데 커브 비중을 높여가는 것 같다. 내가 스리피치 투수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면 타자들의 머리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그것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캠프에서의 기술적인 주안점을 설명했다.

▲ 엄상백은 동료들과 적응하며 한화 팀 분위기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한화이글스
▲ 엄상백은 동료들과 적응하며 한화 팀 분위기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한화이글스

엄상백은 78억 계약 이후의 첫 시즌에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 책임감을 놓겠다는 것은 아니다. 잘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너무 얽매이다 일을 망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도 안다. 엄상백은 “너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그는 “작년에도 시즌을 시작할 때 잘하려는 욕심이 되게 컸다. 그러다 보니까 더 안 되더라. 열심히 하다 보니까 작년에도 1년 시즌 마무리를 잘했고, 여태까지도 그래왔다”면서 “올해도 똑같이 부담은 있을 것이다. 최대한 없애려고 하고 그런 식으로 1년을 하다 보면 잘 마무리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조금 특별히 욕심을 부린다면 이닝이다. 엄상백은 근래 들어 꾸준하게 선발로 활약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닝이 많지는 않았다. 2022년 11승을 거뒀으나 140⅓이닝으로 규정이닝에 들어가지 못했다. 2023년은 111⅔이닝을 던졌다. 이는 FA 시장을 앞둔 하나의 변수였다. 그러다 지난해 개인 최다인 156⅔이닝을 던지며 의심의 시선에서 조금은 벗어났다. 개인 최다 13승도 그런 이닝 소화 속에 나왔다.

엄상백은 “나도 작년에 처음으로 규정이닝에 들어왔다. 첫 번째 보면 기본 목표는 150이닝”이라면서 “그 이상은 보너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박한 목표처럼 보일 수 있지만, 리그 국내 선발 투수 중 150이닝을 꾸준하게 던지는 투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4년이면 600이닝이다. 엄상백이 그 목표를 4년간 이뤄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78억 원이라는 수치의 재평가는 알아서 이뤄질 것이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