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두산 내년을 기대 안할 수 없잖아… KIA 울린 깜짝스타, 고난 속에도 싹은 핀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URL복사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누가 봐도 난처한 상황이었고, 누가 봐도 두산의 위기였다. 선발로 등판한 투수가 3회부터 공을 못 던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구상한 마운드 운영이 시작부터 사정없이 꼬였다.
선발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기에 뒤에 미리 몸을 풀고 있는 투수는 당연히 없었다. 게다가 두산은 지난 이틀간 혈전을 치르는 바람에 불펜 소모가 심했다. 선발이 일찍 내려갔으니, 사실상 제2의 선발 투수가 필요했다. 이 선수가 조기에 무너지면 자칫 잘못 경기를 던져야 할 위기였다.
하지만 스타의 탄생은 또 이런 예상 못할 스토리를 먹고 사는 법이다. 두산은 16일 잠실 KIA전에 선발 등판한 최승용이 손톱 부상으로 공을 못 던지게 되자 그간 준비했던 히든카드를 꺼내들었다. 1군에 등록한 뒤 마땅히 나갈 타이밍이 없어 더그아웃만 달구고 있었던 윤태호(22)가 그 주인공이었다. 짧은 시간 내에 급히 몸을 푼 윤태호는 3회 마운드에 올라 자신의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윤태호의 KBO리그 데뷔전 시점에 대해 “선수가 조금 편하게 던질 수 있을 때”라고 했다. 가뜩이나 긴장할 선수를 경기 승패가 걸린 중요한 시점에 올려 무리하게 박치기를 시킬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었고, 윤태호는 만원 관중 앞에서, 0-0으로 맞선 경기에서, 그리고 최소 2~3이닝을 끌고 가야 하는 중책 속에 마운드에 올랐다. 모두가 숨을 죽여 지켜볼 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준비를 믿었고, 씩씩하게 던졌다. KIA 타선에 걸출한 스타들이 많았지만 차분하게 공을 던졌다. 초반에는 시속 150㎞를 넘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위주로 경기를 풀어 나갔다. 이후 긴장이 조금 풀리고 자신감이 붙자 커브까지 떨어뜨리며 KIA 타자들을 괴롭혔다. 구위도 좋았고, 커맨드도 좋았고, 변화구의 각도 예리했다. 야수들도 좋은 수비로 도왔다. 그렇게 윤태호는 자신의 경력에 길이 남을 데뷔전을 마쳤다.
이날 윤태호는 4이닝 동안 55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만약 윤태호가 무너졌다면 두산은 경기 시작부터 승기를 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윤태호가 6회까지 버틴 덕에 불펜 운영은 경기 전 구상대로 흘러갈 수 있었고, 결국 2-3으로 뒤진 9회 김인태의 끝내기 2타점 적시타가 나오며 이틀 연속 끝내기 승리로 3연승을 내달릴 수 있었다. 모두가 고생한 경기였지만 윤태호의 몫이 결정적이었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22년 두산의 2차 5라운드(전체 49순위) 지명을 받은 윤태호는 입단 직후에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미완의 대기였을 뿐이고, 부상도 있어 1군은커녕 2군에서도 등판 기회를 잡기 쉽지 않았다. 병역을 이행하며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로 해 잠시 팬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지난 2월 열린 스프링캠프 명단에 합류했고, 캠프에서 나름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주며 눈도장을 받았다. 모든 관계자들이 “몸이 엄청 좋아져서 왔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그런 윤태현은 구위도, 심장도 더 단단해져서 왔다. 이날 트래킹데이터는 깜짝 놀랄 만한 것들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4이닝을 던졌는데도 빠른 구속이 나왔다.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플랫폼인 ‘트랙맨’에 따르면 이날 윤태호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2.8㎞에 이르렀다. 그렇게 힘을 들이지 않는 것 같은데도 강속구가 뿜어져 나왔다. 평균 구속도 150.4㎞로 역시 150㎞의 벽을 넘겼다.
구속보다 더 특별한 것은 공의 회전이었다. 이날 윤태호의 패스트볼 최고 분당 회전 수(RPM)는 2700회가 넘었다. 보통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회전 수를 놓고 보면 슬라이더가 훨씬 많기 마련인데 윤태호는 패스트볼의 회전 수와 슬라이더의 회전 수가 엇비슷할 정도였다. 그만큼 패스트볼에 회전이 잘 걸렸다. 수직무브먼트도 리그 평균 이상이었다.
물론 RPM이나 수직무브먼트가 모든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과감한 패스트볼 승부를 해도 괜찮은 수치가 찍혀 나오고 있었다. 여기에 좌·우 로케이션까지 되며 KIA 타자들은 어려운 승부를 해야 했다. 커브의 스트라이크 구사 능력이 좋았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두산이 그간 이 선수에게 기대를 했던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윤태호는 “1이닝만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라갔다. 매 타자마다 ‘이기자’고 생각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준비 상황이 갑작스럽지는 않았다. 충분히 풀고 올라갔다. 오히려 그 덕분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면서 “데뷔전이라는 긴장감 덕분에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더해지면서 더 좋은 결과가 있었다. 만원 관중의 함성을 처음 들어보는데 짜릿했다. 자주 듣고 싶다”며 강심장을 과시했다.
두산은 올해 정규시즌 9위에 머물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내년을 바라보는 단계다. 하지만 마냥 처져 있는 것은 아니다. 박준순 최민석 등 올해 신인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윤태호까지 가세하면서 내년을 더 기대할 수 있는 팀으로 자리하고 있다. 힘겨운 시기 속에 하나하나 찾아가고 있는 희망들이다. 이 전통의 명가가 생각보다 빠르게 다시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관련 추천 기사
KBO 관련 기사
-
'경악' 김도영 2년차 시즌보다 뜨겁다…31년 만에 대기록 재현 예고, 잠실구장 쓰는데 20살 타자가 이럴수 있나
2026-08-12
-
도대체 왜 이제서야 데려왔을까…155km 파이어볼러 승승승 질주, 2027시즌 1선발 벌써 찾았다
2026-08-12
-
이주헌? 박동원? 카라스코에겐 중요치 않다…韓 첫 승 이룬 베테랑 루키, '리스펙' 정신이 더 빛났다
2026-08-12
-
"아버지"라고 부르며 따랐는데…부활 안 보이는 애제자 부진, 김태형 감독 "같이 갈 상황 아냐" 가차 없었다
2026-08-12
-
카라스코 KBO 첫 승+김진성 178홀드 韓 신기록…LG, 키움 제물로 3연패 탈출 [고척 게임노트]
2026-08-11
-
롯데 상대 승승승 질주! 이숭용 감독의 미소 "아빌라 에이스다운 피칭, 조형우-안상현 귀중한 추가점이 결정적"
2026-08-11
추천 콘텐츠
-
"팬들이 사랑했던 선수" 韓서 태어나 미국 입양, 한국계 메이저리거 35세에 은퇴…계약 제안 받았지만 선수 생활 끝내기로
2026-08-12
-
'이럴 수가' 中 벌벌 떤다 "이제 일본 배워야 해"…중국계 하리모토 남매 동반 우승→"탁구대-공 바꿨잖아" 황당 주장까지
2026-08-12
-
"누군가 해야 했던 일", "차량 폭발할 수도" 광주FC 선수단, 사고 차량으로 주저 없이 뛰어...큰 인명피해 막았다
2026-08-12
-
'38승 1패' 안세영 질주에 제동 걸었던 '재발성 통증'…"왼발이 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견딜까" → "80~90% 회복" 자신
2026-08-11
-
박지성 참담한 반응, '심판 성접대' 파문에 "韓축구 안 좋은 상황, 깊은 고민 필요해" → 축구협회장 선거부터 확 바꾼다
2026-08-11
-
대한민국 또 한번 도전하는 세계 무대, U-17 월드컵 100일 앞 ‘성큼’
2026-08-11
많이 본 기사
-
한국 아이돌 비주얼, 한국 잡는 실력까지…日 배드민턴 초미녀, 코리아마스터즈서 韓 혼합복식 제압 → 2주 연속 우승
2026-08-10
-
前 KIA 위즈덤 미쳤다, 이러다 21세기 기록까지 깨나… 전광판 직격 초대형 홈런, 맞으면 넘어간다
2026-08-10
-
안세영에게 '세계선수권 5회 메달리스트' 온다…"17년 만에 안방 개최인데 우승길 험난" 인도 언론은 한숨→홈 이점+시드 호재 얻은 'WC 강자'와 준결승 빅뱅 가능성
2026-08-10
-
원태인vs김백산 치열한 진실 공방?…"너 거짓말 좀 하지 마"-"밥 언제 사주실 거예요?"
2026-08-11
-
"KIA에 복수하겠다" 김도영-김태군 이름까지 똑똑히 기억 중…페덱의 복수혈전 결말은?
2026-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