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전격 사퇴!' 단 700자 분량 입장문+100초 남짓 시간으로 끝낸 월드컵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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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인섭 기자] 홍명보 감독의 월드컵은 단 700자 분량의 입장문과 100초 남짓한 시간으로 끝났다.
홍명보 감독은 29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치바스 베르데 바예 훈련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결론은 사퇴였다. 홍 감독은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은 뒤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한국은 사상 첫 48개국 체제로 열린 이번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A조에서 1승 2패, 승점 3점으로 조별리그를 마친 뒤 각 조 3위 상위 8개 팀 안에 들기를 기다렸지만, 끝내 경우의 수는 한국을 향해 웃지 않았다. 9가지 경우의 수 가운데 3개가 충족돼야 했지만, 실제로 한국에 유리하게 나온 결과는 단 1개뿐이었다.
시작부터 흐름은 좋지 않았다. 에콰도르가 독일을 2-1로 꺾고 승점 4점으로 E조 3위를 확정했고, 스웨덴도 일본과 1-1로 비기며 승점 4점에 도달했다. D조에서는 호주와 파라과이가 0-0으로 비기면서 두 팀 모두 승점 4점을 확보했다. 한국이 기대했던 시나리오는 하나씩 사라졌다.
한때 희망이 살아나는 듯한 순간도 있었다. H조 최종전에서 스페인이 우루과이를 1-0으로 꺾었고, 카보베르데와 사우디아라비아가 0-0으로 비기면서 우루과이가 승점 2점으로 한국보다 아래에 놓였다. 그러나 이후 G조에서 이집트가 이란을 잡지 못했고, 이란은 승점 3점, 골득실 0으로 한국을 앞섰다. 세네갈도 이라크를 5-0으로 대파하며 골득실에서 한국보다 높은 순위로 올라섰다.
마지막 희망도 오래가지 않았다. 가나가 크로아티아에 패했고,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을 3-1로 꺾으면서 한국의 경우의 수는 사실상 막다른 길에 몰렸다. 여기에 오스트리아와 알제리가 비기면서 한국의 조별리그 탈락은 최종 확정됐다.
결국 홍 감독은 탈락 확정 이후 공식 입장을 냈다. 그는 종이 두 장을 들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준비된 입장문은 공백 포함 약 700자 분량이었다. 홍 감독은 약 100초 남짓한 시간 동안 이를 읽어 내려갔다.
홍 감독은 “먼저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해주시고 언제나 대표팀을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저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는 제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감독을 맡기로 결정한 순간부터는 다른 이유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게 맡겨진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것, 그게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늘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이 선택이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선택인가. 대표팀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선수를 선택할 때도 훈련을 준비하고 경기를 치를 때도 그 질문만큼은 놓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자신의 판단이 모두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기준은 한국 축구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판단이 늘 옳았다고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판단의 기준만큼은 언제나 한국 축구였습니다. 감독이란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앞설 수 없습니다. 오늘 설명보다 책임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해주신 결과를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그 책임은 감독인 제게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홍 감독은 “끝까지 함께 해준 선수들과 코치진, 지원스태프, 그리고 대표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준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를 내려놓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마음까지 내려놓은 건 아닙니다. 우리 대표팀이 다시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팀으로 성장해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입장문은 여기서 끝났다. 홍 감독은 별도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조별리그 탈락 과정에서 제기된 전술 논란, 손흥민 선발 제외 결정, 선수 기용 문제, 대표팀 운영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없었다. 월드컵 참사에 대한 입장은 준비된 문장으로만 전달됐다.
물론 사퇴는 책임지는 방식 중 하나다. 하지만 팬들이 원했던 것은 단순한 퇴장이 아니었다. 한국이 48개국 체제에서도 32강에 오르지 못한 이유, ‘황금 세대’로 평가받은 선수단이 왜 무기력하게 무너졌는지, 왜 남아공전에서 반드시 승점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들이 이어졌는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런 점에서 700자 입장문과 100초 남짓한 회견은 너무 짧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결과 앞에서 긴 해명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축구가 받아든 충격의 크기를 고려하면, 팬들에게는 사과보다 부족한 해명, 책임보다 빠른 퇴장으로 비칠 여지가 컸다.
홍명보호의 두 번째 월드컵은 그렇게 끝났다. 체코전 승리로 기대를 키웠지만 멕시코전 패배, 남아공전 충격패, 그리고 경우의 수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말로 마무리됐다. 홍명보 감독은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한국 축구에 남긴 상처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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