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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된 KBO 골든글러브,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작성일: 2016.12.14 06:15 박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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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격 지표에 더 많은 점수를 주는 듯하지만 상 이름은 골든글러브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1982년 출범 후 35년이 지났다. 강산이 변하고 선수들도 발전했다. 그러나 하나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 골든글러브다.

1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The-K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16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렸다. 포지션별 가장 뛰어났던 선수에게 주는 골든글러브는 KBO 리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매 시즌 초에 선수들은 골든글러브를 외치며 구슬땀을 흘린다.

2016 골든글러브 후보 선정 기준은 포지션별로 달랐다. 투수 부문은 평균자책점 3.40 이하, 15승 이상 또는 30세이브 이상이고 포수 부문은 96경기 이상 포수 출전, 타율 0.290 이상이다. 야수는 해당 부문에서 수비로 96경기 이상 출전, 규정 타석 이상을 전제로 포지션별 타율 성적을 나눴다. 1루수와 2루수, 3루수, 외야수는 타율 0.310 이상, 유격수 부문은 타율 0.280 이상이 기준이다.

포지션을 나누는 기준은 해당 포지션 경기 출전 수. 타율은 해당 선수의 타격 성적을 대표하는 지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수비는 96경기 이상 출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현대 야구에서 점점 중요도가 높아지는 수비 부문은 실력이 아니라 선수가 뛴 경기만을 보고 있다.

2016년 골든글러브 2루수 후보는 NC 다이노스 박민우, 넥센 히어로즈 서건창, SK 와이번스 김성현, 한화 이글스 정근우, kt 위즈 박경수 5명이었고 서건창이 122표를 얻어 수상했다. 정근우가 107표, 박민우가 71표, 박경수가 37표, 김성현이 8표를 받았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후보 5명의 득표 순위는 공격 부문 WAR(대체 선수 대비승리 기여도) 순위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서건창은 4.46, 정근우는 4.37, 박민우는 4.09, 박경수는 4.04, 김성현은 2.29를 기록했다. 그러나 스탯티즈에서 제공하는 수비 지표 RAA(평균 대비 수비 득점 기여)에서는 김성현이 5.38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박경수가 4.74로 2위, 서건창이 -0.04, 정근우가 -0.50, 박민우가 -0.88을 기록했다.

RAA라는 지표가 모든 야수의 수비 실력을 평가한다고 볼 수 없다. 수비 지표는 타구의 강도와 난이도를 고려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분히 참고할 만한 수치 자료다. 2루수 후보들의 공수 성적을 봤을 때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 속에 골든글러브 유권자의 마음은 타격 지표에 집중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 두산 유격수 김재호는 수비에서 경쟁자들보다 뛰어났으나 타격은 부족했다. ⓒ 한희재 기자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에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 선수는 두산 김재호, 넥센 김하성, LG 오지환이다. 김재호가 198표를 차지해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김하성이 95표, 오지환이 49표를 얻었다.

타율은 김재호가 3할로 0.280대를 친 두 선수와 비교해 높지만 OPS는 오지환-김하성-김재호 순이고 WAR도 마찬가지다. wRC+(파크 팩터를 고려한 득점 생산) 역시 위의 순위와 같다. 그러나 수비 지표 RAA에서는 김재호가 19.2로 오지환 김하성에게 크게 앞섰다. 공수를 모두 고려한 WAR에서는 김재호 오지환이 동점을 기록했고 김하성이 뒤를 따랐다.

방망이보다 수비가 중요한 유격수라는 이유로 김재호가 100표 이상의 차이로 수상했다고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KBO 리그 골든글러브는 공수를 모두 고려한 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수 모두를 고려했다고 봤을 때는 2루수 부문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1982년 KBO 리그 첫 골든글러브는 수비율로 시상했다. 1983년부터 바뀌어 베스트9(8야수 1투수), 1984년부터는 베스트10(8야수 1지명타자 1투수)의 성격이 생기며 수비가 아닌 눈에 더 잘 보이는 타격이 수상에 더 중요한 지표가 됐다. 상의 이름에는 글러브라는 단어가 있지만 대개 방망이 실력으로 황금 글러브를 차지했다.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각종 통계를 이용한 세이버메트릭스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구단들도 적극적으로 통계 자료를 도입해 통계 스포츠인 야구를 조금 더 잘해 보기 위해 노력한다. 수비 부문 통계 자료가 모든 수비 상황을 대변하지는 못한다. 한계가 있지만 여러 수비 관련 수치 자료는 선수의 실력과 활약을 가늠하는, 어느 정도의 척도는 될 수 있다.
▲ 2012년 앤드류 맥커친은 실버슬러거(왼쪽 트로피)와 골드글러브를 함께 받았다. 사진은 2013년 시즌 개막전에서 트로피를 받은 장면.

메이저리그는 타격상 실버슬러거, 수비상 골드글러브로 나눈다. 골드글러브는 1957년 시작했고 처음부터 수비만을 평가했다. 2013년부터 더 정확한 평가를 위해 미국야구연구협회(SABR)에서 제공한 수비 관련 수치 자료를 투표에 25% 반영한다. 실버슬러거는 1980년 시작됐다.

출범 후 강산이 3.5번 바뀌었다. 선수들의 기술은 발전하고 팬들의 눈은 높아지고 있다. KBO는 올 시즌 기록한 800만 관중을 넘어 900만 또는 1,000만 관중을 목표로 다음 시즌을 준비할 것이다. 모든 분야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한 시즌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뽑는 공수를 조합한, 거기에 우승 프리미엄까지 있다는 소문이 있는 골든글러브 하나다. 다양한 수치로 선수를 설명하는 야구에 어울리지 않는다.

골든글러브는 KBO 리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지만 이대로 유지된다면 권위와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최고 권위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골든글러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메이저리그의 시스템을 참고해 수비상과 공격상으로 나눈다면 선수들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자극이 생긴 선수들의 경기력은 오를 것이고 상승된 경기력은 더 많은 관중을 모을 것이다. 앞의 효과로 '상'의 권위 또한 함께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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