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 시장에서 관심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되는 박건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박건우(31·두산)는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춘 훌륭한 외야수다. 오랜 기간 두산의 외야를 누비며 팀의 숱한 영광을 함께했다.

실적은 확실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박건우의 몸값으로 이미 높은 예상 금액이 오고 가는 게 이를 증명한다. 실제 박건우는 2009년 1군에 데뷔한 뒤 올해까지 정규시즌 926경기에서 타율 0.326, 88홈런, 478타점, 82도루를 기록했다. 이만큼 견실한 실적을 낸 외야수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나이도 아직은 많지 않다.

그래서 더 미스터리한 게 있다. 바로 한국시리즈를 비롯한 가을야구에서의 상대적 부진이다. 박건우는 정규시즌 통산 타율이 0.326에 이르는, 정교함을 갖춘 타자다. 그런데 가을만 되면 이 타율이 곤두박질치곤 했다. 박건우의 한국시리즈 통산 타율은 17일까지 32경기에서 0.167이었다.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정규시즌 타율과 한국시리즈를 비롯한 포스트시즌 타율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선수가 많지 않다. 그래서 박건우는 온갖 추측에 시달려왔다. 그런데 딱 부러지는 해답이 없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7년째 그렇다”는 농담으로 아쉬움을 대변했다. 일각에서는 멘탈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멘탈이 약한 선수가 정규시즌에서 저런 고타율을 유지할 수 없다”는 반박도 논리가 있다.

어찌됐건 올해도 악몽에 시달리는 듯했다. 준플레이오프까지는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는데 플레이오프(.222)와 한국시리즈에 들어서며 타율이 또 떨어졌다. 올해 한국시리즈 1~3차전 타율은 0.091(11타수 1안타). 그나마 1안타도 3차전 마지막 경기에 나왔다. 두산의 공격 흐름이 끊긴 탓을 모두 박건우에게 돌리기는 어렵지만, 일정 부분 원인을 제공한 건 사실이었다.

그런 박건우가 모처럼 방망이를 힘껏 돌렸다. 4차전에서 선발 2번 우익수로 출전한 박건우는 0-5로 뒤진 4회 좌익수 왼쪽으로 빠지는 2루타를 치며 팀 추격점의 발판을 놨다. 3루수와 좌익선상 사이를 빠져 나가는 질 좋은 안타를 쳤다.

이어 1-6으로 뒤진 6회에는 무사 1루에서 우측 담장까지 날아가는 2루타를 쳐 무사 2,3루를 만들었다. 3차전 마지막에 보였던 만세 세리머니가 다시 나왔다. 두산은 페르난데스가 적시타를 쳐 두 명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고 3점차로 추격했다.
  
이처럼 타격감이 올라올 때였지만, 기회가 더 주어지지 않았다. 두산은 더 이상 추격하지 못하고 끝내 4-8로 졌고, 4연패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박건우로서는 또 한 번의 허탈한 시리즈가 끝났고, 이제 곧 FA 자격을 얻어 시장에서의 가치를 테스트한다. 다만 한국시리즈에서의 부진이 전체적인 시장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그와 별개로 시장의 관심이 뜨거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히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했다면 두산의 기본 베팅 금액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을 텐데 그것이 시장가치에 더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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