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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정근우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KBO 역대 대기록 눈앞, 지옥에서 돌아온 수비 요정

작성일: 2026.08.26 10:3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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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자타공인 리그 최고의 2루 수비를 선보이며 지난 땀방울을 보상받고 있는 정준재 ⓒSSG랜더스
▲ 올 시즌 자타공인 리그 최고의 2루 수비를 선보이며 지난 땀방울을 보상받고 있는 정준재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는 지난해 11월 열린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젊은 선수들의 훈련량을 크게 늘렸다. 정규시즌 3위로 시즌을 마치기는 했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각 선수별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짰다. 타격이 더 필요한 선수는 밥만 먹고 방망이만 돌렸고, 수비가 더 필요한 선수들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펑고를 받았다. 팀의 주전 2루수로 기대를 모았으나 정작 수비에서 오히려 하락세 그래프를 그린 정준재(23·SSG)는 수비 특화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캠프에서 가장 체력적으로 힘든 게 수비 훈련이다. 주위에서 안쓰러워 할 정도로 힘들게 훈련을 했다. 

정준재는 장타에 특화가 된 선수가 아니다. 콘택트, 출루율, 수비, 주루 이 네 가지에 장점이 있는 선수고 또 장점을 유지했어야 했다. 그런데 데뷔 시즌인 2024년에 비해 2025년에 오히려 수비가 더 약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즌 중에도 수비 코치들이 붙잡고 훈련을 시킬 정도였지만, 2루수 수비율은 2024년 0.987에서 2025년 0.983으로 떨어졌다. 결정적인 실책도 더 도드라졌다.

정준재도 이를 알고 있었기에 군말 없이 훈련에 임했다. 거창한 훈련이 아니었다. 모든 게 기본기에 맞춰져 있었다. 정준재는 “코치님과 했던 기본기 훈련이 있었다. 기본기 훈련을 하면서 하체의 안정성이 생기고, 글러브도 기본적으로 내려갔다”고 떠올렸다. 더 안정적이고 기민하게 움직이기 위한 포구 동작은 그렇게 가고시마에서부터 완성되고 있었다.

▲ 지난해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부터 혹독한 수비 훈련을 한 정준재는 올해 그 성과가 잘 드러나며 팀의 위안으로 자리하고 있다 ⓒSSG랜더스
▲ 지난해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부터 혹독한 수비 훈련을 한 정준재는 올해 그 성과가 잘 드러나며 팀의 위안으로 자리하고 있다 ⓒSSG랜더스

기본기가 생기니 선수도 응용이 가능했다. 수비 불안에서 완전히 탈출했음을 알린 정준재는 전반기 막판쯤 대비 자세를 조금 수정했다. 정준재는 “작년에는 완전히 앉아 있었다. 초반에도 그렇게 앉아 있었는데 그렇게 너무 앉아 있으면 좌우 타구에 반응하기가 힘들더라”면서 “전반기 막판쯤부터 약간 무빙을 하면서 스텝하는 것으로 했다. 오히려 따라가는 것도 쉬워지고 바운드도 잘 읽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비력은 거의 완벽이다. 정면 타구에 대한 포구는 좀처럼 실수가 없다. 좌우로 나가는 타구들도 빠른 발과 완벽한 슬라이딩 타이밍으로 걷어낸다. 1·2루간으로 빠지는 타구를 잡아내 1루가 아닌 2루로 송구하는 동작은 감탄의 연속이다. 빠르고 정확하다. 타 팀 팬들의 한숨을 자아내는 수비의 악마로 극찬을 받는다. 이미 수비이닝이 900이닝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비는 지친 기색이 하나도 안 보인다. 오히려 즐기는 느낌마저 있다.

수비 수치는 KBO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이다. 정준재는 25일까지 올해 2루수에서 918이닝을 소화했다. 리그 2루수 중에서 유일하게 900이닝 이상 수비를 소화한 선수니 표본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918이닝에서 기록한 실책은 딱 3개 뿐이다. 수비율은 99.5%에 이른다. 구단 프랜차이즈 역사상 가장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2루수로 뽑히는 정근우나 김성현도 찍어보지 못한 기록이다.

▲ 올 시즌 정준재가 기록 중인 수비율 99.5%는 리그 2루수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기록이다 ⓒSSG랜더스
▲ 올 시즌 정준재가 기록 중인 수비율 99.5%는 리그 2루수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기록이다 ⓒSSG랜더스

KBO리그 역사상 2루수로 단일 시즌 9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수비율이 99.5% 이상인 선수는 딱 하나, 올해 정준재 뿐이다. 99%를 넘긴 2루수도 2015년 박경수(99.1%), 2017년 김성현(99%), 두 명에 불과하다. 이 수치로 시즌을 마치면 역대 기록을 쓴다. 그렇다고 정준재의 수비 범위가 좁거나, 잡을 수 있는 타구만 도전하는 유형은 전혀 아니다. 현장에서도 모두가 인정하는 수비다. 가고시마의 지옥에 굴렀던 이 선수가 수비 요정이 되어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경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 김성현 수비코치는 전반기 막판 “연습 때 나오는 실수가 아직 실전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불안 요소는 분명히 있는데 아직 실전에서 그것이 터지지 않았다는 경계였다. 정준재도 이를 잘 안다. 정준재는 “연습 때 송구를 과감하게 하려는 게 있어서 공을 이상하게 던질 때가 있었다. 송구 미스를 하는 것도 있었고 놓치는 점도 있었다”면서 “경기 때는 연습 때 하던 그런 타구가 많이 안 나오기는 했지만, 연습 때 했던 과정이 있었기에 그것이 잘 어우러져 좋은 점이 나오는 것 같다”고 자신을 다잡았다.

수비 요정은 혼자 된 게 아니었다. 정준재도 가장 먼저 주위에 공을 돌린다. 정준재는 “고마운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감독님부터 시작해서 코치님 전부, 트레이닝코치님들도 그렇다”면서 “특히 감독님이 계속 경기에 내보내 주셨다. ‘약간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이더라도 저는 괜찮으니까 믿고 내보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계속 내보내주시더라. 그게 쌓이고 쌓여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타격은 슬럼프가 있지만, 한 번 다진 수비는 경력에서 두고두고 찾을 먹거리가 된다. 관심과 땀이 만나 리그 역사에 남을 대업이 만들어지고 있다.

▲ 안정적인 수비력을 갖추며 이제는 주전 2루수로서 확실하게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정준재 ⓒSSG랜더스
▲ 안정적인 수비력을 갖추며 이제는 주전 2루수로서 확실하게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정준재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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