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노" 비판 받았던 'J리거 출신' 노정윤 "일본 축구, 한국보다 2단계 위...K리그 4년 이상 계획 세울 수 없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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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인섭 기자] 한국인 J리거 1호이자 1994 미국 월드컵과 1998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했던 노정윤이 한국 축구의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대표팀 감독 한 명을 교체하는 수준의 변화가 아니라 한국 축구의 기반을 이루는 K리그부터 구조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매체 '넘버 웹'은 27일(한국시간) 노정윤과 진행한 인터뷰를 공개했다. 노정윤은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일본 축구는 한국보다 두 단계 위다. 한 단계가 아니라 두 단계 위다. 나는 그렇게 보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축구 사이에 이미 상당한 격차가 벌어졌다는 견해를 밝혔다.
두 나라의 희비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엇갈렸다. 일본은 네덜란드가 포함된 조별리그를 무패로 통과한 뒤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브라질을 상대로도 선제골을 터트리는 등 경쟁력을 보여줬다. 반면 한국은 체코를 꺾었지만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달아 0-1로 패하면서 조 3위에 머물렀고,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에서는 자연스럽게 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판이 거세졌다. 하지만 노정윤은 한국 축구의 문제를 대표팀 사령탑 한 사람에게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대표팀을 떠받치는 프로축구의 구조부터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정윤은 “대표팀만 바꿔서는 의미가 없다. 프로팀이 바뀌어야 한다”며 “한국에는 기업 구단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시민구단이 많다. 시장이나 도지사의 임기는 4년이고, 수장이 바뀌면 구단 사장도, 사람도 바뀐다”고 지적했다.
이어 “10년, 20년, 30년, 100년의 비전을 세워야 하는데 4년 이상의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구단 경영진과 정책까지 흔들리는 구조에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고, 단순히 팀과 경기장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경쟁력 있는 프로축구를 만들 수 없다는 의미였다.
한국과 일본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특히 일본 축구가 성장하면서 한국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졌다고 바라봤다.
노정윤은 “만약 이란이 강해졌다면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일본이 잘하게 됐으니까 ‘일본은 저렇게 하는데 왜 한국은 못하느냐’고 비교하게 된다. 질투하는 마음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전 국가대표 골키퍼 김영광의 발언도 언급했다. 김영광은 최근 영상 콘텐츠를 통해 한국 축구의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일본은 싫지만’이라는 전제를 붙인 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을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노정윤은 모리야스 감독을 높게 평가한다는 내용보다 김영광이 사용한 ‘일본은 싫지만’이라는 표현에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김영광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광이에게 직접 전화해서 이야기했다. 축구인으로서 다른 축구인에게 나쁜 짓을 하지 말라고 했다. 왜 적을 만드느냐고 했다”며 “앞으로 일본에서 뛰게 될 한국 선수들이 있다. 자기가 ‘일본이 싫다’고 말하면 일본 사람들에게도 미움을 받을 수 있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노정윤이 이 같은 이야기를 꺼낸 배경에는 자신의 경험도 자리하고 있다. 1993년 산프레체 히로시마에 입단하며 한국인 최초로 J리그에 진출한 노정윤은 일본에서 9시즌을 뛰었다. 당시 일본 무대에 진출했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매국노’라는 비난까지 받기도 했다.
노정윤은 “축구인이라면 축구를 생각하면 된다. 좋은 사람과 어울리고, 나쁜 사람은 만나지 않으면 된다”며 “앞으로 나올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나쁜 말로 그들의 길을 좁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노정윤이 강조한 것은 감정적인 한일 비교보다 한국 축구가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대표팀 감독을 향해 모든 책임을 돌리거나 일본의 성장을 바라보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대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프로축구의 구조를 만들고 해외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으려는 선수들의 길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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