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일의 NBA액션] 변신에 성공한 'NBA 카멜레온들' ①
작성일: 2015.05.08 17:42
조현일 해설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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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V NEWS=조현일 해설위원] NBA는 세계 최고의 농구선수들이 뛰는 무대다. 그만큼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서려 있는 곳이다. 예상 못 한 변수에도 뛰어난 생존력을 보인 ‘NBA 대표 카멜레온’들을 살펴봤다.
▲ 무릎 부상, 그리그 그 후 | 안토니오 맥다이스
앨라배마 대학 시절 안토니오 맥다이스는 운동능력에만 의존하는 선수였다. 공격 옵션은 한정돼 있었고 볼을 들고 있을 때만 존재감을 발휘하는 스타일이었다.
수비 역시 마찬가지. 가공할 만한 점프력으로 블록슛에 재능을 보였으나(59경기 105개의 블록슛) 도움 수비나 팀 디펜스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NBA 데뷔 후에도 ‘높이 날고 멀리 뛰는’ 맥다이스의 플레이 스타일은 변함없었다. 화려한 고공 농구에는 능했지만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나 궂은일에는 약점을 보였다.
2000-01시즌 막판 맥다이스는 심각한 무릎 부상을 입었다. 고장 난 무릎은 그의 운동능력을 앗아갔다. 급격하게 떨어진 운동능력은 맥다이스의 전성기가 막을 내렸음을 의미했다. 맥다이스는 이후 세 시즌 동안 52경기 출전에 그쳤다. 많은 사람이 “이제 맥다이스는 끝났다”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무릎 통증을 이겨내지 못하자 그는 은퇴를 결심했다. 맥다이스의 NBA 경력은 이대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맥다이스의 에이전트, 앤디 밀러가 그의 마음을 되돌렸다. 밀러는 “지금 포기하기에는 아깝다. 아직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남아 있다”라며 간곡한 설득에 나섰고 결국 맥다이스는 다시 농구공을 잡았다.
맥다이스가 경력 단절을 거부하면서 가장 먼저 내린 결단은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였다. 무릎을 다치기 전 그는 경기당 20득점을 밥 먹듯 기록했던 전형적인 ‘공격형 4번’이었다. 그러나 부상으로 운동능력을 잃은 뒤 맥다이스는 리바운드, 스크린, 루즈볼 다툼 등 각종 궂은 일로 팀에 공헌하는 블루칼라 워커로 변신했다.
맥다이스는 라쉬드 월라스, 벤 월라스 같은 뛰어난 골밑 자원들이 버티고 있는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 계약했다. 공격을 도맡는 1옵션에서 리바운드, 블록슛, 스크린에 능한 블루칼라 워커 스타일로 변모한 맥다이스는 계약 첫해 평균 9.6점 6.3리바운드로 활약했다. 맥다이스의 물밑 헌신으로 디트로이트는 그해 NBA 파이널 진출에 성공했다.
출석률도 몰라보게 높아졌다. 맥다이스는 2004-05시즌 이후 네 시즌 동안 단 9경기만 결장했다.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라쉬드 월라스가 “맥다이스를 위해서라면 주전 파워포워드 자리도 내줄 수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동료와의 유대관계도 좋았다.
2007-08시즌에는 7년 만에 70경기 이상 주전으로 출전하면서 평균 8.8점 8.5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소속팀은 동부 컨퍼런스 결승에서 보스턴 셀틱스에 2-4로 패하긴 했지만 당시 맥다이스가 케빈 가넷을 상대로 선보인 투지만큼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20대의 맥다이스’는 화려한 앨리-웁 덩크와 팁-인 덩크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무릎을 심하게 다친 뒤 쉴 새 없는 스크린과 볼을 향한 무서운 집념을 주 무기로 내세우며 38살까지 NBA 코트를 누볐다. 맥다이스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해군 제독’ 데이비드 로빈슨이다. 90년대 NBA 4대 센터로 군림했던 로빈슨은 선수생활 말미에 리더 자리를 ‘2년 차’ 팀 던컨에게 스스럼없이 양보했다. 리그 최고의 슈퍼스타 빅맨이었던 로빈슨이 자신을 낮췄듯 맥다이스 역시 남다른 희생으로 팀을 위해 헌신했다. 그 결과 유종의 미를 거두고 길었던 NBA 경력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 득점왕에서 최고의 수비수로 | 브루스 보웬
브루스 보웬은 2000년대 NBA 최고의 수비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레이 알렌 등 빼어난 스윙맨들을 전담 수비하며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3개의 챔피언 반지를 거머쥐었다.
“공격자 처지에서 보웬은 너무나 힘든 상대였다.” 드웨인 웨이드의 말이다. 14개 팀을 거친 ‘저니맨’ 토니 매센버그도 웨이드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와 함께 뛰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그의 상대로 맞서는 건 악몽이다.”
칼 스테이트 풀러튼 대학을 졸업한 보웬은 NBA 드래프트에서 낙방했다. 프로 첫 행선지로 프랑스 리그를 택한 그는 데뷔시즌부터 득점왕을 차지하며 범상치 않은 능력을 뽐냈다. 보웬은 이후 NBA 하부리그인 CBA에 진출해 NBA 무대를 본격적으로 노크했다.
1997-98시즌, 보웬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일손이 부족했던 보스턴과 계약을 맺었다. 그해 보웬은 생애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머나먼 프랑스에서부터 시작해 부침이 심했던 그의 프로 생활이 98년을 기점으로 안정을 찾았다. 필라델피아 76ers, 마이애미 히트에서 NBA 경력을 이어간 보웬은 2001-02시즌을 앞두고 샌안토니오와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자신의 농구 인생 최고의 순간들을 선물해줬던 샌안토니오와의 첫 만남이었다. 보웬은 이후 ‘스퍼스 왕조’의 일원으로 NBA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처음으로 NBA에 발을 들였던 1997년, 보웬은 세계 최고의 농구리그에서 자신이 살아남는 길은 수비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프랑스 리그 득점왕의 감투는 벗어던진 지 오래. 그의 선택은 수비전문선수였다.
보웬은 “CBA에서 뛰면서 수비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수비력을 키워야 NBA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매 경기 미친 듯 상대 공격수를 막았다”라고 회상했다.
보웬은 샌안토니오에서 세 번의 우승을 맛봤다. 또 다년계약을 체결한 2001-02시즌부터 2007-08시즌까지 출전한 550경기 모두 주전으로 출전했다. 코치진의 굳건한 믿음 덕분이었다. 8년 연속 올-NBA 디펜시브 팀에 뽑힌 보웬은 훗날 스퍼스 구단으로부터 등번호 12번이 영구결번되는 기쁨도 누렸다.
앞서 밝혔듯, 프랑스 리그 득점왕 출신인 보웬은 미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전문 수비수가 되기로 했다. 생존 본능에서 나온 그 몸부림은 대성공을 거뒀다. 일찌감치 보웬의 가치를 눈여겨본 샌안토니오 구단의 안목도 남달랐다.
한편, 스퍼스는 보웬 은퇴 후에도 대니 그린, 카와이 레너드 등 훌륭한 날개 수비수들을 지속적으로 키워내고 있다. 보웬은 얼마 전 ‘올해의 수비수’에 뽑힌 레너드에 대해 “그는 나 같은 전문 수비수가 결코 아니다. 완벽한 선수에 가깝다”라며 후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제2의 피펜? 제1의 호리! | 로버트 호리
라트렐 스프리웰과 함께 앨라배마 대학을 NCAA 강호로 이끌었던 로버트 호리는 NBA 데뷔 초창기만 해도 ‘제2의 스카티 피펜’으로 불렸다. 전문가들은 “206cm의 큰 신장, 정확한 외곽슛, 뛰어난 수비력은 데뷔 초기 피펜보다 낫다”라는 평가까지 내렸다.
호리는 매 시즌 성장을 거듭했다. 스몰포워드와 파워포워드를 넘나드는 다재다능함은 루디 톰자노비치 당시 휴스턴 로키츠 감독의 이목을 끌 만했다. 호리는 하킴 올라주원, 클라이드 드렉슬러의 뒤를 받치며 NBA에 데뷔한 지 3년 만에 두 차례나 우승을 맛보았다.
1995-96시즌, 호리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NBA 역사상 최초로 100개 이상의 3점슛과 스틸, 블록슛, 어시스트를 쌓으며 휴스턴의 공수 살림을 거들었다. 다재다능함의 대명사인 피펜도, 역대 최고의 스몰포워드로 꼽히는 래리 버드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 전문가들은 “볼 핸들링만 가다듬으면 리그 최고의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로 성장할 것”이라며 극찬했다.
그런데 이 시즌을 끝으로 호리는 자의 반 타의 반 플레이 스타일을 바꿔야 했다. 1996년 여름, 트레이드를 통해 피닉스 선즈 유니폼을 입은 그는 경기 도중 당시 감독이었던 대니 에인지(現 보스턴 셀틱스 단장)의 얼굴에 수건을 던지며 항명했다. 에인지 감독의 잔소리에 자제력을 잃고 말았던 것. 사건 직후 호리는 LA 레이커스로 트레이드 되었다(제리 콜란젤로 피닉스 단장은 “누가 봐도 호리의 플레이는 성의가 없었다. 어린아이 같은 행동”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레이커스엔 샤킬 오닐, 닉 반 엑셀, 코비 브라이언트 등 개성 강한 스타플레이어들이 가득했다. 호리는 “샤크, 에디 존스 같은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 뛰게 돼 기쁘다”고 반색했다. 그러나 ‘스테이플스 센터의 호리’는 평범한 롤 플레이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호리는 영리했다. 팀 사정에 자신을 맞추기로 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레이커스는 내 공격력이 필요하지 않는 팀이다. 수비에 좀 더 집중하겠다”라며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것저것 다 관여하는 대신 제 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레이커스의 환경은 호리와 궁합이 잘 맞았다. 휴스턴 시절처럼 볼을 운반하며 하프라인을 넘는 일이 없어졌고 무리한 포스트-업으로 공격 리듬을 깨는 장면 역시 많이 줄어들었다. 기존의 탄탄한 수비력, 클러치 3점슛을 더욱 특화해 리그 최고의 벤치멤버로 거듭난 호리는 2000년대 초반, 레이커스의 NBA 3연패에 큰 공을 세웠다.
스퍼스로 이적한 뒤에도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팀 던컨의 골 밑 수비 부담을 한결 덜어줬으며 승부처에서는 정확한 외곽포로 수차례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호리는 스퍼스에서 2개의 챔피언 반지를 추가했다. 그는 은퇴할 때까지 통산 7개의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1960년대 보스턴에서 NBA 8연패를 이뤄냈던 8명을 제외하면 호리보다 더 많은 챔피언 반지를 차지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또, 존 샐리와 더불어 서로 다른 세 팀에서 2개 이상의 챔피언 반지를 보유한 선수도 NBA 역사상 호리가 유이하다.
영구결번, 명예의 전당 같은 영예는 없다 해도 호리는 모든 NBA 선수들이 부러워할 만한 경력을 보냈다. 그렉 포포비치 스퍼스 감독은 호리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인물. 포포비치 감독은 “호리가 우리 팀에 있어서 참 행복했다. 그는 여러 차례 스퍼스를 먹여 살렸다”라며 제자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호리는 많은 사람의 기대와 달리 제2의 피펜이 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아무도 호리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는 7개의 챔피언 반지를 따낸 ‘제1의 로버트 호리’이기 때문이다.
[사진1] 앤토니오 맥다이스 ⓒ Gettyimages
[사진2] 브루스 보웬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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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일 해설위원 기자 sports@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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