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영 ⓒ KIA 타이거즈
[SPOTV NEWS=박현철 기자] “프로야구 선수가 30대 중후반이 되면 그런 생각들을 한다. 언젠가 야구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후회 없이. 그리고 나 자신에게 창피하지 않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고”.

그의 프로생활은 실력에 비해 순탄치 않았다. 한창 발돋움할 시기 부상을 당해 본격적인 1군 가세가 늦어졌고 선발로 호투하면 타선이 안 터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의 전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아는 팬들은 빛나지 않는, 그러나 충분히 값진 영웅이라며 ‘섀도우 워리어’로 불렀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IA 타이거즈로 둥지를 옮긴 뒤 좌충우돌하며 불펜진 한 축으로 활약했던 김태영(35)이 그 주인공이다.

2013년까지 김상현이라는 이름으로 활약하던 김태영은 두산 시절 선발과 계투를 오가며 요긴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2008시즌 롱릴리프 겸 선발로서 44경기 6승2패 평균자책점 2.40으로 활약했고 2009시즌 초반에는 팀의 실질적인 1선발로 분투했던 바 있다. 투구 내용은 좋았으나 유독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김태영은 2013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1라운드로 KIA의 호명을 받아 새 야구 인생을 열었다.

지난해 김태영의 성적은 48경기 5승4패1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5.68. 기록만 보면 좋은 성적이라고 보기 힘들지만 이는 투수진의 연쇄 붕괴 속 대량실점을 피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 KIA 릴리프진에서 맏형 최영필(41)에 이어 가장 수훈이 컸던 선수 중 한 명은 바로 김태영이었다. 비록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9월 일찍 시즌 아웃되어 뼛조각 수술을 받았으나 팀에 보탬이 된 것은 분명했다. 팀에서도 연봉 협상을 통해 지난해 8000만원에서 2800만원이 인상된 1억800만원에 계약을 맺으며 그의 공로를 인정해줬다.

현재 김태영은 광주에서 재활을 하고 있다. 지난해를 돌아본 김태영은 “안 좋은 기억보다 좋은 기억을 뇌리에 넣고 재활에 몰두하고 있다. 커다란 목표 같은 것은 없이 순조롭게 재활을 마쳐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그런데 타고투저 현상이 올해 너무 심하기는 했다”라는 말로 투수에게 쉽지 않은 시즌이었음을 토로했다.

“사실 팔꿈치 수술은 시즌이 끝난 뒤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인천 아시안 게임으로 인한 휴식기가 있어 시즌 재개까지 꽤 시일이 걸리더라. 그래서 선동열 전 감독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렸더니 ‘한 시즌만 야구하고 그만두는 것이 아닌 만큼 빨리 수술해도 좋다’라고 배려해주셨다”.

과거 KIA의 전신인 해태는 선후배간의 위계질서, 상명하복식 체계가 엄격해 타지에서 온 선수들이 적응하기 쉽지 않은 곳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KIA로 팀명이 바뀐 후에도 그러한 부분이 남아있다는 평도 있었다. 데뷔 후 10여 년을 두산에서만 뛰던 김태영에게 KIA 적응은 어땠을까.

“내가 어린 선수도 아니지 않은가. 당연히 이적한 순간부터 적응하며 함께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동료들이 다들 굉장히 순박하더라. 그래서 적응하기 좋았다”라며 말을 이어 간 김태영은 “(김)민우형이 있어서 더욱 편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넥센에서 2013년 2차 드래프트로 KIA 이적한 내야수 김민우는 김태영에게 안산 관산초-안산 중앙중-부천고 직속 1년 선배다. 김태영처럼 김민우도 KIA 내야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맹활약하며 분전했다.

“민우형이 초중고 모두 선배다. 그래서 같은 시기 팀을 옮긴 것이 다행이었고 또 덕분에 더욱 편했다. 지난해 활약에 있어서도 나도 형도 나름 팀에 보탬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후배들 보기 창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름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고 할까나”.

2015년 김태영은 우리 나이 서른 여섯의 베테랑 투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의 운동능력도 조금씩 떨어지게 마련. 이야기 도중 김태영은 언젠가 찾아올 은퇴 시기와 관련해 말을 꺼냈다. 우리 나이 마흔에도 여러 팀의 러브콜을 받은 뒤 롯데행을 결정지은 외야수 임재철을 언급하자 김태영은 “투수와 야수는 다르다”라며 말을 이었다.

“야수는 여러 요소 중 리그에서 인정받는 확실한 툴이 있다면 오랫동안 뛸 수 있다. 재철이형은 아직도 외야 수비에 있어서는 리그 최고급이지 않은가. 그러나 투수는 구위 자체가 떨어지는 순간 시장에서 자연스레 소외받고 또 은퇴를 하게 된다. 지금 내게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내가 선수로 뛰는 그날까지 구위를 얼마나 유지하느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김태영은 자신이 경험했던 그리고 선배들이 겪었고 후배들도 언젠가 고민하게 될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언젠가부터 김태영은 자신의 다음 시즌 목표를 이야기하기보다 “물 흐르듯이 내게 찾아올 운명을 거스르지 않고 순탄한 야구를 하며 인생을 살고자 한다”라며 도인과도 같은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처음 프로 데뷔했을 때는 커다란 목표의식을 갖고 야구를 한다. 그리고 20대 중후반 기량과 체력이 모두 균형적으로 왕성할 시기에는 어떻게든 잘하겠다는 마음으로 야구를 임한다. 지금 내 나이가 어느새 30대 중후반이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내 또래 거의 모든 선수들이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내게 남은 선수 생활 동안 나 자신에게 창피한 모습은 남기지 말아야 겠다’라고”.

“열심히 하는 것은 모든 프로 선수에게 당연한 기본이고 미덕이다. 그리고 기왕이면 선수 생활을 마치는 순간 ‘후회는 없다’라고 나 자신에게 말하고 싶다. 적어도 야구를 놓는 순간 나 자신을 창피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사나이’ 김태영은 덤덤한 태도로. 그러나 뜨거운 마음으로 마운드에 다시 서는 날을 기다린다.

[사진] KIA 타이거즈 제공.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