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라 내가 던질테니, 올 시즌 투수로 등판한 타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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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민규 기자]야구 경기를 보면 때때로 타자가 마운드에 등판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타자들이 마운드에 등판하는 경우는 대부분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을 때 불필요한 투수 소모를 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2010년대 들어 메이저리그에서 타자가 투수로 등판한 경우는 78회에 이르며 올 시즌만 해도 벌써 12번이나 타자가 투수로 등판했다.
초창기 야구는 포지션의 구분이 애매했다. 주 포지션이 수비수이 선수가 투수로 등판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커리어 초반 투수와 타자를 모두 수행했던 베이브 루스 역시 그러했다. 1914년 이후 처음으로 완전한 포지션 플레이어로서 투수로 등판한 선수는 1915년 7월 28일 라루 커비이다(1루수이자 당대 최고의 타격 머신이었던 조지 시슬러가 커비보다 더 빠른 시기에 투수로 등판했으나, 시슬러 역시 커리어 초반에는 투수로서 경기에 임하기도 했다).
초창기 메이저리그의 최고의 타자였던 타이 콥은 1918년과 1925년 투수로 등판한 경험이 있으며 통산 534홈런 1922타점을 기록하며 ‘오른손 베이브 루스’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던 지미 팍스 역시 1939년과 1945년에 투수로 등판한 경험이 있다(팍스는 1945년 9경기에 등판, 22.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했다. 한편 마지막 4할 타자인 테드 윌리엄스 역시 1940년, 등판 경험이 있다). 이후에도 타자들의 마운드 등판은 계속되었다.
통산 3000안타를 달성하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웨이드 보그스는 1997년과 1999년에 두 번이나 투수로 등판한 경험이 있으며 현역 메이저리거인 스킵 슈마커는 2011년, 2013년, 2014년, 투수로서 총 4경기에 등판했다(슈마커는 2013년 이후 평균자책점이 0이다). 이렇게 간혹 투수로 등판하는 타자들은 예상치 못한 좋은 투구를 펼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올 시즌, 투수로 등판한 타자들은 누구일까.
● 아이크 데이비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4월 22일)
1이닝 무실점/투구 수 9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1루수인 아이크 데이비스는 올 시즌 처음으로 타자로서 마운드에 등판했다. 당시 오클랜드는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2회부터 4점을 내주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오클랜드의 선발 투수였던 드류 포머랜츠는 5이닝 동안 5실점(4자책)으로 좋지 않았고 이어 등판한 R.J 알바레즈(1이닝 7실점)와 페르난도 아바드(1이닝 2실점) 역시 좋은 투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타선 역시 에인절스의 선발 투수였던 헥터 산티아고를 상대로 1점을 내는데 그쳤다. 결국 7회, 점수 차는 14-1까지 벌어졌다. 8회에 등판해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은 데이비스는 그 경기에서 오클랜드 투수 중 유일한 무실점 투수였다.
● 데이빗 로스(시카고 컵스/5월 10일)
1이닝 무실점/투구 수 11개
올 시즌 데이빗 로스는 시카고 컵스의 백업 포수를 맡고 있다. 그의 주 임무는 팀 에이스인 존 레스터의 전담 포수다. 로스는 올 시즌 타자로서 투수로 등판한 사례의 두 번째 주자가 되었는데 로스 역시 데이비스와 마찬가지로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깔끔한 투구를 펼쳤다. 당시 컵스는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투수 트래비스 우드의 부진으로 6회까지 12-4로 끌려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결국 컵스의 조 매든 감독은 8회, 마지막 투수로 데이빗 로스를 올려 보냈고, 로스는 출루 자체를 허용하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 클린트 로빈슨(워싱턴 내셔널스/5월 13일)
1이닝 무실점 1피안타 1탈삼진/투구 수 9개
올 시즌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백업 멤버로서 .269 2홈런 8타점의 쏠쏠한 활약을 펼쳐주고 있는 로빈슨이 세 번째 주자가 되었다. 당시 워싱턴의 선발 투수였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애런 힐, 마크 트럼보, 엔더 인시아테 등의 타격을 견디지 못하고 3.1이닝 동안 8실점(7자책)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어 등판한 새미 솔리스(2이닝 4실점)와 맷 그레이스(0.2이닝 2실점) 역시 애리조나 타자들의 매서운 타격을 견디지 못했다. 결국 8회 말, 워싱턴의 맷 윌리엄스 감독은 로빈슨을 투수로 등판시켰고 로빈슨은 탈삼진 하나를 곁들이며 무실점 투구를 보여주었다.
● 개럿 존스(뉴욕 양키스/5월 24일)
0.2이닝 무실점 1볼넷/투구 수 17개
추신수와의 승부로 한국 팬들에게 더욱 화제가 되었던 장면. 양키스타디움으로 텍사스 레인저스를 불러들였던 양키스는 선발 투수 CC 사바시아의 부진(2.1이닝 6실점)으로 초반부터 10점을 내주는 힘 빠지는 경기를 하고 있었다. 텍사스 타선은 매섭게 양키스 투수진을 몰아세웠다. 3회 초, 추신수가 안타를 치며 팀의 첫 번째 타점을 만들어내더니 이어 등장한 프린스 필더가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그러나 양키스는 텍사스가 타자 일순이 되는데도 아웃카운트 세 개를 잡지 못했고, 결국 3회에 다시 한 번 타석에 들어온 추신수가 7-0 상황에서 3점 쐐기 홈런을 치는 것을 보고 말았다. 6회가 돼서야 1점을 만들어낸 양키스는 7회에 한 점을 더 추가했다. 9회 초, 조 지라디 감독은 결국 대타로 등장해 1루수로 뛰고 있던 존스를 투수로 등판시켰고 존스는 총 네 타자를 상대했다. 드쉴즈와 마틴을 각각 볼넷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지만 추신수와 필드를 각각 땅볼, 플라이볼로 처리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9회 말에 두 점을 추가한 양키스는 그러나 점수 차가 이미 너무 많이 벌어져있었고 결국 15-4로 텍사스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 헤수스 수크레이(시애틀 매리너스/6월 13일)
1이닝 무실점 1피안타/투구 수 7개
이날 경기는 시애틀에게 매우 충격적인 경기였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였던 이날, 시애틀의 선발 투수는 바로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였다. 그러나 에르난데스의 실점은 무려 8점에 달했고 겨우 아웃카운트 하나 잡는데 그쳤다. 타선은 역시 심각했다. 득점은 아예 만들지 못했고 기록한 안타는 4개에 불과했다. 8회 초까지 10-0으로 끌려가던 시애틀은 결국 더 이상의 투수 등판이 불필요한 소모라고 여기고 8회 말, 포수 수크레이를 등판시켰다. 이날 경기에서 시애틀 투수진은 수크레이를 제외하면 찰리 퍼부시가 기록한 18개의 투구 수가 최저 투구 수일 정도로 심각했다. 수크레이는 공 7개만을 던지고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 제이크 엘모어, 닉 프랭클린(탬파베이 레이스/6월 17일)
엘모어 : 1이닝 1실점 3피안타/투구 수 17개
프랭클린 : 1이닝 2실점 3피안타/투구 수 17개
올 시즌 처음으로 한 경기에 두 타자가 투수로 등판했다.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워싱턴과의 경기에서 템파베이는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탬파베이의 선발 투수인 알렉스 콜로메가 2회 들어 지난달 13일에 투수로 등판한 경험이 있는 로빈슨에게 이닝 선두 타자 홈런을 허용하며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콜로메는 6점을 헌납하며 2이닝만을 소화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5회, 워싱턴은 다시 한 번 매서운 타격을 보여주었다. 하퍼의 홈런과 테일러와 데스몬드의 연속 안타, 스판의 실책으로 인한 출루로 4점을 내주며 7회에도 3점을 허용해 13-1까지 점수 차가 벌어진 탬파베이는 결국 8회와 9회, 내야 백업 멤버인 엘모어와 프랭클린을 투수로 등판시키기에 이른다. 그러나 엘모어와 프랭클린은 각각 1실점, 2실점을 허용했고, 탬파베이는 결국 워싱턴에게 16-4 패배를 당하고 만다.
● 제프 프랑코어(필라델피아 필리스/6월 17일)
2이닝 2실점 1피안타 1탈삼진 3볼넷/투구 수 48개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강견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는 제프 프랑쿠어는 한 경기에 웬만한 불펜 투수보다도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이날 필라델피아는 볼티모어를 상대로 6회까지 연속 실점하며 17-3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필라델피아의 선발 투수인 제롬 윌리엄스는 1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6실점했으며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더스틴 맥고완 역시 3.1이닝 동안 7실점하며 좋지 못했다. 결국 라인 샌버그 감독은 마지막 투수로 프랑쿠어를 등판시키기에 이른다. 7회 등판한 프랑쿠어는 최고 90마일 패스트볼을 앞세워 타자들을 상대했다. 그의 패스트볼은 정확히 스트라이크존에 꽂혔고, 79마일 슬라이더는 예리하게 꺾였다. 7회를 삼진-땅볼 아웃-라인 아웃으로 깔끔하게 넘긴 프랑쿠어는 8회, 다시 마운드에 올랐는데, 그러나 라이언 플래허티에서 이닝 선두 타자 홈런을 맞은 이후 몸에 맞는 볼과 볼넷 세 개를 내주며 2실점을 허용하고 만다. 그는 결국 48개의 공을 던지며 스스로 이닝을 끝내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이 하나 있다. 프랑쿠어가 실점을 허용하고 투구 수가 40개가 넘도록 투수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바로 불펜에서 전화기를 내려놓고 있어 덕아웃에서 연결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 라이언 레이번, 데이빗 머피(클리블랜드 인디언스/6월 18일)
레이번 : 0.2이닝 2실점(무자책) 1피안타 1볼넷/투구 수 23개
머피 : 0.1이닝 5실점(무자책) 2피안타(1피홈런) 1볼넷/투구 수 21개
클리블랜드의 선발 투수인 숀 마컴은 컵스의 첫 타자인 덱스터 파울러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그러나 2회, 마컴은 크리스 코글란에게 안타를 맞은데 이어 컵스 포수 최고 유망주인 카일 슈와버에게 3루타, 크리스 데놀피아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그리고 다시 애디슨 러셀과 앤서니 리조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총 6실점을 하고 말았고 결국 강판당하고 만다. 3회에도 4점을 내주며 10-0으로 끌려가던 클리블랜드는 결국 더 이상의 투수 기용은 낭비라고 판단, 레이번과 머피를 마운드로 올려보낸다. 그러나 레이번이 주자를 내보내고 머피가 크리스 브라이언트에게 만루 홈런 포함 총 7점을 내주면서 클리블랜드는 17-0으로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고 만다.
● 알렉시 아마리스타(샌디에이고 파드레스/6월 18일)
0.1이닝 무실점/투구 수 2개
샌디에이고는 경기 시작부터 패배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1회 초, 오클랜드의 선발 투수인 제시 차베즈는 아웃카운트 세 개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의 선발 투수 오드리사메르 데스파이네는 첫 두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더니 벤 조브리스트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이후 빌리 버틀러에게 3점 홈런을 맞고 만다. 7회 말, 9-0으로 끌려가던 샌디에이고는 8회에 코리 마조니를 등판시켰는데, 그러나 마조니는 1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7실점을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간다. 더 이상 투수를 소모할 수 없었던 샌디에이고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유격수 아마리스타에게 맡겼고 그는 공 2개만을 던지며 이닝을 마쳤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16-2로 오클랜드에 대패했다.
● 조시 윌슨(디트로이트 타이거즈/6월 21일)
1이닝 1실점 1피안타(1피홈런)/투구 수 16개.
양키스와의 이번 시리즈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전날 경기에서 벌랜더의 부진(6.2이닝 6실점)으로 패배한 디트로이트는 이날 경기에서도 선발 투수 알프레도 사이먼의 부진으로 경기 초반부터 선취점을 내주게 된다. 디트로이트 투수진은 5회까지 연속 실점하며 총 13점을 내주는 최악의 피칭을 기록한다. 타선 역시 양키스의 선발 투수인 네이선 이오발디에 의해 6회까지 무득점으로 끌려가며 경기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6회와 7회에 등판한 알렉스 윌슨과 알 앨버커키가 연속으로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던 디트로이트는 8회, 백업 내야수인 조시 윌슨을 등판시킨다. 그러나 윌슨은 첫 타자인 크리스 영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는데, 가드너를 플라이볼로 처리한 이후 브랜든 라이언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존 라이언 머피를 상대로 내야 땅볼을 유도, 병살로 이닝을 마쳤다. 디트로이트는 양키스에게 14-3으로 패배했다.
기록 출처 : 베이스볼 레퍼런스, 팬그래프닷컴
[사진] 알렉시 아마리스타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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