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우드 킵초게(34·케냐)가 16일(한국 시간) 독일에서 열린 2018년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1분40초의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인간 한계로 여겼던 마라톤 2시간 벽이 무너지기 직전이다.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육상경기에서 인간의 한계가 또다시 무너지기 직전이다.

엘리우드 킵초게(34·케냐)는 16일(한국 시간) 독일에서 열린 2018년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1분40초의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14년 같은 대회에서 데니스 키메토(케냐)가 수립한 2시간2분57초를 1분17초 앞당겼다. 이제 인간은 마라톤 2시간 벽에 거의 이르렀다.

킵초케는 2003년 파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5,000m에서 대회 신기록 12분52초79로 우승하며 주목 받았다. 이 종목에서 2004년 아테나 올림픽 동메달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을 차지하며 장거리 강자로 자리를 잡았다.

킵초게는 2013년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4분5초를 기록하며 5,000m 강자가 세계적인 마라토너로 발전하는 또 하나의 사례를 만들었다. 킵초게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2시간8분44초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올림픽은 기록보다는 순위 경쟁에 치중하기 때문에 세계 최고 기록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1960년 로마 올림픽 마라톤 경기 결과에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프리카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마라톤에서 1위로 골인한 아베베 비킬라(에티오피아)가 작성한 2시15분16초2는 직전 대회인 1956년 멜버른 올림픽 금메달 기록[2시간25분, 알랑 미문(프랑스)]보다 10분 가까이 빨랐고 당시 세계 최고 기록이었다.

2시간 20분 벽은 1953년 영국의 짐 피터스(2시간18분40초4)가 깼고 로마 올림픽 전까지 세계 최고 기록은 1958년 옛 소련의 세르게이 포포브가 세운 2시간15분17초였다. 이 기록을 아베베 비킬라가 단축한 것이다. 게다가 아베베 비킬라는 맨발로 42.195km를 완주했다. 아베베 비킬라는 로마에서 새 운동화를 샀는데 발에 맞지 않아 물집이 생겼고 결국 운동화를 벗어 던지고, 잘 정비돼 있다고 할 수 없는 로마 시내를 2시간 넘게 달렸다.

세계 스포츠 팬들은 4년 뒤 다시 한번 더 놀라게 된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아베베 비킬라는 또다시 세계 최고 기록(2시간12분11초2)을 세우면서 올림픽 사상 첫 마라톤 2연속 우승자가 됐다. 이번에는 맨발이 아니었다. 아베베 비킬라가 얼마나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는지는 2위[2시간16분19초2, 바질 히틀리(영국)] 3위[2시간16분22초8, 쓰브라야 고키치(일본)] 기록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이후 마라톤 세계 최고 기록은 1967년 호주의 데릭 클레이튼(2시간9분36초4)이 10분 벽을 무너뜨렸고 2003년 케냐의 폴 터갓(2시간4분55초)에 의해 2시간 5분 벽이 깨졌다. 그리고 엘리우드 킵초게가 2시간 벽 바로 앞까지 온 것이다.

아베베 비킬라 이후 마라톤 세계 최고 기록은 2018년 현재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나온 적이 없다. 이번에 또다시 세계 최고 기록이 탄생한 베를린 대회에서는 폴 터갓이 2시간 5분 벽을 무너뜨린 이후 7회 연속 세계 최고 기록이 나왔다. 이 외 런던 시카고 로테르담 대회 등이 새 기록의 산실로 꼽힌다.

육상경기에서 첫 번째 인간 한계로 여겨졌던 100m 10초 벽은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미국의 짐 하인즈(9초95)가 넘어섰고 이제 마라톤 2시간 벽이 무너지기 직전이다.

그렇다면 세계 마라톤 최고 기록 변천사에 나오는 손기정(2시간26분42초, 1935년 도쿄) 서윤복(2시간25분39초, 1947년 보스턴) 두 선생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한국 마라톤의 현실은 어떤가.

베를린 대회 4주 전에 열린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마라톤 경기 내용을 소개한다. 기후나 코스 조건에서 두 대회는 크게 다르다는 점을 전제한다.

8월 25일 겔로라 붕 카르노 주 경기장을 출발해 시내를 돈 뒤 돌아오는 코스에서 열린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마라톤부에서 일본의 이노우에 히로토가 2시간18분22초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노우에와 거의 동시에 들어온 엘 하산 엘아바시(바레인, 모로코 출신 귀화 선수)가 은메달을 차지했고 중국의 둬부제는 2시간18분48초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때 세계적인 마라톤 강국이었던 일본은 1986년 서울 대회 나카야마 다케유키 이후 32년 만에 아시안게임 마라톤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런데 기록이 좋지 않았다. 나카야마 다케유키가 갖고 있는 대회 최고 기록 2시간8분21초에는 10분1초나 뒤졌다.

초고속화한 요즘 마라톤 스피드를 기준해 거리로 따지면 3.5km 정도 차이다. 앞서 달리는 선수가 보이지 않아 레이스를 포기할 수준의 거리 차다. 직전 대회인 2014년 인천 대회에서 하산 마붑(바레인, 케냐 출신 귀화 선수)이 기록한 2시간12분38초에도 5분 넘게 밀렸다.

이 대회에 나선 한국의 김재훈과 신광식은 12위와 15위를 마크했다. 어려운 코스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기록은 저조했다. 김재훈은 2시간36분22초, 신광식은 2시간56분16초를 기록했다.

엘리트 선수가 세운 것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운, 많이 처지는 기록이다. 김재훈의 기록은 56년 전인 1962년 같은 곳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안게임 마라톤 우승자 나가타 마사유키(일본)의 2시간34분54초에도 뒤진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각종 마라톤 대회에 나서는 달리기6 애호가들은 ‘서브 3’를 목표로 한다. ‘서브 3’와 관련한 기사를 소개한다.

제임스 최 주한 호주 대사는 지난해 11월 5일 열린 중앙서울마라톤대회에서 42.195㎞ 풀코스를 2시간58분39초로 완주했다. 이 대회에 앞서 10월 22일 대전에서 열린 충청마라톤대회 풀코스에서는 이준재 씨가 2시간42분57초, 이승규 씨가 2시간44분26초, 함찬일 씨가 2시간45분41초로 1~3위를 기록했다.

이들 모두 마라톤 애호가들이 꿈꾸는 3시간 이내 기록을 수립한 것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지영준(2시간11분11초) 우승 이후 한국 마라톤은 계속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한국 마라톤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인도 북한 중국 스리랑카 키르기스스탄 대만 카자흐스탄 이란에 뒤진 131위(2시간36분21초)와 138위(2시간42분42초)에 그친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는 몽골 중국 북한 태국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에 뒤졌다.

1980년대 중반 이후 2시간10분 벽을 깨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했고 결과물을 이끌어 낸 고 정봉수 감독과 고 이동찬 코오롱 그룹 회장은 한국 마라톤의 현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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