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명품 연기? 현재 은반 위는 'PCS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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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사라예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비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승부수를 걸었다. 강렬한 붉은 색 의상을 입고 등장한 비트는 '카르멘'을 연기했다. 탱고 풍의 곡에 맞춰 다양한 표정연기와 안무를 선보인 그는 피겨 여자싱글의 개념을 바꿔놓았다.
그로부터 22년 뒤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10 동계올림픽에서 '카르멘'의 뒤를 이을 작품이 탄생했다. 김연아(25)는 이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에 맞춰 스케이팅을 탔다.
기술 요소 사이사이를 꽉 채운 안무와 스텝은 숨이 막힐 정도였다. 김연아의 연기가 끝나자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피겨의 예술성은 정점에 도달했다. 김연아는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로 당시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구성요소 점수(PCS) 최고 점수인 71.76점을 받았다.

피겨 스케이팅은 심판의 주관적인 관점을 한층 객관적으로 바꾸기 위해 구채점제에서 신채점제로 변경했다. 예술점수는 세세한 요소로 나뉘어졌고 심판들의 관점은 한층 객관적으로 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PCS 점수가 점점 상승하기 시작했다. PCS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 주니어 시절부터 국제대회에 꾸준히 출전해 자신의 지명도를 높여야 좋은 PCS를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 피겨의 관례로 보면 제아무리 기술이 뛰어난 선수라 할지라도 국제무대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높여야 PCS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었다.

북미 선수들은 전통적으로 기술점수(TES)보다 PCS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이들은 어린 시절 기술과 더불어 스케이팅 스킬에 많은 비중을 두고 훈련을 한다. 파티 문화가 발전된 문화 탓에 선수들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이와 비교해 국내 선수들의 약점은 PCS에서 나타난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오랫동안 훈련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점프 등 기술에 연연할 수밖에 없다. 전용 아이스링크가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선수는 시간에 쫓기듯 대관 시간을 지킨다.

각 국가에서 열리는 내셔널 대회의 점수는 공식 점수로 인정받지 못한다. 대부분 국가들이 국제대회보다 자국 선수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기 때문이다. 내셔널 점수는 큰 의미가 없지만 최근 러시아와 미국 대회에서 나온 PCS 점수는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25일 막을 내린 2015 전미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여자싱글에서 우승을 차지한 애슐리 와그너(24, 미국)는 프리스케이팅에서 75.02점을 받았다. 이 점수는 공인 기록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김연아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받은 74.50점을 뛰어넘는다.
올 시즌 러시아 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엘레나 라디오노바(16, 러시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70.40점의 PCS를 기록했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 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서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71.76점을 받았다. 이후 PCS 70점을 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5년이 흐른 뒤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PCS 70점을 넘는 모습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논란 속에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9, 러시아)는 이 대회에서 쇼트 PCS 35.55점 프리 PCS 74.41점을 받았다. 김연아(쇼트 : 35.89 프리 : 74.50)에 거의 근접한 PCS를 받은 소트니코바는 기술점수 가산점(GOE)을 풍부하게 챙기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채점제가 도입된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PCS를 비롯한 점수는 조금씩 상승했다. 하지만 이 점수에 합당한 연기를 펼쳤는지를 냉정하게 짚어보는 시선은 필요하다. 현재의 추세를 볼 때 김연아가 5년 전에 기록한 역대 최고점인 228.56점이 깨지는 날은 언제일까.
[사진 = 애슐리 와그너, 그레이시 골드, 김연아,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 엘레나 라디오노바 ⓒ Gettyimages]
[그래픽 = 김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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