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화성, 박현철 기자] “많이 부러워요. 대학 대표팀 선발 때 제가 뽑히면 박해민이 안 뽑히고 제가 안 뽑히면 박해민이 뽑히고 이런 입장이었거든요. 1군 경기 보면서 많이 부러웠어요”.

1군 전지훈련을 못 간다고 그 시즌을 모두 퓨처스리그에서만 보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좌절을 뒤로 하고 마음 속 허전함을 간절함과 성실한 자세로 채운다면 충분히 1군 무대에서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넥센 히어로즈 4년차 좌타 외야수 박정음(26)은 간절함이 기회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믿고 겨우내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전주고-성균관대를 거쳐 2012년 4라운드로 넥센 유니폼을 입은 박정음은 175cm 77kg로 선수치고 왜소한 체구를 지녔다. 그러나 컨택 능력과 빠른 발을 앞세워 대학 시절 특급 외야수 유망주 중 한 명으로 아마추어 팬들의 관심을 샀다. 대학 첫 2년 간은 컨택 능력이 아쉬웠으나 3학년 때 30경기 3할5리(105타수 32안타) 1홈런 21타점 10도루로 상승세를 타더니 4학년 때 29경기 3할6푼9리(103타수 38안타) 12타점 7도루로 괄목할 만한 정확성을 자랑했다.

연세대 시절 투수였던 나성범(NC)을 제외하고 대체로 대졸 외야수의 가장 높은 지명 순위가 3라운드 정도임을 감안하면 체구가 작은 박정음의 4라운드 지명은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박정음은 아직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데뷔 첫 해를 퓨처스리그에서만 보낸 박정음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상무에서 복무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히어로즈 베이스볼파크에서 만난 박정음은 수줍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스타 플레이어가 아닌 만큼 인터뷰 자체가 어색한 듯 했으나 그 가운데서도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히 했다. 상무 복무 첫 해 좋은 활약을 펼쳤던 박정음은 지난 시즌 상병-병장인 만큼 많은 경기에 나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 7월 경에는 왼발 부상을 입기도 했다.

“7월 쯤 왼쪽 발등에 실금이 가는 바람에 그 이후로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어요”라며 아쉬워한 박정음. 자신의 야구 인생 중 가장 찬란했던 대학 시절을 돌아본 박정음은 “감독-코치님들을 잘 만났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기록했을 뿐”이라며 겸손하게 이야기한 뒤 “프로에 들어와서도 모두 감사한 분들을 지도자로 모시고 있다. 지금은 송지만 코치님과 정수성 코치님께서 열성적으로 가르쳐 주신다”라고 밝혔다.

“특히 정수성 코치님의 현역 시절 센스와 순발력을 배우고 싶어요. 제 현재 위치로서는 당장 주전이 아니라 대주자 혹은 대수비로 팀에 공헌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만큼 부족한 수비력을 더욱 메우고 장점으로 생각하는 주루 플레이를 더욱 특화해야 1군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 시즌에는 144경기로 더 장기 레이스가 되는 만큼 지금도 그렇고 2월 대만 퓨처스팀 전지훈련에서도 더욱 분발하고자 합니다”.

프로 지명 후 박정음은 학교에서 또 한 명의 스승을 만난 적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현재 한화 이글스를 맡고 있는 김성근 감독. 당시 SK 지휘봉을 중도에 내려놓고 고양 원더스 창단 전까지 제자 이연수 감독의 성균관대에서 인스트럭터로 학생들을 지도하던 김 감독은 박정음에게 “하체를 이용해 타격하라”라는 주문을 한 바 있다. 박정음에게 그 부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단순히 상체만으로 타격하지 말고 타격 시 턴하는 듯한 동작으로 회전력을 이용하라고 하셨어요. 왼 다리를 약간 들었다가 타이밍을 맞춰 제자리 턴을 할 때 단순히 팔로만 타격하는 것이 아니라 하체에서 비롯된 원심력을 상체로도 잘 전달해 결국은 몸 전체를 이용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한 달 가량 감독님께도 지도를 받았습니다”. 그 당시의 기억을 오롯이 현재까지 갖고 있는 박정음의 설명이었다.

아직 1군 데뷔 기회를 갖지 못한 박정음에게 동기생들의 1군 무대 성공은 부러움 그 자체다. 동갑내기인 2루수 서건창은 어느새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어 MVP 영광을 안았다. 서건창을 부러워하던 박정음은 지난해 강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으로 떠오르는 동시에 삼성에 없어서는 안 될 외야수로 자리한 박해민의 이야기를 꺼냈다. 박정음과 달리 박해민은 신고선수로 입단했으나 어느덧 우승팀 삼성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로 자리를 굳혔다.

“사실 많이 친한 동기생은 아니에요. 같이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은 없으니까요. 제가 뽑히면 박해민이 안 뽑히고 제가 안 뽑히면 박해민이 대표팀에 뽑히더라고요. 그런데 박해민의 1군 무대 모습을 보면서 정말 부러웠어요. 작전수행능력도 좋고 외야수비도 좋으니 선발 출장을 통해 기회를 많이 얻고 또 잘했잖아요. 저와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한 만큼 박해민의 경기 모습은 특히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체격으로도 알 수 있듯 박정음은 호쾌한 미국 스타일의 야구를 하는 선수는 아니다. 섬세한 기술과 재치를 요하는 일본 야구 스타일의 야수. 그만큼 박정음은 “생각하는 야구와 섬세한 야구를 잘 하기 위해 더욱 연구하고자 노력 중이다”라며 선수로서 궁극적 목표를 묻자 “오랫동안 부상 없이 좋은 활약을 펼치는 외야수가 되고 싶다. 유한준 선배의 외야수비를 보면서 자주 감탄하게 되는 데 보고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어색하게 웃던 박정음의 눈빛은 선수로서 최종 목표를 답하며 가장 반짝였다.

[사진] 박정음 ⓒ 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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