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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김광현-강민호 책략, 일본은 꿰뚫었다

작성일: 2015.11.09 06:00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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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삿포로, 박현철 기자] “체인지업은 위험할 것 같아요. 대신 커브나 스트라이크 존을 걸치는 슬라이더를 주문해서 (김)광현이의 승리를 돕고 싶어요.”

포수 리드를 결과론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은 것일까. 누구나 뻔히 아는 리드를 펼치지 않는 한 포수는 투수와 팀 승리를 위해 연구하고 고심한다. 그리고 투수는 포수 리드를 자신의 성향과 맞춰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상대가 이 수를 준비하고 대응한다면 결국 질 수 밖에 없다. 김광현(27, SK 와이번스)-강민호(30, 롯데 자이언츠) 배터리가 일본을 이기기 위해 세웠던 전략. 그러나 더 노련했던 일본 타선은 대비책을 세워 이를 꿰뚫었다.

한국은 8일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제1회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일본과 개막전에서 0-5로 졌다.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닛폰햄)가 6이닝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봉쇄했고 2회 한국의 불운을 틈 타 먼저 점수를 올렸고 경기 중, 후반 쐐기점을 더하며 한국의 추격 의지를 끊었다. 설욕을 준비한 '일본 킬러'로 기대를 모았던 김광현은 2⅔이닝 82구 5피안타 3탈삼진 2볼넷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김광현은 이 경기를 매우 진지하게 준비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09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일본전에서 1⅓이닝 7피안타 8실점으로 무너지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4강전 8이닝 2실점 승리로 얻었던 '일본 킬러' 수식어를 선배 봉중근(LG)에게 양보했던 아픔이 있기 때문. 국제 대회와 KBO 리그에서 자주 썼던 포심 패스트볼-슬라이더 패턴에서 약간 변화를 주며 일본 공략을 노렸다.

지난 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 슈퍼시리즈 1차전에서 호흡을 맞춘 강민호는 김광현의 3이닝 3피안타 무실점을 도우며 공을 체크했다. 김광현 맞춤형 리드를 연구한 강민호는 8일 일본전을 앞두고 리드 책략을 이야기했다. 물론 경기 전 '영업 비밀'을 발설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가 잘 끝났을 경우 김광현-강민호 배터리의 책략 비밀을 풀기 위한 것이다.

“빠른 공 위주 리드보다 완급 조절을 중시한 리드를 펼칠까 합니다. 체인지업은 좀 위험한 것 같아요. 대신 커브나 스트라이크존 모서리를 걸치는 슬라이더 등을 주문하려고 해요.” 1회말 김광현은 선두 타자 아키야마 쇼고(세이부)를 시속 136km 슬라이더 낮은 유인구로 삼진 처리했고 2사 1, 3루에서 쓰쓰고 요시토모(요코하마)에게 바깥쪽  시속 136km  슬라이더를 던져 2루 땅볼로 일축했다. 커브도 이전 경기보다 좀 더 많이 던진 편이었다. 강민호가 말한 완급 조절에도 신경을 썼다.

그러나 김광현의 슬라이더가 통한 장면은 여기까지였다. 2회말 나카타 쇼(닛폰햄)가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출루한 뒤 마쓰다 노부히로(소프트뱅크)는 초구 몸쪽 시속 130km 슬라이더를 거르고 2구 포심 패스트볼도 거른 뒤 3구 째 시속 146km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우전 안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뒤를 이은 히라타 요스케(주니치)는 5구 째 버스터 파울 후 6구째 몸쪽 낮은 시속 134km 슬라이더를 흘려 보내며 3-2 풀카운트를 이끌었다. 그리고 8구째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3루 베이스를 맞고 굴절되는 1타점 2루타를 기록했다.

2회말 1사 2, 3루에서 아키야마도 몰린 3구째 슬라이더만 커트했을 뿐,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3회말 4번 타자 나카무라 다케야(세이부)는 4구째 바깥쪽 시속 128km 슬라이더를 흘려 보내고 5구째 몰린 시속 125km 슬라이더를 좌전 안타로 연결했다. 3회말 나카타도 두 번은 속지 않으며 6구째 시속 143km 포심 패스브볼을 공략해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낮으면 참고 몰리면 그제서야 스윙했다.

경기 후 고쿠보 히로키 일본 대표팀 감독과 2번 타자로 나서 김광현으로부터 볼넷과 희생플라이를 친 사카모토 하야토(요미우리)가 공략 비결을 이야기했다. 고쿠보 감독은 김광현에 대해 “포심 페스트볼-슬라이더가 좋은 투수다. 대신 낮은 슬라이더, 특히 오른손 타자의 몸쪽 슬라이더에 방망이가 나가지 않으면 충분히 공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우리 안타는 가운데로 몰린 공으로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2회 히라타와 3회 나카타의 슬라이더 후 포심 패스트볼 공략이 그 예다.

사카모토는 이나바 아쓰노리 타격 코치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이나바 코치는 야쿠르트와 닛폰햄에서 중심 타자로 활약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닛폰햄 시절 베테랑 주포로서 WBC 대표팀에 뽑히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사카모토는 낮은 슬라이더를 흘려 보내면 결국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는 공이 오니 투구수 증가와 적절한 노림수 타격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이나바 코치의 지도를 김광현 공략법으로 꼽았다.

“경기 전 이나바 코치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결정적이었다. 낮은 슬라이더는 스윙하지 않으면 공략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씀하셔서 염두에 두고 경기에 나섰다.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일본 타선은 낮고 빠르게 오는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거르고 몰리는 공이 왔을 때 주저하지 않고  스윙했다.

김광현과 강민호가 계획한 패턴이 나빴다고 볼 수는 없다. 김광현은 자신이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공과 고교 시절 주 무기였던 커브로 장점 특화 투구를 보여 주려고 했고 강민호도 김광현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리드를 펼치고자 했다. 결과가 좋았다면 이는 묘책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몸쪽 낮은 슬라이더는 버리고 기다렸다가 몰리는 공이 왔을 때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전략을 선택해 승리했다. 상대 배터리를 꿰뚫어 본 일본의 모험이 성공한 8일 한일전이다.

[사진1] 강민호-김광현 ⓒ 삿포로, 한희재 기자.

[사진2] 사카모토 하야토 ⓒ 삿포로,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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