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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륙피겨 특집] 韓 남자 피겨, "선수 부족하지만 이겨내야죠"

작성일: 2015.02.04 03:48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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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V NEWS=조영준 기자] 특정 종목의 '강국'이 되려면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국제대회의 성적은 물론 선수층과 저변 그리고 유망주들을 육성하는 시스템이 탄탄해야 비로소 '강국'이라 말할 수 있다.

김연아(25)의 등장으로 인해 한국 피겨는 음지를 벗어났다. 그러나 양지의 가운데로 들어가는 길은 여전히 까마득하다. 남자 피겨의 선수 부족은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고 있다. 지난달 초에 열린 제69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남자 선수들은 시니어(9명)와 주니어(3명)를 합쳐 총 12명에 불과했다.

한국 피겨의 미래를 생각할 때 주니어 선수가 3명밖에 없었다는 점은 심각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했지만 한국 남자 피겨의 저변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남자 선수들은 여자 선수들과 비교해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 20세가 넘으면 군 문제가 걸려있다. 태극 마크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국가대표 자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포기하고 군에 입대해야 한다.

오랫동안 한국 남자 피겨의 간판으로 활약한 김민석(22, 고려대)은 이번 종합선수권과 전국체전을 끝으로 은반을 떠난다. 최소 20대 중반까지 활동할 수 있는 남자 선수를 생각할 때 22세에 은퇴를 선언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오는 5월 19일 입대 예정인 김민석이 떠나면 이준형(19, 수리고)과 김진서(19, 갑천고)가 맏형 역할을 한다.
 

- 이번 4대륙선수권의 목표는 쇼트프로그램을 깨끗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대회는 2번 출전했는데 성적은 그렇게 좋지 못했어요. 원인은 쇼트에서 부진했기 때문이죠. 이번 사대륙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제 순번이 앞 그룹이 아니라 대비를 잘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쇼트프로그램을 잘하면 프리스케이팅도 부담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느새 한국 남자 피겨의 '맏형'이 된 이준형은 대기만성형 스케이터다. 그의 경력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한걸음씩 정진해왔다. 7살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준형은 한국 남자 피겨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이준형은 피겨 지도자인 어머니 오지연 씨의 영향을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오 씨의 지도아래 조금씩 성장했고 점프를 빠르게 익히는데 연연하지 않았다. 스케이팅을 비롯한 기초 과정을 탄탄히 밟은 뒤 먼 안목을 내다보며 조금씩 성장했다.

이러한 행보는 결실을 맺었다. 2011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6차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남자 피겨 사상 ISU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나온 최초의 메달이었다. 또한 지난해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니어 그랑프리 첫 메달리스트였던 그는 최초의 우승자가 됐다. 그리고 한국 남자 싱글 사상 처음으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지난달 열린 종합선수권대회 정상에 등극한 이준형은 한국 남자 싱글의 간판이 됐다. 하지만 본인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이준형은 "주니어 대회와 시니어 대회는 차원이 다르다. 시니어 선수들의 연습 장면을 봤는데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차기 시즌부터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한다. 국제대회에서 시니어 선수들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이준형은 오는 10일부터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사대륙선수권에 출전한다. 이번 대회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뉴 유즈루(일본)를 비롯한 일본의 유명 스케이터 몇 명이 불참한다. 하지만 쟁쟁한 선수들은 수두룩하고 4회전 점프를 구사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준형의 1차적인 목표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선전하는 것이다. 또한 ISU 공인 개인 최고점수(203.92점)를 넘는 것이다.

그동안 이준형에게는 자신을 이끌어주는 든든한 선배가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절친하게 지내온 김민석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반을 떠난다. 이준형은 "(김)민석이 형은 매사에 열심히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형은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남자 피겨를 여기까지 이끌어 왔다. 형 때문에 곁에서 기술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석의 '맏형' 자리를 물려받는 이준형은 피겨의 길을 선택하려는 남자 후배들에게 의미 있는 충고를 남겼다.

"오래 스케이트를 타려면 무엇보다 이 일을 스스로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위에서 시켜도 본인이 싫으면 소용이 없죠. 정말 피겨를 스스로 좋아해야만 오랫동안 선수로 남을 수 있습니다"

- 피겨 선수들 중 아프지 않은 선수는 없죠. 저도 이런 저런 부상이 있었는데 그래도 국제대회에 꾸준히 참가한 점은 큰 도움이 됐습니다. 국제심판 분들 중 저를 알아보시는 분도 계셨어요.(웃음) (이)준형이 형 같은 좋은 경쟁자가 있었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죠. 현재 국내에는 남자 선수들이 많지 않지만 저 스스로는 이 일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선수로 남고 싶어요.

어린 시절의 김진서는 매우 활동적인 소년이었다. 운동을 특히 좋아했던 그는 축구도 잘했고 줄넘기 대회에 출전해 입상한 경험도 있다. 운동신경이 남달리 뛰어났던 그가 선택한 종목은 피겨스케이팅이었다.

김진서는 비교적 늦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선수의 길을 걸었다. 본격적으로 점프를 익히기 시작한 그는 2달 만에 트리플 5종 점프를 정복했다. 그리고 피겨 입문 3년 만에 트리플 악셀까지 완성시키며 국내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러한 '초고속 성장'은 빛과 함께 그림자도 동시에 존재했다. 이후 김진서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고 순식간에 익힌 점프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김진서는 "빠른 기간에 점프를 익힌 시기가 있었지만 천천히 발전하는 기간도 필요했다. 한 가지 점프가 흔들릴 때 다른 점프에 문제가 생길 때도 있었다. 최근 중요한 시간을 보냈고 앞으로 꾸준히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서는 지난 2012년 ISU 주니어 그랑프리 3차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준형 이후 두 번째로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값진 메달이었다. 지난해 3월에는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16위에 올랐다. 이 대회에서 202.80점을 받으며 국내 남자 선수 최초로 200점을 돌파했다.

2014 소치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세계무대에 출전할 기회는 많이 남아있다. 김진서는 이번 사대륙선수권에 출전해 개인 최고점(207.34)에 도전한다. 또한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자신의 기량을 점검할 예정이다.

김진서는 지난달 열린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 곡을 변경했다. 이번 사대륙선수권에서 연기하는 쇼트프로그램 '재즈 메들리'는 스테판 랑비엘(스위스, 2006 토리노올림픽 은메달)의 작품이다. 김진서와 랑비엘은 아이스쇼를 통해 인연을 키워왔다. 정상급 스케이터들과 함께 무대에 선 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힌 그는 "국제 대회에 출전할 때 아이스쇼에서 만났던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반겨주셔서 힘을 얻는다. 아는 사람이 없는 것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표현력과 스케이팅 보완도 김진서의 과제 중 하나다. 쿼드러플(4회전) 점프도 준비 중이기 때문에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차기 시즌 이 기술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아이스쇼를 통해 세계적인 남자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히면서 "사대륙선수권에서 후회 없는 연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 경북 대구에서 피겨를 시작해 지금은 어머니와 함께 서울에 머물고 있습니다. 피겨 선수로 활동하기 위해서죠. 이번 사대륙선수권은 제가 지금까지 출전했던 국제대회 중 가장 큰 무대입니다. 목표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잘해서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하는 것입니다.

2012년부터 국내 남자 피겨는 이준형과 김진서의 '2강'구도로 진행됐다. 이들과 더불어 2009년과 2010년 종합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김민석과 2011년 정상에 오른 이동원(19, 과천고)이 상위권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다.

여자 선수들과 비교해 남자선수들의 순위는 큰 변동이 없었다. 항상 출전하는 몇몇 선수들 외에 새로운 얼굴이 쉽게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에서 올라온 한 소년이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 변세종은 2011년 종합선수권대회 노비스 부분에 출전해 1위에 올랐다. 이후 2012년과 이듬해에는 주니어 선수로 종합선수권에 도전했지만 모두 4위에 그치며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변세종이 가능성을 보인 것은 국제대회다. 2013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안트로피에 출전한 그는 주니어 남자싱글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한 이듬해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아이스챌린지대회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올 시즌부터는 ISU 주니어 그랑프리 무대에 도전했다. 지난해 9월 체코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3차대회에 출전해 종합 9위에 이름을 올렸다. 변세종은 이준형의 지도자인 지현정 코치 밑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이준형을 보고 많은 것을 배운다고 털어놓은 변세종은 "(이)준형이 형은 스케이팅이 좋고 스케이트를 멋있게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변세종은 지난해 12월에 열린 전국 랭킹전에서 3위에 오르며 사대륙선수권 출전권을 확보했다. 열심히 노력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밝힌 그는 "사대륙선수권은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목표는 쇼트프로그램을 잘해서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하는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사진 = 이준형 김진서 변세종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그래픽 = 김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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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대회일정 : 2월 10일~2월 15일
장소: 서울 목동아이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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