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 받은 연습생' KBO 어두운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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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V NEWS=박현철 기자] 억대 연봉자가 140명에 이를 정도로 주전 선수들의 지갑은 두꺼워지고 잔고도 두둑해졌다. 그러나 그 반대편을 돌아보면 신인 지명을 받고도 쉽게 말해 연습생인 '육성선수'로 신분이 전환되어 짧지 않은 시간을 퓨처스리그에서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하는 선수들도 있다. 속사정이 있어 신분이 바뀐 것도 있으나 어엿하게 신인 지명을 받고도 육성선수 신분이 된 신인이 무려 51명이나 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5시즌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지난 1월31일 10개 구단이 등록한 선수 명단을 12일 오전 공식 발표했다. 선수 총원 628명으로 이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가장 많은 숫자다. 팀이 10구단으로 늘어난 만큼 시장도 커졌고 선수들도 많아졌다. 평균 연봉도 1억9325만원에 억대 연봉 선수가 140명. 일반인들에 비해 자기 시간을 누리기 힘들어도 프로야구 선수라는 직업도 엄연히 부의 상징으로 부를 만 하다.
그러나 찬란한 빛 뒤의 어둠도 그만큼 짙다. 1군 무대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퓨처스리그 유망주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지난해 8월 정식으로 신인지명을 받고 들어온 선수들 중 무려 51명이 지난해까지 신고선수 명칭이던 육성선수로 포함되었다. 육성선수는 선수단 등록 최대 한도인 65명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만큼 정식 등록 선수들에 비해 신분이 불안정하다.
지난해 드래프트를 통해 신인 지명을 받은 선수는 총 115명이다. 이 가운데 세 명은 대학 진학을 선택해 112명이 프로 구단에 입단했는데 절반에 가까운 51명이 육성선수 신분이 되었다. 비율은 45.5%로 굉장히 높다. 최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일부 구단에서 이러한 편법을 썼는데 어느새 이러한 경향이 점진적으로 퍼진 형국이다.
속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65명의 최대 한도가 정해진 가운데 어느 순간 트레이드와 방출로 이적한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구단들이 트레이드를 꺼려하고 임의탈퇴 등으로 선수들을 묶는 경우가 많다. 육성선수의 경우 대부분 프로야구 최저 연봉 한도(2700만원) 정도만 급여로 지불하면 되는 만큼 구단은 돈을 아낄 수 있다. 대신 육성 선수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도장을 찍어야 한다. 엘리트 체육 체계 하에서 야구 외 다른 일을 찾는 재사회화가 아직도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육성선수 신분으로 한정할 경우 2차 드래프트 등에서 타 구단의 레이더망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2013시즌부터 두산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구단들이 3군까지 운영하면서 퓨처스리그 엔트리 규정까지 생겼고 다른 구단에 노출하고 싶지 않은 진흙 속 진주를 3군에 넣고 대학팀과의 연습경기에 출장시키며 몰래 키우는 경우도 있다. 2차 드래프트 등으로 주목 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가 생겼다고 해도 또다른 편법이 자행되는 셈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신인을 육성선수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 KIA 1차 지명으로 입단한 투수 이민우(경성대 졸업)의 경우는 입단과 함께 수술대에 올라 당장 경기 출장이 어려운 상황. KIA에서는 이민우가 재활하는 동안 병역을 해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특수한 케이스가 아님에도 신인을 육성선수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프로 구단만 비난할 수는 없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프로 스카우트들은 “유망주 선수들의 체격이나 운동능력은 대체로 상향 평준화되고 있으나 기술적인 측면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과거에 비해 보완점이 너무 많다”라고 토로했다. 그만큼 프로에서 단시간 내에 활용할 즉시 전력감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게다가 2011년부터 격년제로 2차 드래프트가 치러지는 데 이 과정에서 선수의 데뷔팀이 계약금과 1,2년차 연봉만 주고 유망주를 제대로 써먹지도 못한 채 타 팀으로 보내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다. 따라서 프로 구단들이 신인 지명자의 육성선수 전환을 통해 제도의 허점을 교묘하게 피하는 편법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분만 바뀔 뿐 그것이 무슨 차이인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예로 육성선수는 장비 스폰서 등은 제대로 기대할 수 없다. 신고선수가 아닌 정식선수로 뛰다 퓨처스리그에서 은퇴한 후 프런트에 재직 중인 한 야구인은 "야수로 뛰었는데 1년용으로 배트 세 자루가 제공되었다. 경기하고 연습하다 모두 부러지면 그 때부터는 월급에서 장비 금액이 차감되어 입금되더라"라며 선수 생활 당시를 회상했다. 연봉 2700만원도 세전 금액이다.
또한 최근 신고선수들이 갑작스레 방출된 일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육성선수는 자칫 부상이라도 당할 경우 그대로 입원과 함께 팀을 떠나야 한다.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넥센의 주전 2루수이자 타격왕, MVP가 된 서건창이 그렇게 LG를 떠나야 했다.
거의 모든 야구 선수들은 어린 시절 '프로 무대에서 좋은 활약으로 주목을 받고 싶다'라는 마음을 갖고 학원 야구에 임한다. 그리고 취업률 10% 남짓의 난관을 뚫고 지명받는 일은 당연히 축하받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정식으로 취업문을 뚫고도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자신도 예상치 못한 순간 갑자기 끝나는 인턴 인생을 살아야 한다면 이것까지 축하해야 할까. 이런 현상까지 '인생이 다 이런거야'라고 젊은이들에게 강요해야 할까.
[사진] 그래픽 김종래 ⓒ SPOTV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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