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쓱크랩북]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하다… SSG, 지난 5년간의 ‘2인 3각’
작성일: 2021.08.09 19:3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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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코치에게 이런 정보를 전달하는 건 주로 데이터분석실 한승진 매니저가 맡는다. 한 매니저는 SSG 데이터분석실에서 투수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한 매니저가 선수들의 데이터와 영상을 매의 눈으로 쫓아 영상을 정리하면, 조 코치를 비롯한 관련 코칭스태프가 이를 받아 분석에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코칭스태프의 기술 코치와 데이터분석실의 토론도 이어진다. 어떤 부분은 고치고, 어떤 부분은 참고용으로 이야기하고, 어떤 부분은 그냥 놔둔다. 어느 한 명의 생각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모여 하나의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결정된 사안은 선수와 끊임없는 피드백을 거친다. 데이터의 시대에 모든 것이 뚝딱 결정되고 고쳐지는 것 같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힘이 필요한 일이다.
뭔가 이상적인 그림 같다. 그러나 사실 모든 시스템 구축에서 그렇듯 쉽게 만들어진 현실은 아니었다. 오랜 기간 전력분석에서 일한 한 매니저는 “지금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지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고 과거를 아련하게 돌아본다. 초창기부터 이 과정을 함께 한 한 매니저의 회상에는 SSG가 지난 5년간 겪었던, 꽤 아팠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서로가 만든 설계도, 언어가 달랐다
모든 팀에 전력분석파트는 있다. 매 경기 팀당 2명 이상의 전력분석원들이 선수들의 몸짓을 따라다닌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이 전력분석파트가 고도화되기 시작한 건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다. 단순히 숫자를 정리하는 업무를 넘어 트래킹 데이터를 해석하기 시작한 건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심지어 SSG는 조금은 후발주자였다.
SSG가 데이터의 수집과 해석이라는 트렌드에 주목한 건 5~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데이터팀 창설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민경삼 당시 단장(현 대표이사), 그리고 류선규 당시 전략기획팀장(현 단장)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런 여건을 갖춘 건 아니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장비와 인력 모두가 초라했다. 예산도 넉넉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장비를 막 입사한 신입사원 1~2명이 다뤘고, 대다수는 지나간 일에 대한 숫자의 분석과 앞으로의 미래 예측에 쏠렸다.
처음에는 SSG도 데이터에 대한 장밋빛 환상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지금, 예상보다 더 험난한 과정이었음을 관계자들은 부정하지 않고 시행착오를 인정한다. 장비와 같은 ‘하드웨어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오히려 더 힘든 건 내부적인 ‘소프트웨어적’ 문제였다.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들은 주로 통계와 분석에 능한 비선수 출신들이었다. 반대로 이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적용해야 할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 밝지 않은 선수 출신들이었다.
같은 밑그림과 설계도를 바라봐야 하지만, 그 밑그림과 설계도를 쓰는 ‘언어’가 달랐던 셈이다. 평생 야구장에서 공을 치고 던진 코칭스태프는 A4 용지에 빡빡하게 적힌 숫자와 그 숫자를 이루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반대로 그라운드에서의 경험이 별로 없는 프런트는 현장의 감에 어두웠다. 슬라이더를 어떻게 던지는지, 타격의 매커니즘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체험’하지 못했던 이들은 현장의 말과 요구를 직감적으로 알아차라기 쉽지 않았다. 그렇게 애써 수집된 데이터가 사장되는 일도 있었다.
금방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고, 모든 과정은 인내를 가지고 조금씩 조금씩 이뤄지기 시작했다. 우선 프런트가 현장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몸을 던지기 시작했다. 데이터분석실을 지휘한 류 단장부터 현장 코칭스태프와 자주 미팅을 가지며 현장의 말을 듣기 위해 애썼다. 프런트 직원들도 ‘현장의 언어’로 소통하기 위해 사무실을 박차고 그라운드로 나갔다. 한 매니저는 그 과정이 자그마치 4년이나 걸렸다고 이야기한다.
한 매니저는 “지금 조직에 있는 비선수 출신 분석팀 파트너들이 선수들과 현장에 들어가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전에는 현장을 서포트하는 정도였다. 어떤 게 만들어져서 나오면, 그냥 전달하기 급급했던 것이다. 경로를 통해서 가다보니 시간도 오래 걸렸다”고 떠올리면서 “그런데 1년, 2년, 3년 지나고 하다 보니 현장에 조금씩 녹아들었다. 이제는 파트너들이 코치님들한테 주저하지 않고 간다”고 5년 사이 달라진 현실을 이야기했다.

데이터 홍수 시대, 결국은 사람이다
처음에는 일부 기술코치들도 자신이 생각하는 현실과 다른 지점을 말하고 있는 데이터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데이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코칭 기술은 그들의 현역 시절에는 전혀 배워보지 못한 것이었다. 싫은 건 아닌데 난감했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지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코치들도 공부하기 시작했고 최신 데이터 트렌드에 대해 먼저 묻는 코치들도 생겨났다. 더 이상 SSG의 코칭스태프에 “야구 해봤어?”라는 삐뚤어진 심리는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들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렇게 서로의 언어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발이 맞지 않아 자꾸 넘어졌던 2인 3각이 비로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이제 10개 구단이 수집하는 데이터의 양과 질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모든 구단들이 비슷한 장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데이터 중에서 얼마나 핵심을 뽑아내고,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인 시대다. 그 차이가 팀의 성패를 가른다. SSG도 프로세스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데이터 파트는 정제된 언어를 코칭스태프에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코칭스태프는 그 데이터를 치열하게 고민해 답을 내려고 치열하게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서로 묻고 정보를 공유한다. 조 코치와 한 매니저가 한몸처럼 움직이는 이유다.
한 매니저는 “트래킹 데이터, 클래식 데이터, 영상 등은 무궁무진하다. 이 많은 것 중 선수들과 코치들이 알아보기 편하게 핵심을 걸러내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했다. 올해부터 SSG도 바이오매커닉 파트를 신설하면서 투수 파트의 일은 두 배가 됐다. 그러나 한 매니저는 자신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해 더 노력하는 코칭스태프를 보며 힘을 얻는다고 웃는다.
조웅천 코치 또한 데이터의 힘을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조 코치는 “투수들은 일관성이라는 게 있다. 좋았을 때의 데이터 자료나 영상, 그리고 최근 부진했을 때 영상을 파악하고 상대 비교를 한다. 데이터 분석실에서 업데이트해서 해준다”면서 “이 선수가 눈으로 보는 것과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다. 차이가 있다. 우리가 미처 못 보고 캐치를 못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선수들도 폭넓게 근거를 가지고 해야 받아들인다”고 데이터분석실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지난 5년의 시행착오에서 만들어진 가장 값진 성과는 데이터의 양과 질이 아닌, 바로 서로에 대한 ‘존중’이었다.
한 매니저는 “전력분석실의 파트너들도 스스로의 경험이 쌓이니 데이터를 간단하게 요약하는 스킬이 많이 쌓인 것 같다. 현장의 언어로 소통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조 코치는 “데이터 분석실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해준다. 이제는 우리를 불러서 ‘아, 오늘 이 선수 던지는 걸 조금 보여드리려구요’라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한 매니저가 “4~5년 정도가 걸려, 현장과 커뮤니케이션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조 코치는 “우리가 거부감을 안 느끼고 한다면 자리를 잘 잡은 것이다”라고 껄껄 웃었다.
조 코치는 “우리 전력분석팀의 장점은 분석팀과 선수와의 관계를 떠나 형·동생 같은 가족적인 분위기다. 부드럽게 이끌어주고 설명을 해준다. 조금 더 선수들이 이해하기 쉽게, 팩트로만 가지고 설명한다. 선수들이 받아들이기 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코치는 데이터가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결국 그것을 움직이는 건 사람의 힘이고, 그 사람 사이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조 코치의 이야기를 들은 한 매니저는 “코치님들이 시도를 먼저 하게끔 해주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업무를 하면서도 뭘 하나 더 찾게끔 분위기를 유도해주신다. ‘한 번 해보자’라는 게 첫 번째다. 스태프들이 다음을 궁금하게 만들면서 일을 하게 만들어주신다”고 고마워했다. 그들은 그렇게, 이제는 같은 설계도에서 집을 짓기 시작하고 있었다. 앞으로의 5년은 그 성과를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SSG 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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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기자 skullbo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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