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박건우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솔직히 홀가분하면서도 너무 늦지는 않았나 생각이 들었어요."

두산 베어스 박건우(31)는 6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개인적으로 특별한 기록을 세웠다. 3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 맹활약으로 4-3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물론, 개인 통산 1000안타를 달성했다. KBO리그 통산 109번째 기록이다. 

기록을 달성한 순간 박건우는 친구들을 먼저 떠올렸다. 박건우는 2009년 두산에 입단했을 때부터 '90 트리오'로 불리는 1990년생 동갑내기 허경민, 정수빈과 늘 함께였다. 

경기장 안팎에서 언제나 의지하는 친구 사이지만, 냉정한 프로 무대에서 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었다. 정수빈은 2009년 입단하자마자 1군 붙박이로 자리를 잡았고, 허경민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시즌 동안 1군 경험을 쌓은 끝에 주전 3루수로 도약했다. 박건우는 두 친구보다 늦은 2015년에야 본격적으로 1군에서 기회를 얻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 주전으로 뛰었다. 

그러다보니 1000안타 달성도 가장 늦었다. 정수빈이 지난해 10월 24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세 친구 가운데 가장 먼저 1000안타를 달성했다. 허경민은 올해 4월 1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1000번째 안타를 쳤다. 정수빈은 KBO리그 역대 104번째, 허경민은 105번째였다. 

박건우는 출발이 늦은 대신 두 친구보다 빠르게 더 많은 안타를 생산하며 1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1군 905경기 만에 이룬 기록이다. 통산 타율 0.327(3059타수 1000안타)가 이유를 말해준다. 

박건우는 "1000안타는 의미 있는 기록이니까 기쁘다. 한편으로는 친구들은 이미 1000안타를 넘어서 더 높은 기록으로 가고 있는데, 조금 늦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친구들과 발맞출 수 있게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을 마치면 박건우는 FA 자격을 얻는다. FA 요건 역시 친구들 가운데 가장 늦게 채웠다. 정수빈과 허경민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어 두산 원클럽맨의 길을 선택했다. 정수빈은 6년 56억원, 허경민은 4+3년 85억원 장기 계약을 맺고 두산 잔류를 선택했다. 두산은 정수빈과 허경민이 현재와 미래의 연결고리이자 중심축이 되길 바랐다. 

박건우의 가치를 예상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박건우를 살피는 움직임은 있지만, FA 시장이 열려야 본격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볼 수 있다. 모든 구단이 탐낼 만한 거포 외야수 두산 김재환과 NC 나성범이 함께 FA 시장에 나오는 것도 박건우의 몸값 예측을 어렵게 한다.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해도 박건우가 매력적인 FA인 것은 분명하다. 박건우는 몇 차례 FA 유출로 장타력이 떨어진 현재 두산 라인업에서 김재환, 양석환, 페르난데스 등과 함께 중심을 잡고 있다. 올 시즌 타율은 0.333(387타수 129안타)로 팀 내 1위다. 2016~2017시즌까지 5할 후반대였던 장타율이 올해는 0.444까지 떨어진 했지만, 안타 생산력은 여전하다. 수비도 빠지지 않는다. 우익수로서 강한 어깨를 자랑하고, 중견수 수비도 가능하다. 

친구들보다 언제나 늦은 박건우였지만, 몸값은 최고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 시즌 뒤 박건우의 겨울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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