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광점퍼를 걸쳐입은 LG팬들이 19일 잠실 키움전에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잠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모두가 잠 못 이룰 운명의 하루가 밝았다.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울어야 하는 야속한 날. 추격자 LG 트윈스로선 ‘기적’이라는 단어가 필요한 하루다.

LG는 2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4-1로 이겼다. 선발투수 임찬규가 4⅔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한 가운데 타선이 모처럼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승리를 챙겼다.

의미가 남다른 하루였다. 3위 LG는 1위 혹은 2위 탈환을 위해선 일단 이번 롯데와 2연전을 모두 잡아야 했다. 그리고 난 뒤 공동 1위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패배가 필요했다. 만약 삼성과 kt가 남은 2경기 중 1게임이라도 이기면 LG는 3위로 이번 가을야구를 임해야 했다.

높지 않은 확률이었다. LG 류지현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오늘은 투수진을 어떻게 운영한다기보다는 모든 전력을 쏟아붓는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총력전 예고였다.

이는 곧 실행으로 옮겨졌다. LG는 1-0으로 앞선 5회초 2사에서 선발투수 임찬규를 내렸다. 승리요건까지 아웃카운트 1개만 남아있었지만, 주저 없이 교체를 단행했다.

승부수는 계속됐다. 이번에는 4-0으로 앞선 6회 필승조 정우영을 일찌감치 투입했다. 그리고 정우영은 대타 이대호를 3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위기를 막았고, 이어 2이닝을 무실점으로 처리했다.

마지막 카드는 마무리 고우석 조기투입이었다. 8회 2사에서 정우영을 내리고 고우석을 올렸다. 전날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1이닝을 던진 고우석은 첫 타자 김민수에게 좌전안타를 내줬지만, 대타 안치홍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이어 9회에도 무실점 호투하고 4-1 승리를 지켰다.

이렇게 LG가 어렵게 승리를 만드는 사이,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먼저 kt가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2-4로 패한 뒤 삼성마저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1-3으로 졌다. 그렇게 해서 LG와 1위 그룹 사이의 격차는 0.5경기로 줄어들었다.

이제 LG는 2위를 넘어 1위 탈환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만약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할 경우, 1994년 이후 27년 만의 감격을 맛보게 된다.

이날 경기가 열린 사직구장에는 적지 않은 LG팬들이 자리했다. 먼 원정이었지만, 혹시 모를 기적을 위해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LG의 가을야구를 상징하는 유광점퍼와 함께였다.

이제 마지막 운명의 하루가 밝았다.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이 열리는 30일 사직구장은 과연 유광점퍼의 날이 될 수 있을까. 1994년 우승 당시 주축 멤버였던 류지현 감독은 “이제 144경기 중 마지막 경기에서 순위가 결정되는데 우리 선수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최상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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