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완투수 노경은.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노경은(37)의 목소리는 그리 어둡지 않았다.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느껴졌다.

노경은은 28일 오후 사직구장을 찾았다.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마지막 만남. 이 자리에서 나온 최종 결론은 롯데 자이언츠와 이별이었다.

무적선수로 방황하던 2019년 11월, 롯데와 2년짜리 FA 계약을 맺고 KBO리그로 돌아왔던 노경은에게 다시 운명의 순간이 찾아왔다. 이날을 끝으로 롯데 유니폼을 벗기로 하면서 새 둥지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자유계약선수가 된 28일 연락이 닿은 노경은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말이었다. 나와 구단이 각자 원하는 방향이 서로 달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다. 다시 무적선수가 됐지만, 나를 원하는 곳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화곡초와 성남중, 성남고를 거친 노경은은 2003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 베어스의 1차지명을 받고 프로로 입단했다. 이후 선발과 구원을 오가다가 2012년 12승을 챙기며 생애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 고지를 밟았다.

그러나 노경은은 30대로 접어들면서 입지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결국 2016년 5월 고원준과 트레이드되며 롯데 유니폼을 입었고 선발과 롱릴리프로 활약했다.

노경은은 “롯데에서 정말 많은 기회와 사랑을 받았다. 동료들은 물론 구단 관계자들 그리고 팬들로부터 과분한 관심을 받아 행복했다”고 롯데에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봤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2018년 말 FA가 됐지만,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맺지 못해 무적선수로 2019년을 보냈다. 이 기간 호주 질롱 코리아에서 뛰는 등 어렵게 선수 생활을 이어간 노경은은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이번 겨울을 준비하는 각오도 남다르다”고 말했다.

이제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노경은은 이제 시장의 평가를 기다려야 한다. 갈수록 베테랑들이 외면받는 흐름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경은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노경은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래도 자신은 있다. 최근 낙동강 교육리그에서 직구 최고구속도 146㎞까지 나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투구폼도 바꿨다. 두산 시절의 짧았던 팔스윙을 가져가려고 노력 중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드니까 구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와 아쉽게 이별했지만 당분간 김해 상동구장에서 계속 몸을 만들 예정인 노경은은 끝으로 “내가 믿을 것은 몸뚱어리 하나뿐이다. 지금도 컨디션만큼은 쌩쌩하다. 또, 최근 10년간 큰 부상 없이 버텼다”고 웃으며 롯데맨으로서의 마지막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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