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이영하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나는 아직 젊다."

일주일 동안 6경기에 등판해 9⅔이닝을 책임지면서 124구를 던졌다. 두산 베어스 불펜에 이영하(24)가 없었다면, 7년 연속 가을 야구 진출도 4위를 지키기 위한 총력전도 불가능했다. 이영하는 1패면 순위가 바뀌는 긴장감 높은 경기에, 거의 매일같이 매번 승부처에 나오면서도 묵묵히 마운드를 지켰다. "나는 아직 젊다"는 패기와 함께.

두산은 최근 7경기에서 4승1패2무를 기록하며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지난 23일과 24일 3위 LG 트윈스와 더블헤더를 포함해 3경기를 치르면서 1승2무를 기록했고, 26일에는 6위 키움 히어로즈를 7-2로 꺾으며 4위를 사수했다. 27일과 28일 5위 SSG 랜더스와 맞대결에서는 1승1패로 선방했고, 29일 9위 KIA 타이거즈를 11-5로 누르고 가을 야구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이영하는 이 7경기 가운데 27일 SSG전을 제외한 6경기에 모두 나섰다. 최근 선발진이 붕괴된 탓이다. 원투펀치 아리엘 미란다(왼쪽 어깨 피로)와 워커 로켓(팔꿈치 수술)이 부상 여파로 일찍 시즌을 접었고, 최원준과 곽빈마저 5이닝 이상 버티지 못하는 날이 늘었다. 박종기, 최승용, 현도훈 등 대체 선발투수들이 나서는 날에는 불펜의 피로도가 더 높아졌다. 이영하가 등판한 6경기 가운데 선발투수가 5이닝 이상 버틴 경기는 28일 SSG전(곽빈 5이닝 2실점)이 유일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영하를 전천후로 활용했다. 선발투수가 4이닝 이상 버틴 경우에는 2번째 투수로 바로 붙여 1⅔이닝~2이닝을 던지게 했다. 7회 전후로 이영하가 이닝을 끌고 가면 이현승, 김명신, 홍건희, 김강률 등 필승조를 투입해 틀어막았다. 추격조를 쓰다가 막판에 승기를 잡은 경우에는 이영하를 마무리 투수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영하는 그렇게 최근 등판한 6경기에서 9⅔이닝을 책임졌다. 두산이 치른 최근 7경기에서 선발과 불펜을 통틀어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해 가장 긴 이닝을 기록했다. 선발로 2경기에 등판한 곽빈이 8⅓이닝으로 뒤를 이었다. 이영하가 없었다면 4승1패2무라는 성적은 불가능했다. 

젊은 패기일까. 이영하는 "정규시즌 막판이고 정말 중요한 시기다. 힘들다는 느낌보다는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야수 형들과 투수들 모두 힘든 게 사실이다. 나는 아직 젊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열심히 했다"고 답하며 웃어 보였다.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 때도 이영하를 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란다가 포스트시즌에 맞춰 합류할 수 있을지 아직 불투명하고, 30일 한화 이글스와 시즌 최종전에는 현재 선발진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인 최원준을 내보낸다. 미란다가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등판하기 어려우면 곽빈을 시작으로 불펜데이처럼 마운드를 운용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이영하의 몫이 매우 중요하다. 

이영하는 올해 선발로 11경기에 등판해 1승5패, 45이닝, 평균자책점 9.80으로 부진한 뒤 불펜으로 전향했다. 선발로 풀타임 시즌을 버티겠다는 목표가 흔들렸지만, 불펜에서 24경기, 4승, 2홀드, 1세이브, 33⅔이닝, 평균자책점 1.60으로 활약하며 아쉬움을 덜었다. 그래도 아직 "팀에 진 빚이 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두산은 30일 한화를 꺾어야 자력으로 4위를 확정한다. 이영하는 "내일(30일)도 꼭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대기할 것이다. 팀이 올가을 오래 야구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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