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팍에 몰린 삼성팬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구, 박성윤 기자] 왕조 이름에 먹칠을 한 지 6년. 삼성 라이온즈가 이름값에 어울리는 시즌을 보냈다.

삼성이 3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t 위즈와 1위 결정전에서 0-1로 졌다. 삼성은 76승 9무 60패 승률 0.566 정규 시즌 2위로 시즌을 마무리헀다.

1위 결정전에서 패배하며 다 잡은 1위 기회를 놓쳤지만, 전체를 보면 아쉬움보다는 환희가 더 큰 시즌이다. 지난해 8위였던 팀의 대반전이었다. 삼성의 레전드인 이승엽 해설위원을 제외하고 2위를 예상한 이는 거의 없다. 삼성의 올 시즌은 'KBO 리그 재기상'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위대한 한해였다.  

KBO 리그 역사에서 2010년대는 삼성과 두산 베어스 천하였다. 삼성은 2010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시작으로 2011년 류중일 감독과 함께 4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해 전인 미답의 통합 4연패에 도달했다.

채태인, 최형우, 박석민, 이승엽이 있는 삼성 타선은 강력했으며, 윤성환, 장원삼, 차우찬, 안지만, 오승환, 임창용 등이 버텼던 불펜진은 패배를 몰랐다. 2015년에도 삼성은 88승 56패 승률 0.611로 NC 다이노스를 제치고 정규 시즌 우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5년 막바지 원정 도박 사건이 터지며 주축 선수였던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 이탈했다. 국내 선발투수 에이스, 셋업맨, 마무리투수가 모두 빠진 상황에서 삼성은 두산에 왕좌를 내줬다.

이후부터 삼성의 추락은 시작됐다. FA(자유 계약 선수) 자격을 얻었던 주축 선수들을 하나씩 놓치기 시작했다. 박석민 이탈이 시작이었다. 2016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홈구장을 옮겼는데, 신축 구장 분위기와 삼성 성적은 어울리지 않았다. 삼성은 65승 1무 78패 승률 0.455로 9위에 머물렀다.

이어 최형우와 차우찬이 팀을 옮겼다. 삼성은 류중일 감독과 작별하고 김한수 타격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효과는 나오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운이 없었고, 국내선수들 기량도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부족했다. 2017년도 9위로 마쳤다.

2018년 외국인 선발투수 팀 아델만과 리살베르토 보니야가 170이닝 가까이 던지며 마운드를 지켰다. 좋은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이닝을 책임지는 외국인 선발투수였다. 덕분에 삼성은 5위 싸움을 벌였고, 경기차 없이 승률에서 밀려 6위라는 '그나마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상승 곡선은 해를 넘기지 못했다. 김한수 감독 마지막 시즌인 2019년, 허삼영 감독 부임 첫 시즌인 2020년에도 8위 머무르며 포스트시즌 구경에만 그쳤다.
▲ 삼성 라이온즈는 2위를 차지했다. ⓒ곽혜미 기자

왕조에 어울리지 않는 치욕의 세월. 그러나 모든 것에는 끝이 있었다.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kt 위즈, LG 트윈스와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였다. 최대 6경기 차이까지 났었던 kt와 차이를 따라 잡았고, 타이브레이커를 만들며 삼성 팬들에게 우승을 향한 희망을 안겼다. 1위 결정전에서 패했지만, 칭찬받아 마땅한 성적이었다. 

원정 도박 사건으로 무너진 왕조. 6년을 하위권을 맴돌며 생성한 '9-9-6-8-8'이라는 삼성에 어울리지 않는,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비밀번호가 끝내 자취를 감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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