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팬들이 30일 사직 롯데전을 가슴 졸이며 응원하고 있다. ⓒ부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LG 트윈스로선 기적을 바란 하루였다. 전날과 같은 드라마가 한 편 더 상영된다면, 1994년 이후 27년 만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이라는 감격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을야구를 방불케 하는 밤이었다. LG팬들은 30일 롯데 자이언츠전이 열린 사직구장으로 집결했다. 일말의 우승 가능성을 위해서였다. 어쩌면 이들에겐 이미 가을야구가 시작한 느낌인지도 몰랐다.

3위였던 LG는 만약 이날 롯데를 잡으면, 선두권 역전 희망을 키울 수 있었다. 공동선두 삼성 라이온즈 혹은 kt 위즈 중 하나라도 패하면 2위로 올라설 수 있었고, 둘 모두 지면 페넌트레이스 제패까지 가능했다.

전날 롯데전 승리로 희망이 부푼 LG팬들은 일찍부터 사직구장을 찾았다. 가을야구를 상징하는 유광점퍼와 함께였다.

분위기는 가을야구 이상이었다. LG와 트윈스의 이름이 크게 적힌 깃발을 펼치며 플레이볼 전부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홈팀 롯데팬들이 기죽을 정도의 위압감이었다.

이러한 열기는 경기 초반 내내 이어졌다. 특히 LG가 1회말부터 3회까지 연달아 득점권 주자를 내보내면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또, 이 사이 삼성과 kt가 나란히 고전하면서 우승 희망은 조금 더 싹을 틔웠다.

최고조는 5회였다. 1사 후 구본혁과 홍창기가 연속 볼넷을 얻어냈고, 서건창의 투수 땅볼로 2사 1·3루가 됐다. 이어 타석으로 들어선 김현수는 볼넷을 골라내 2사 만루를 만들었고, 채은성도 풀카운트 승부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기록해 1점을 뽑았다. 코로나19로 함성을 낼 수 없었던 LG팬들은 박수로 이를 대신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곧바로 이어진 5회 수비에서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가 안중열에게 좌월 동점포를 내줬다. 그리고 6회 3점을 더 허용하면서 1-4로 밀리게 됐다.

▲ LG 선수들과 팬들이 30일 사직 롯데전을 지켜보고 있다. ⓒ부산, 곽혜미 기자
롯데의 공세 수위가 높아질수록 3루측 관중석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경기 내내 서 있던 이들도 하나둘 앉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각, 삼성과 kt 모두 리드를 잡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즈음부터 뜨겁던 사직구장도 침묵으로 휩싸이게 됐다.

그래도 LG팬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깃발을 흔들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또, 8회 김민성의 중월 솔로홈런이 나왔을 때는 다시 기립하는 LG팬들도 볼 수 있었다.

이날 2-4 패배로 올 시즌을 3위로 마친 LG는 11월 4일부터 3전2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1차전이 열리는 곳은 잠실구장. LG팬들은 안방에서의 승리를 기약하며 부산 원정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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