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두산 베어스 박계범, 양석환, 강승호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이적생들은 자기 몫을 다 해줬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와 FA 보상선수로 영입한 내야수 양석환(30), 박계범(25), 강승호(27)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 선수가 얼마나 빠르게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를 잡느냐가 올해 성적을 결정한다고 봤다. 팀 내야의 핵심이자 중심 타자였던 오재일(삼성)과 최주환(SSG)이 FA 이적한 공백을 세 선수가 어느 정도만 채워주길 기대했다.

양석환은 감독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주전 1루수이자 5번타자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13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3(488타수 133안타), 28홈런, 96타점을 기록했다. 4번타자 김재환(27홈런, 102타점)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후반기 두산이 7위에서 4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원동력이 됐다. 

박계범은 베테랑 키스톤콤비 오재원과 김재호가 흔들릴 때 큰 힘이 됐다. 2루수 오재원이 시즌 개막과 함께 흉부 타박상으로 이탈했을 때 박계범이 빈자리를 완벽히 채워줬다. 유격수 김재호가 왼쪽 어깨 통증 여파로 자리를 비우고, 신인 유격수 안재석이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할 때는 박계범이 유격수로도 힘을 보탰다. 타격에서도 타율 0.267(322타수 86안타), 5홈런, 46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강승호는 출전 정지 징계를 마치고 5월부터 합류해 박계범의 부담을 나눴다. 주로 2루수로 뛰면서 허경민이 시즌 막바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3루까지 커버했다. 두산이 강승호에게 가장 기대한 것은 타격. 113경기에서 타율 0.239(301타수 72안타), 7홈런, 37타점을 기록했다. 복귀 초반은 실전 감각을 찾느라 애를 먹었지만, 후반기부터 조금씩 하위 타선에 무게감을 더하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박)계범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잘해줬다. (강)승호는 평소 기대보다는 못 미치지만, 충분히 앞으로 좋아질 가능성밖에 안 보인다. 좋은 점을 갖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기존 선수들이 컨디션이 안 좋고 주춤한 게 있었지 이적생들은 자기 몫을 다 해줬다"고 칭찬했다. 

이적생 3인은 이제 두산 미러클의 중심이 돼야 한다. 두산은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전망이 밝진 않다. 부상으로 이탈한 원투펀치 아리엘 미란다와 워커 로켓 없이 가을을 맞이한다. 

김 감독은 유희관, 장원준, 오재원 등 지난 6년 동안 한국시리즈 무대에 진출하는 영광을 함께했던 베테랑들을 과감히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이적생 3인을 비롯해 곽빈, 최승용, 권휘, 이교훈, 안재석, 박지훈 등 올해 자기 기량을 보여줬던 젊은 투수들과 야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쪽을 선택했다.

양석환은 포스트시즌 통산 8경기, 강승호는 9경기에 나선 경험이 있다. 박계범은 포스트시즌 출전 기록이 없다. 큰 경기 경험은 적지만, 후반기 빡빡한 순위 싸움을 하면서 동료들을 보고 배운 점은 많다. 

양석환은 "최근 가을 들어서 치고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확실히 대단한 팀이구나 생각했다. (강)승호나 (박)계범이랑 그런 말을 많이 한다. 그 친구들도 이 점을 인정했고, 팀에 많이 녹아들긴 했지만 조금 더 팀에 녹아들려고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포스트시즌 71경기를 경험한 가을 베테랑 정수빈은 후배들에게 "스스로 영웅이 돼라"고 조언했다. 양석환, 박계범, 강승호는 2021년 미러클 두산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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