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안우진 ⓒ 잠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뜬공 투수가 피홈런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드는 곳에서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 보여준 경기였다. 최고 157km 강속구를 앞세운 '뜬공 투수' 안우진은 비록 승리 요건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키움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안우진은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1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2-0으로 앞서던 7회 대타 김인태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교체됐다. 키움은 7회 이후 꾸준히 득점을 쌓으면서 결국 7-4로 이겼다.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타자를 윽박지르는 뜬공 유도형 투수 안우진에게 잠실구장은 자신의 기량을 100% 이상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야말로 안우진을 위한 판에서, 안우진은 자신이 왜 '악마의 재능'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지 보여줬다.

1회부터 5회 1사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았다. 3회에는 박세혁과 박계범, 강승호를 상대로 3연속 탈삼진을 기록하며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직구 구속, 구위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3회 박계범을 삼진 처리한 공이 157km, 4회 박건우를 돌려세운 공이 156km였다.

안우진은 올해 21경기에서 뜬공 아웃 109개, 땅볼 아웃 93개, 탈삼진 110개를 기록했다. 데뷔 후 꾸준히 땅볼보다 뜬공이 많은 뜬공 유도형 투수라 고척돔보다 잠실구장이 더 편한 환경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대로 두산 타선을 상대로 피홈런 우려 없이 마음껏 자기 공을 던졌다. 6이닝 동안 82구를 던졌는데 볼이 27개에 불과했다. 볼넷은 5회 허경민에게 내준 것이 유일할 정도로 스트라이크존을 마음껏 공격했다.

두산 타자들은 안우진의 직구가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온다는 걸 알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7회 구속이 조금씩 떨어진 뒤에야 정타가 나왔을 정도다. 안우진은 "7회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공을 많이 던지다보니 타자들 눈에 익었을 수도 있다"고 돌아봤다. 

지면 끝이라는 긴장감 속에서도 6이닝 이상 책임지며 '대체 에이스' 몫을 충실히 해냈다. 이미 2018년 준플레이오프부터 차근차근 쌓은 포스트시즌 '짬'이 원동력이었을까. 안우진은 "그때는 겁없이 던졌다. 지금은 무승부도 안 되는 경기라 선취점을 주면 힘들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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