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1차전을 내주면서 키움 히어로즈로 분위기가 넘어간 모양새다. 단기전 승부사로 불리는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궁지에 몰렸다.  

두산은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키움 히어로즈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4-7로 패했다. 경기를 뒤집을 만하면 필승조가 무너지는 바람에 승기를 놓쳤다. 4위 두산의 1승 메리트는 이제 사라졌다. 2일 열리는 2차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초 4위팀 탈락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김 감독은 현재 KBO리그 10개 구단 사령탑 가운데 가장 많은 포스트시즌 경험을 자랑한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두산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명장이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포스트시즌 통산 50경기를 이끌었다. 이중 한국시리즈만 30경기를 치렀다. 가을마다 내일이 없는 작전으로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끌고 가면서 단기전 승부사로 불렸다. 

두산 타선은 1차전에서 키움 선발투수 안우진에게 쩔쩔 맸다. 6회까지 안타 2개를 뺏는 데 그치며 단 한 점도 뽑지 못하고 있었다. 그사이 마운드가 2점을 내주면서 패색이 짙어지고 있었다. 

0-2로 뒤진 7회말 키움은 계속해서 안우진을 마운드에 올렸다. 6회까지 82구를 던졌지만, 키움으로선 흐름이 좋은 안우진을 뺄 이유가 없었다. 

선두타자 김재환이 볼넷을 얻으면서 추격의 서막을 알렸다. 다음 타자 양석환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으나 타구가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힐 정도로 뻗어 나갔다. 안우진이 힘이 조금씩 빠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1사 1루에서 허경민이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안타를 치면서 1사 1, 3루 기회를 잡았다. 그러자 김 감독은 허경민을 빼고 대주자 조수행을 투입했다. 그리고 타석에는 박세혁 대신 김인태를 세웠다. 김인태의 한 방으로 2점을 뽑겠다는 계산이었다. 주전 3루수와 포수를 한꺼번에 빼는 과감한 작전이기도 했다.

승부사의 감은 적중했다. 조수행은 볼카운트 0-1에서 안우진이 커브를 던질 때 여유 있게 2루를 훔쳤다. 1사 2, 3루로 바뀐 상황. 김인태는 안우진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중간에 떨어지는 동점 2타점 적시 2루타를 날렸다. 단기전 승부사의 작전이 모두 맞아 떨어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8회초 믿었던 필승조 이영하가 ⅓이닝 2실점으로 흔들리는 변수가 나왔다. 허경민과 박세혁을 대신해 8회초부터 투입된 유격수 김재호와 포수 장승현의 수비 실수도 나왔다. 9회초에는 마무리 투수 김강률이 3실점했다. 감독은 낼 수 있는 카드를 다 쏟아부었으나 결과가 따라오지 않은 경기였다. 

지난 6년과 비교하면 올가을 전력이 가장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외국인 원투펀치 아리엘 미란다와 워커 로켓이 부상으로 빠졌고, 3선발 최원준은 지난달 30일 한화와 시즌 최종전 투구 후 이틀밖에 쉬지 못했다. 필승조는 베테랑 이현승을 제외하면 전부 헤매고 있다. 최승용, 권휘 등 정규시즌에 두각을 나타냈던 영건들도 가을 무대의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타선도 마찬가지. 정수빈, 페르난데스, 김재환, 허경민, 박세혁, 김인태 등 그동안 가을 경험이 풍부한 타자들은 안타를 생산했지만, 양석환과 박계범, 강승호 등 새로운 주축이 될 이적생들이 무안타에 그쳤다. 3번타자 박건우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점도 아쉽다. 점수를 더 뽑아야 할 때 하위 타선이 침묵하면서 키움을 완전히 몰아붙이지 못했다. 

김 감독은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날 "포스트시즌을 7년 연속 나간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지나간 것은 기록으로 남는 것이다. 지금 바로 눈앞에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게 가장 힘들다. 상대랑 싸울 때는 이 전력으로 다른 팀이라 싸울 때 승산이 있을까 계산한다. 부상이 있고 이러면 아무래도 정상적인 전력으로 싸워야 하는데, 대체 선수랑 싸울 때 그럴 때 고민이 많이 된다"고 밝혔다. 

2차전 선발투수는 사실상 대체 요원인 김민규다. 올해 6선발로 준비한 카드였지만, 정규시즌 31경기, 2승3패, 56⅓이닝, 평균자책점 6.07에 그쳤다. 지난해 첫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5경기(선발 1경기), 1승1패, 1세이브, 1홀드, 12이닝, 평균자책점 0.75로 맹활약했다. 그때의 기운이 2차전에 이어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이날도 꺼낼 수 있는 최상의 카드를 다 쏟아부을 전망이다. 가을 베테랑 사령탑의 자존심을 이어 갈지, 부임 이래 포스트시즌 최소 경기 탈락의 아픔을 겪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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