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한국시리즈 당시의 정영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정영일(33)은 아마추어 시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였다.메이저리그(MLB)에서도 관심을 보일 정도의 특급 유망주였다. 재능과 기량을 인정받아 MLB 구단과 계약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꿈과 희망이 부상에 무너진 미국에서는 항상 외로웠다. 오랜 공이 아닌 재활 기구와 싸워야 했고, 주위에는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 할 사람조차 없었다. 그랬던 정영일이기에 SSG는 특별한 팀이라고 말한다. 마운드 위에 서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언제든지 마음을 말할 수 있는 동료들과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팬들이 있었다. 오랜 타지 생활에 지쳤던 정영일은 별 것 아닌 것에도 따뜻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런 정영일은 SSG와 작별을 고했다. SSG는 10월 31일 공식 발표를 통해 정영일 등 총 15명의 선수와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드는 속도가 느렸던 정영일은 1군에서 한 경기, 그리고 2군에서 26경기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중간계투진의 핵심 전력이자 후배들을 아우를 리더로서 큰 기대를 받았지만 끝내 자신의 공을 찾지 못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전후해 한 번의 기회가 있었다. 김원형 SSG 감독도 정영일의 투구 내용에 신경을 썼고, 1군 콜업의 기회도 줬다. 하지만 8월 11일 LG전에서 2이닝 동안 2실점하며 부진했던 게 컸다. 다시 2군으로 갔고, 시즌 끝까지 1군 기회는 오지 않았다. 정영일은 당시를 떠올리며 “근육이 살짝 올라와 있는 상태이긴 했다. 하지만 경기에서 잘 던지지는 못했으니 선수로서는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2군에 내려가서는 몸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정에는 가지 않고 홈에서만 공을 던졌다. 정영일은 “그때부터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고 했다. 컨디션과 구위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예감은 현실이 됐다. 최근 통보를 받았고, 아쉬운 마음과 함께 인천을 떠난다.

아직 인천의 집이라고 이야기한 정영일은 구단과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영일은 “SSG에서 있던 기간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면서 “팬분들에게도 너무 감사했다.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 주축으로 뛸 수 있었던 건 특별한 기억이었다”고 했다. 그간의 일을 떠올리는 목소리에는 많은 추억이 담겨져 있었다. 

미국 생활을 접고 드래프트에 참가, 2014년 SSG(당시 SK)의 2차 5라운드 지명을 받은 정영일은 곧바로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복무를 해결했고, 2018년 51경기에서 13홀드, 2019년에는 4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했다. 가장 좋았던 시기였다. 특히 2018년 한국시리즈에서는 5경기에서 6이닝을 던지며 단 1실점도 하지 않는 빼어난 피칭으로 팀의 우승에 일조했다.

이 기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정영일은 “내가 앞으로 어디에 있든 항상 응원하겠다. 그리고 항상 성원을 아끼지 않아주신 팬분들에게 꼭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인사를 남겼다. 아직 현역을 포기하지 않은 정영일은 비시즌 몸을 계속 만들며 타 팀의 부름을 기다릴 생각이다. 시즌 막판까지 뛰었을 정도로 몸 상태에는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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