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결승타를 친 뒤 포효하고 있는 키움 이정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연장전 한시적 폐지로 인해 무승부가 속출하면서 2021년 KBO리그는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다툼이 벌어졌다. 제도를 만들면서도 ‘있을까 싶었던’ 타이브레이커가 성사되기도 했다.

10월 31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kt의 타이브레이커는 포스트시즌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명예, 한국시리즈 직행이라는 실리가 모두 걸린 경기에서 양팀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해 싸웠다. 이 숨 막히는 경기에서 경험이 아주 많다고 볼 수는 없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다. 삼성 선발 원태인(21), kt 간판타자인 강백호(22)가 대표적이었다.

선발로 나선 원태인은 이 긴장감을 즐기는 듯했다. 올해 토종 우완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원태인은 6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아내며 팀에 힘을 보탰다. 1실점하기는 했지만 비자책점이었다. 팽팽한 승부의 균형을 깬 선수는 강백호였다. 올해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맹활약한 강백호는 6회 결정적인 적시타를 치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개인 타이틀은 없었지만 대신 팀의 정규시즌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며 만회했다.

타이브레이커는 정식 기록에 남지는 않았지만,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기록에 남았다. 당장 선발로 나선 곽빈(22·두산)과 안우진(22·키움)부터 인상적인 투구를 했고, 극적인 결승타를 친 선수는 이정후(23·키움)였다.

안우진은 가을 사나이로서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내비쳤다. 최고 157㎞에 이르는 패스트볼과 140㎞대 초반에 찍힌 위력적인 슬라이더를 앞세워 5회까지는 거의 완벽한 피칭을 해냈다. 7회 2점을 내줘 승리투수 요건은 없었지만 키움 승리의 일등공신 중 하나임은 분명했다.

동기인 곽빈도 첫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분전했다. 역시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면서 4⅓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내려갔다. 3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마치 고교 3학년 시절, 휘문고에 안우진이 있다면 배명고의 곽빈이 있었다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경기 초반의 투수전이었다.

이제 젊은 선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경험과 실적이 쌓였지만, 그래도 만 23세로 최우수선수(MVP) 후보까지 뽑히는 이정후는 9회 2사 후 극적인 한 방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앞선 세 타석에서 모두 안타가 없었던 이정후는 4-4로 맞선 9회 2사 1,2루에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결승 적시 2타점 2루타로 포효했다. 승부사, 해결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KBO리그의 세대교체가 더디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더디다는 우려는 계속해서 나온다. 그러나 올 가을의 출발은 “꼭 그렇지 않다, 미래들은 계속 성장 중”이라는 명제를 보여줬을지도 모른다. 남은 가을 일정에서 어떤 젊은 선수들이 활약하고, 또 그 활약을 통한 경험을 쌓을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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