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샌디에이고)이 메이저리그로, 김상수(SSG)가 사인앤드트레이드로 이적한 악재에도 나름의 계획과 키움의 시스템으로 만회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그 계획은 한 달도 못갔다. 개막 후 10번째 경기부터 7연패에 빠지면서 홍원기 감독은 피가 마르는 경험을 했다.
결국 홍원기 감독은 3주 만에 시즌 전 구상을 원점으로 돌려놨다. 고정 타순을 포기하고, 지명타자로만 나서던 데이비드 프레이타스에게 포수 마스크를 쓰게 했다.
가끔은 기상천외한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6월 9일 한화전에서 열흘 만에 등판한 조상우가 투구 밸런스를 잃자 마무리투수는 세이브 상황이 아니면 '절대' 기용하지 않겠다는 새로운 원칙을 세웠다. 대신 4연투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후반기 마무리를 맡았던 김태훈이 2주 넘게 세이브 상황만 기다리다 실전을 치르지 못한 적도 있다.
말의 무게도 알았다. 한현희와 안우진이 원정 숙소 이탈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뒤 "두 선수는 올해 1군에서 기용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되자 돌연 이 결정을 번복했다. 그는 "감독이라는 자리의 무게감을 느낀다. 매일 반성하고 있다. 앞으로 감독으로서 언행에 주의하고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포스트시즌도 경험의 연속이었다. 투수 교체 원칙을 세워놓고도 실현에 옮기지 못했다. 1차전은 7-4로 이겼지만 선발 안우진의 구위가 좋다고 판단해 계획보다 길게 끌고가다 실점하게 했다. 2차전에는 선발 자원 정찬헌과 한현희, 최원태를 전부 투입하고도 8-16으로 완패했다.
2일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으로 올 시즌 모든 경기를 마친 뒤, 홍원기 감독은 "시즌 종반까지 정말 길게 느껴지고 힘들었다. 나 때문에 선수들이 시행 착오와 판단 미스로 힘들었는데 끝까지 완주해준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부터 포스트시즌까지 홍원기 감독은 스스로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었다는 후회를 자주 했다. 가끔은 지나치게 과감한 답을 내놓기도 했고, 반대로 결정을 주저한 적도 있다. 그러나 후회만으로는 무엇도 달라지지 않는다. 1년간 채운 오답노트가 내년에는 더 나은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