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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황' KBO 기록강습회, 기록보다 오래 가는 기억

작성일: 2016.02.29 06:00 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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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야구 팬들은 마약 중독자다. 그들에게 마약은 '야구 기록'이다."

저널리스트 로버트 위더는 야구를 '기록의 스포츠'라고 말했다. 야구는 종이 한 장에 숫자와 선, 기호를 빼곡히 채워 언제라도 복기가 가능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장의 기록지에 1경기를 오롯이 담아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야구를 깊고 정확하게 보는 데 큰 도움을 주지만 결코 쉽지 않은 '야구 기록의 세계'에 KBO 기록원이 도우미로 나섰다.    

'2016 프로 야구 기록 강습회'가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렸다. 200여 명의 수강생은 기록원이 들려 주는 '기록실 뒷이야기'와 기록지 작성법을 단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열정을 보였다. 이해가 쉽지 않은 자책점·비자책점·반자책점 구분, 오버런과 오버 슬라이딩이 나왔을 때 타자의 루타 수 표기, 도루와 야수 포구 실책·포수 송구 실책을 나누는 기준 등이 나올 때는 손을 들어 질문하는 적극성을 나타냈다.  

기록원을 꿈꾸는 대학생부터 사회인 야구에 푹 빠져 있는 50대 자영업자까지 나이와 계층, 직업을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3일 29시간에 이르는 강의 동안 눈을 반짝였다. 이들은 한국 프로 야구(KBO 리그)에서 시행하고 있는 기록지 작성법을 바탕으로 정확한 야구 규칙을 공부했다. 주최 측에서 나눠 준 실습용 야구 기록지에 경기 영상을 보고 스스로 기록지를 채워 보는 시간도 보냈다. 

강단에 오른 7명의 KBO 기록원은 사흘 동안 이론과 현장 경험을 녹인 알찬 강의를 펼쳤다. 중간 중간 박석민의 재치 있는 주루, 라인드라이브를 놓친 강정호의 수비, '볼티모어 촙' 등 영상을 보여 주며 수업 집중도를 높였다.

수강생은 이론을 더 쉽게 이해하게 해 주는 플레이가 스크린에 나올 때마다 노트에 빼곡히 'ex)'를 적고 메모했다. 또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내용이 나오면 PPT 자료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는 열의를 보였다. 노트북으로 기록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속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1987년 5월 16일 롯데 자이언츠와 해태 타이거즈가 맞붙은 경기의 기록지가 대형 화면에 나오자 강의실을 채운 200여 명이 탄성을 자아 냈다. 이 기록지는 영화 '퍼펙트 게임'으로 잘 알려진 故 최동원-선동열의 '15이닝 완투'가 펼쳐진 경기를 담았다. 강의를 진행한 기록원이 강의실 뒷편에 참고 자료로 붙여 둔 이 19년 전 흔적을 가져가도 좋다는 말을 하자 몇몇 수강생이 치열한 '번외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인천에서 온 대학생 김은희 씨는 "7년 전 TV 광고에 나온 김광현 선수를 보고 팬이 됐다. 이후 SK 와이번스 경기를 꾸준히 챙겨 보고 있다. 기록을 알아야 야구를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기록 강습회를 신청했다. 사회인 야구를 하는 친오빠에게 미리 예습을 받았는데도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가입한 야구 동아리와 사회인 야구를 병행하고 있다는 직장인 김도원 씨는 "1993년 시즌 양준혁이 신인왕을 거머쥘 때부터 야구를 본 '골수 팬'이다. 실제 그라운드에서 야구를 한 지는 4년이 넘었는데 문득 내 지난 기록을 그래프로 그리면 어떤 궤적을 나타낼지 궁금했다. 사회인 야구 사이트에서 어느 정도 알려 주지만 야구 공부도 할 겸 스스로 기록지를 작성하고 싶어 신청했다"고 밝혔다.

27일 오후 4시 강의의 마지막 일정인 '실전 테스트'가 시작됐다. 수강생들은 기록원이 나눠 준 경기 설명 자료를 보고 기록지를 한 칸씩 채워 나갔다. 성적 우수자는 KBO에서 발급하는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또 2017년 제 7기 전문 기록원 양성 과정의 우선 수강 자격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수강생은 이러한 혜택 유무를 떠나 지난 3일간 자신의 '야구 기록 보는 눈'이 얼마나 넓고 깊어졌는지 확인하려는 듯 3시간 내내 자리를 비우지 않고 시험지와 씨름하는 열의를 보였다. 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기록보다 오래 가는 기억을 선물받은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사진] KBO 기록강습회(위), 故 최동원-선동열 '15이닝 완투 경기' 기록지 ⓒ 스포티비뉴스 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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