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김재환(왼쪽), 정수빈과 짝을 이룰 다음 시즌 주전 외야수는 누가 될까.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581억원. 두산 베어스 황금기를 이끈 외야진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설명하는 몸값 총액이다. 이제 이들의 명성을 이을 새 얼굴을 찾는다. 

두산은 2015년 김태형 감독이 부임하면서 황금기를 맞이했다. 올해까지 KBO리그 구단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대기록을 썼다. 2015, 2016, 2019년 3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두산 선수들은 언제나 "우리는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이라는 자부심을 안고 그라운드에 나선다. 

황금기를 이끈 외야진을 살펴보면 면면이 화려하다. 김현수, 민병헌, 김재환, 정수빈, 박건우가 주역으로 활약했다. 김현수와 김재환은 외국인 타자 못지않게 타선에 무게감을 더했고, 민병헌과 박건우는 2루타로 물꼬를 트는 리드오프로 전성기를 누렸다. 정수빈은 과감하고 정확한 작전 수행 능력과 중견수로서 엄청난 수비 범위를 자랑한다. 

초호화 외야진은 그리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두산은 해마다 프랜차이즈 스타 잔류와 육성 사이에서 고민했다. 선택의 결과 2018년 김현수와 민병헌이 팀을 떠났다. 김현수는 LG 트윈스와 4년 115억원에 계약했고, 민병헌은 롯데 자이언츠와 4년 8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김현수는 올해 FA 재자격을 얻어 LG와 4+2년 115억원 계약한 것까지 더하면 230억원을 벌었다. 

2015년 시즌 뒤 김현수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사이 김재환과 박건우가 급성장한 게 컸다. 김재환은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을 생산하며 4번타자로 자리를 굳히고 있었고, 박건우는 2017년 구단 최초로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는 등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민병헌까지 이탈하면서 2018년은 김재환과 박건우가 중심을 잡았고, 정진호, 조수행, 국해성, 김인태, 백동훈 등을 시험하며 대체자 찾기에 나섰다. 이때 우익수 오디션은 실패로 끝났다. 경찰청 복무를 마친 정수빈이 다시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후 김재환-정수빈-박건우 체제는 올해까지 깨지지 않고 유지됐다. 

두산은 올해 다시 선택의 갈림길에서 박건우의 손을 놨다. 지난겨울 정수빈과 6년 56억원 장기 계약한 상태에서 김재환과 박건우마저 장기 계약하면 20대 후반 외야수들, 그리고 유망주들이 클 자리를 마련해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올 시즌만 봐도 정수빈이 부진한 전반기까지 김인태가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풀타임 시즌 경험이 없는 김인태가 주춤하자 바로 정수빈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4년 계약을 원했던 김재환은 115억원이란 큰돈을 받고 잔류했다. 4번타자의 무게감을 대신할 타자가 없는 상항이었기에 두산도 김재환을 붙잡는 데 전력을 다했다. 박건우와 협상 분위기는 달랐다. 박건우는 잔류 의지가 강했지만, 계약 기간을 4년으로 못 박은 두산은 사실상 적극적으로 오퍼를 넣지 않았다. 이때 NC가 6년 100억원을 제시했고, 두산의 뜻을 확인한 박건우는 훨씬 좋은 대우를 약속한 곳으로 이적을 택했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우익수 오디션이 열린다. 김현수가 나가고 김재환 박건우라는 100억짜리 외야수 둘이 성장했던 것처럼, 두산은 기회를 갈망하는 젊은 선수들이 또 한번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 2018년 실패를 경험한 김인태와 조수행은 그사이 1군에서 경험을 쌓으며 경쟁력을 키웠고, 김대한, 김태근, 양찬열 등 가능성을 시험했던 신인급 선수들도 전역 후 1군 입성을 노리고 있다. 

두산은 그동안 숱한 FA 유출 속에서도 큰 비난은 피하며 지금까지 버텼다. 7년 동안 팀이 성적을 냈고, 빈자리를 채워주는 선수가 바로바로 등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두산이 선택한 차기 주전 외야수 육성이 결실을 본다면 비난을 피하겠지만, 실패로 끝나면 구단의 투자 전략을 향한 질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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