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형근 박대현 기자 / 이충훈 영상 기자] 대한태권도협회(KTA)는 2018년 '파워태권도 최강전'을 기획해 화제를 모았다.

대회 방식이 남달랐다. 공격 성공 때마다 점수가 쌓이는 기존 득점 방식에서 탈피했다. 일대일 대전 게임처럼 상한 점수를 부여한 상태에서 유효 타격 정도에 따라 '차감'하는 룰을 도입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주선 두 선수의 발이 상대 전자호구에 꽂힐 때마다 버저 소리가 울렸다. 전광판 에너지 바(Energy Bar)도 뚝뚝 떨어졌다. 관객과 시청자는 "대전 액션 게임을 보는 것 같다"며 태권도의 변신을 놀라워했다.

양진방 KTA 회장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태권도 경기가 그간 '재미없다' '시청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았다. 태권도계 안팎으로 여러 타개책이 봇물을 이뤘다"면서 "개중 가장 많이 나온 목소리가 격투 게임 방식을 태권도에 도입하자는 것이었다"고 술회했다.

KTA는 실행에 옮겼다. 게임과 태권도의 융합을 매트 위에 구현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21 KTA 파워태권도 최강전 파이널'이 그 예다. 3회 대회도 높은 호응 속에 성료했다.

양 회장은 "내년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2~3개국에 파워태권도 방식을 수출할 계획"이라면서 "(파워태권도 방식으로) 현지에서 경기를 진행한다. 입상자는 연말에 한국에 들어와 최종전을 치르는 방안까지 구상하고 있다. 국내외 고수가 한데 모여 실력을 겨루는 태권도판 K-1을 꿈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KTA) 회장은 "한국 태권도는 이제 '2단계 세계화'를 모색할 때"라고 강조했다.
양 회장 구상은 폭이 넓다. 겨루기를 뛰어넘는다. 품새, 격파, 시범까지 헤아린다.

KTA는 지난달 말부터 CGV 영화관에서 태권도 시범공연을 진행 중이다. 시범공연 20분 관람 후 곧바로 영화 상영이 시작되는 기획이다.

파워태권도가 게임과 융합을 꾀한 설계라면 시범공연은 영화의 요건과 손을 맞잡은 기획이다.

태권도 공연이 지닌 호소력은 높다. 실제 지난 9월 세계태권도연맹(WT) 시범단이 낭보를 전했다. 미국 NBC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나서 결승에까지 올랐다.

시청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무예 시범 컨텐츠가 해외 카메라에 담길 때도 거대한 수요가 있음을 증명했다.

"현재 태권도는 겨루기가 (종목 중심으로) 책정돼 있다. 올림픽도 겨루기로만 열린다. 그 다음 품새의 경기화가 이뤄졌는데 지금 여러 국제대회가 주최되면서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하나 태권도의 화려한 기술은 '시범' 영역에서 더 많이, 더 깊이 발전해 왔다. (그럼에도) 시범은 아직 경연의 형태를 못 갖췄다. 여전히 공연 형식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내년부터 KTA는 격파, 묘기 (분야) 경기화에 착수한다. 시범을 정식 종목으로 출범시킬 계획이다. (시범이) 경기화가 되면 더 많은 인재가 시범에 유입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시범단도 기술 향상에만 집중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는 셈이고. 앞으로 태권도 시범을 활용한 컨텐츠가 많은 분을 찾아뵐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시범 역시) 폭넓은 사랑을 받는 때가 오지 않을까 믿는다."

▲ '2021 KTA 파워태권도 최강전 파이널'이 지난달 27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 대한태권도협회
KTA는 지난 9일 '국제태권도사관학교' 설립의 국책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국제태권도사관학교가 꼭 필요한 이유를 양 회장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태권도 세계화가 이뤄진 통로는 하나였다. 국내 지도자가 해외로 나가 현지에서 가르치는 것. (어찌 보면) 지도자 개인에 의존한 세계화였다. 이제 이러한 '1단계 세계화'는 어느 정도 결실을 맺고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본다."

"좀 더 심화된 세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제태권도사관학교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 세계 각국에서 태권도를 수련한 지도자가 한국으로 와 (한 차원 높은) 교육을 받고 다시 현지로 나가 태권도를 지도하는 것. 나아가 (국제태권도사관학교) 연수를 마친 해외 지도자에게 교육받은 제자가 또다시 한국에 들어와 태권도를 배우고 (자국으로) 돌아가는 그림까지 두루 고려했다."

"전세계 태권도인 교류를 늘리는 '회귀 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게 최종 목표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는 데 국제태권도사관학교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생각한다."

양 회장이 열망하는 '2단계 세계화' 방점은 교류에 있다. 1단계 격인 종목 보급을 통한 확산을 뿌리로 두되 국적과 거주국을 초월한 '이해'에 초점을 맞춘 양진방표 세계화다.

"종주국인 한국과 해외 국가가 태권도를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다르다. 차이가 제법 난다. 또 한국이 해외를 보는 시각과 해외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결이 다른 구석이 있다. 물론 (시각의) 차이에는 서로에 대한 기대감 등이 섞여 있다. 이러한 상황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도 새로운 (물결의) 세계화를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닐지 싶다. 우리 시각에 입각한 세계화에만 머물지 않고 그들의 시각에서도 세계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각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치 않겠나 생각하는 것이다. 보다 열린 자세로 해외 국가와 더 함께 태권도 발전을 도모하는 시점이 도래하지 않았나 판단하고 있다."

내년 봄부터 굵직한 국제대회가 연이어 한국에서 열린다. 4월 경기도 고양에서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가 열리고 두 달 뒤 춘천에선 '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가 개막한다.

"현재 두 국제대회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고양은 물론 춘천 역시 코리아오픈을 오랫동안 개최해 나름의 대회 운영 노하우가 많이 축적돼 있다. (대회의 성공 개최를) 기대하셔도 좋다."

"내년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열린다. 여기서 호성적을 거두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지금 한국 대표 팀은 큰 폭의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을 겨냥해 새얼굴이 대거 선발된 상황인데 이들이 상위 랭킹을 획득해 올림픽 출전권, 더 나아가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2022년을 대표 팀 경기력 향상의 원년으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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