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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자존심, '믿음'으로 버틴 현대캐피탈

작성일: 2016.03.07 06:00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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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천안, 김민경 기자] "자존심이 상했던 건 맞다. 저희가 올 시즌을 앞두고 치른 연습 경기에서 승률이 30% 정도 밖에 안돼서 우승 후보로 호명되지 않았던 거 같다. 그래도 마음은 편했다."

믿음. 연승 기록을 세우면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과 선수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5위에 그치면서 프로 배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봄 배구를 하지 못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난 김호철 전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스피드 배구'를 시도하며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웠다. 대한항공과 OK저축은행이 우승 후보로 거론되면서 많은 관심이 쏠렸고, 한창 손발을 맞추던 현대캐피탈은 홍익대와 연습 경기에서 지면서 다시 한번 자존심을 구겼다. 주장 문성민은 "솔직히 (올 시즌) 미디어 데이에서 저랑 오레올이랑 질문을 많이 받을 거라고 예상하고 준비해서 나갔는데 거의 받지 못했다"며 당시 많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흔들리지 않고 변화를 밀어붙인 데는 정태영 현대캐피탈 부회장의 믿음이 있었다. 최 감독은 "부임했을 때 자신 없어 하니까 정 부회장께서 '나도 30대에 사장이 됐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할지 몰랐지만 막상 닥치니까 다 했다'며 '마흔 살이 적은 나이가 아니다. 해봐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선수단은 더욱 똘똘 뭉쳤다. 믿음으로 버티면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걸었다. 여오현 현대캐피탈 플레잉 코치는 후반기 들어 연승을 달리자 "훈련할 때나 경기할 때 서로를 보면 안 보이는 믿음과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묵묵히 버틴 결과 정규 시즌 우승을 이뤘다. 현대캐피탈은 6일 우리카드에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기면서 한 시즌 최다이자 팀 최다 연승인 18연승을 이루며 후반기 전승을 기록했다. 아울러 지난달 9일 OK저축은행과 5라운드 경기부터 단 한 세트도 뺏기지 않으면서 7경기 연속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우승 원동력으로 '긍정의 힘'을 꼽았다. 최태웅 감독은 "선수들이 분명히 실력 발휘를 다 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실전에서 선수들이 위축돼서 원하는 플레이를 못하고 주위 눈치를 보더라. 그래서 기준(팀이 가야 하는 방향)을 세우고 그 안에서는 선수들이 자유롭게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고정관념을 깨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깨고 나니까 선수들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지금은 지고 있어도 선수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통합 우승이 남았다. 최 감독은 6라운드 모든 경기에서 셧아웃 승리를 거둔 게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 감독은 "선수들 체력 관리를 하고 다음 주부터는 볼 훈련을 병행할 예정이다. 지금 승리가 훈련 분위기로 이어질 것 같다"며 챔피언 결정전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현대캐피탈은 6일 우리카드와 경기를 마치고 최태웅 감독의 '선수 은퇴식'을 마련했다. 최 감독은 선수 시절을 담은 영상을 본 뒤 문성민과 윤봉우, 오레올에게 마지막 토스를 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은퇴식을 찾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마주한 최 감독은 눈물을 쏟기도 했다.

최 감독은 "경기장에 와서야 은퇴식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아버지께서 초등학교 시절 경기할 때 비디오카메라를 사 오셔서 찍으실 정도로 지금까지 뒤에서 힘을 많이 주셨다. 배구계에서 아버지를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로 많이 힘써 주셨다. 불효자다. 일만 좋아하고 집에 잘 못 가서 그래서 울었던 거 같다"며 배구 선수 최태웅을 있게 한 부모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사진1] 최태웅 감독(가운데)과 현대캐피탈 선수들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사진2] 은퇴 선물 받은 최태웅 감독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사진3] 눈물 흘리는 최태웅 감독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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