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송영주 해설위원] 세비야의 올 시즌 행보는 표면적으로 볼 때 나쁘지 않다. 비록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UEFA 유로파리그 16강에 올랐고, 코파 델 레이(스페인 FA컵) 결승전에도 진출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는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5위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야심차게 도전했던 챔피언스리그에서 실패 뿐 아니라 유로파리그에서도 지난 시즌만큼의 파죽지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지난 시즌 마지막까지 4위 발렌시아를 압박한 것과 달리 4위 비야레알과 승점 8점 차로 벌어져 현실적으로 남은 10경기에서 역전을 꿈꾸기 어렵다. 이렇듯 세비야가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은 초라한 세비야의 원정성적에서 찾을 수 있다. 

◆세비야의 심각한 원정 무승 행진

세비야는 11일(한국시간) 스위스 바젤 상크트 야콥 파크에서 열린 바젤과의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에서 득점 없이 무승부를 기록했다. 정예 멤버를 풀가동했고 55%의 점유율과 8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단 3차례의 유효슈팅에 만족하며 승부를 2차전으로 미뤘다. 후반 42분 스티브 은존지의 퇴장 이후 위기를 맞이하기는 했지만 시종일관 주도권을 잡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바젤 원정에서 무승부는 아쉽다.  

더 큰 아쉬움은 세비야가 원정에서 승리할 기회를 또다시 놓쳤다는데 있다. 세비야는 이번 시즌 원정 23경기에서 3승 11무 9패를 기록했다. 물론 코파 델 레이 원정 4경기에서 상대적 약체들인 로그로네스와 베티스, 미란데스 등에게 승리하며 원정에서 3승을 챙겼고 그 결과 코파 델 레이 결승에 진출했다.

그러나 프리메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에서는 원정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프리메라리가 원정 14경기에서 9무 5패를, 챔피언스리그 원정 3경기에서 전패를, 그리고 유로파리그 원정 2경기에서 1무 1패를 기록했다. 최근 14경기 무패(10승 4무)를 기록하는 동안에도 원정 무승 징크스는 이어졌으니 그 심각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로파리그까지 이어진 원정 무승 행진

심각한 점은 원정 무승 징크스가 유로파리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잘 알려졌듯 세비야는 유로파리그의 디펜딩 챔피언이자 이 대회의 전통 강호다.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2005-06, 2006-07, 2013-14시즌에 이어 4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유로파리그 최다 우승팀이 바로 세비야다. 그리고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 3연패에 도전하면서 1975-76시즌 유러피언 챔피언 클럽스 컵(챔피언스리그 전신)에서 바이에른 뮌헨이 3연패한 이후 유럽대항전 3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세비야는 4위 비야레알과의 승점 차가 8점이므로 오는 주말 비야레알과의 홈경기에서 패할 경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에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따라 유로파리그가 더 중요해졌다. 지난 시즌처럼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 따라서 챔피언스리그에서 유벤투스, 맨체스터 시티, 묀헨글라드바흐 등에 전패를 당한 것보다 유로파리그에서 몰데와 바젤에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이 더 치명적으로 보인다. 참고로 세비야는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32강부터 결승전에 진출할 때까지 7승 1무를 기록하며 원정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였다. 

◆원정 무승 행진이 길어지는 이유

세비야가 원정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기복 심한 수비와 예상치 못한 불운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득점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비야는 상대를 압도하는 힘이 부족하다. 세비야는 프리메라리가 홈 14경기에서 29골을 넣은 것과 달리 원정 14경기에서 단 10골만을 기록했다. 최근 유로파리그 원정 2경기에서도 무득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것은 스트라이커들의 득점력과 연관이 깊다. 세비야는 유로파리그 정상에 등극할 때마다 확실한 해결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후안데 라모스 감독 시절 유로파리그 2연패에 성공했을 당시에는 루이스 파비아누와 프레데릭 카누테가 건재했고 지난 시즌 우승 때는 카를로스 바카가 해결가의 면모를 과시했다. 파비아누와 카누테, 바카 등은 원정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여줬을 뿐 아니라 결승전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하며 세비야 우승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케빈 가메이로와 페르난도 요렌테라는 걸출한 공격수들을 보유했지만 이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 가메이로는 리그에서 13골을 넣었지만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서 단 2골을 기록했으며, 요렌테는 리그에서조차 4골을 넣었을 뿐이다. 특히 가메이로와 요렌테는 원정에서 각각 1골씩만 기록했다. 기대를 모았던 치로 임모빌레는 지난 1월에 토리노로 임대를 떠났고 유스 출신의 후안 무뇨스는 이제야 출전 기회를 잡고 있다. 

물론 세비야는 홈에서 워낙 막강하므로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에서 펼쳐지는 바젤과의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에서 승리하며 8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은존지가 지난 경기 퇴장으로 출전하지 못하지만 은존지의 빈자리를 메울 선수는 있다. 반면 바젤은 왈테르 사무엘이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하므로 수비에 적지않은 문제를 노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유로파리그 8강과 준결승 원정 경기에서도 부진하다면 세비야에게 유로파리그 우승은 ‘불가능한 임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레알 마드리드, 발렌시아, 스포르팅 히혼 등과 리그 원정 경기에서 승리, 원정 경기력 향상을 꾀해야만 유로파리그 우승에 대한 불안요소를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세비야 우나이 에메리 감독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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