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 김아랑이 서휘민, 박장혁(오른쪽부터)과 함께 베이징 캐피탈 인도어 스타디움 빙판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 김아랑이 서휘민, 박장혁(오른쪽부터)과 함께 베이징 캐피탈 인도어 스타디움 빙판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아랑은 중국의 홈 텃세 극복에 대해 오직 실력으로 증명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 김아랑은 중국의 홈 텃세 극복에 대해 오직 실력으로 증명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베이징, 이성필 기자]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맏언니' 김아랑(27, 고양시청)은 착한 심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보인 김아랑의 환한 미소는 큰 화제가 됐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수가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선(23, 의정부시청)에서 김아랑으로 교체될 당시에도 쿨하게 받아들였다. 같은 소속팀으로 '초심'을 언급하며 머리를 분홍색으로 염색한 곽윤기(33, 고양시청)와 폴짝 뛰며 태극기를 들고 들어가는 모습에서 김아랑이 올림픽을 과거보다 한결 편하게 느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마음이 완전히 편하지는 않다. 여자 대표팀은 심석희의 동료 험담 파문으로 시끄러웠다. 험담에는 김아랑과 최민정(성남시청)이 거론됐다. 이런저런 내홍을 겪으며 구성된 대표팀에는 역대 최약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대회 시작 후 최민정과 이유빈이 500m에서 힘을 쓰지 못했고 뛸 기회가 있었던 혼성 계주는 남자 대표로 나선 박장혁에 빙판에 미끄러지는 불운을 겪으며 날아갔다. 또, 남자 대표팀 1000m에서 황대헌과 이준서가 어처구니없는 판정으로 실격당하는 부당한 일도 있었다. 

마음이 복잡했을 김아랑이지만, 2014 소치와 평창 대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돌파를 택했다. 그는 8일 중국 베이징의 캐피탈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남자 1000m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언급했다.  

김아랑은 "(다른 국가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눈 건 아니지만, 다들 (심판 판정이) 말이 안 된다며 저희랑 비슷한 반응 보였다"라며 중국의 홈 텃세가 생각 이상으로 한국은 물론 다른 국가들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대한체육회가 직접 나서 선수단을 달래면서 스포츠 중재재판소(CAS) 제소를 선언하는 등 상황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물론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심판 판정은 정당했다며 한국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제소가 성공할 확률은 낮은 편이다. 그래도 향후 치를 종목에서 중국에 견제 심리를 작동하는 효과로 이어지기에 충분하다. 

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김아랑은 "준비하면서도 '설마 설마 하는 그런 마음'이 있었는데, 어제 경기 이후로 그 설마라는 것조차 없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라며 상상을 초월한 홈 텃세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선수단이 철수해 돌아와야 한다는 등의 격앙된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선수의 생리를 잘아는 주변인들은 냉정했다. 김아랑은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하던 대로만 하라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위로 문자도 보냈더라. 그냥 이겨내야 한다고,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라며 실력으로만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9일 3000m 계주 준결선은 김아랑의 베이징 올림픽 첫 무대다. 감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을 터, 그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든 없든 준비한 것 다 보여드리는 게 목표다. 국내 상황도 그렇고 선수들 모두에게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희망적인 메시지나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모두가 준비하고 있다. 응원해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라며 절대적인 성원을 부탁했다.  

마침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김민석이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인 동메달을 선사했다. 그는 "정말 잘했다"라며 좋아한 뒤 "나라가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 중에서도 조금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성적인 것 같다. (김)민석이를 시작으로 이제 슬슬 좋은 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좋은 예감이 든다"라며 쇼트트랙 대표팀이 상승세를 잇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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