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향후 거취를 담담하게 밝힌 일본 피겨스케이팅 스타 하뉴 유즈루 ⓒ연합뉴스/XINHUA
▲ 자신의 향후 거취를 담담하게 밝힌 일본 피겨스케이팅 스타 하뉴 유즈루 ⓒ연합뉴스/XINHUA
▲ 하뉴 유즈루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메인미디어센터 컨퍼런스룸 앞에 모인 인파.
▲ 하뉴 유즈루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메인미디어센터 컨퍼런스룸 앞에 모인 인파.

 

 

[스포티비뉴스=베이징, 이성필 기자] 피겨스케이팅은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불린다. 한국이 '피겨 여왕' 김연아(32)로 인해 쇼트트랙, 스피드스케팅에 한정적이었던 분위기를 바꾸며 많은 '김연아 키즈'가 탄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도 피겨는 화제의 중심이었다. 대회 초반에는 하뉴 유즈루(일본)의 베이징 도착 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일본 내에서도 하뉴의 동선을 파악하지 못하면서 온갖 추측이 나돌았고 쇼트프로그램 시작 이틀 전인 지난 6일 전격 베이징에 입성했다. 

하뉴는 그토록 갈망했던 쿼드러플(4회전) 악셀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4회전 반을 돌며 시도하는 고난도 점프야말로 그 누구도 해내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도전 자체는 박수를 받고도 남았다. 라이벌 네이선 첸(미국)에게 정상을 내주며 4위로 밀려났다. 

그렇지만,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일본체육회는 하뉴에 대한 인터뷰가 빗발치자 14일 중국 베이징 메인미디어센터(MMC) 컨퍼런스룸에서 약 40분에 걸쳐 공식 인터뷰 시간을 마련했다. 

하뉴에 대한 인기는 대단했다. 남자 싱글이 열리는 동안 캐피탈 인도어 스타디움 출구에는 중국인들이 '곰돌이 푸' 인형을 들고 하뉴의 얼굴을 보려는 팬들로 가득했다. 

MMC도 마찬가지, 하뉴의 기자회견 소식에 일하고 있던 자원봉사자와 기타 관계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각국 취재진 200여 명도 컨퍼런스룸을 가득 채웠다. 컨퍼런스룸에 들어오지 못했던 이들은 밖에서 하뉴를 기다릴 정도로 대단한 인기였다. 

중국 취재진은 '베이징에서 받은 인상과 감사'를 물어봤다. 2만 개 이상의 곰돌이 푸 인형과 편지들이 조직위원회로 전달이 됐다고 한다. 경기장 내에서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형 등 물건을 던지는 것 자체가 규정에 따라 되지 않았고 관전 역시 마음을 먹고 해야 했다. 자가격리 7일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4년 뒤 예정된 2026 밀라노 올림픽 참가 여부에 "저도 모르겠다"라며 물음표를 단 하뉴였지만, 박수는 정말 컸다. 쿼드러플 악셀이라는 과제 해결을 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려 그렇다. 

▲ 자신을 향한 논란 여부와 상관없이 환하게 웃은 카밀라 발리예바  ⓒ연합뉴스
▲ 자신을 향한 논란 여부와 상관없이 환하게 웃은 카밀라 발리예바 ⓒ연합뉴스
▲ 자신을 향한 논란 여부와 상관없이 환하게 웃은 카밀라 발리예바  ⓒ연합뉴스
▲ 자신을 향한 논란 여부와 상관없이 환하게 웃은 카밀라 발리예바 ⓒ연합뉴스

 

반면, 도핑 양성 파문을 일으킨 카밀라 발리예바(16, 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향한 시선은 싸늘함 그 자체였다. 하뉴의 기자회견 세 시간 직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관계자는 발리예바에 대해 미성년에 검사 결과 전달이 늦었다는 점을 들며 '조건부 출전'을 승인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 관계자는 발표문만 읽은 뒤 곧바로 퇴장했다. 일부 취재진이 질문을 받으라며 소리쳤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각국 취재진은 CAS의 결정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러시아 취재진은 CAS가 올바른 결정을 했다며 환호했다. 한 러시아 취재진은 "IOC가 발리예바의 출전을 막으려 무리수를 뒀다"라며 비난했지만, 그 누구도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발리예바의 '출전 승인'은 많은 논란을 양산했다. 도핑 양성이 나와도 미성년 선수면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지부터 단체전 메달 시상식과 박탈 여부, 러시아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는지, 공동으로 CAS에 제소한 IOC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반도핑기구(WADA) 중 누가 책임을 더 크게 져야하는지 등 피곤한 이슈만 쌓였다.

이날 저녁 피겨 여자 싱글에는 발리예바가 등장해 자신의 연기를 펼쳤다. CAS가 자신의 출전을 승인하는 시점에는 보조 링크에서 훈련한 뒤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빠져 나갔다.

생각을 듣기 위해 다시 메인 링크에 모여든 취재진을 상대로 역시 코치의 보호를 받으며 침묵으로 빠져나갔다. 자신에 대한 시선이 차가운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형을 들고 나가며 웃는 천진난만함만 보여줬다. 

발리예바의 연기 직전 김연아는 도핑 양성자가 올림픽에서 연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의 글을 올렸다. 발리예바를 겨냥한 것이다. 대다수가 김연아의 의견에 수긍했다. 흥미롭게도 IOC는 발리예바가 메달권에 들어가도 시상식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도전이라는 가치가 큰 올림픽 정신을 두고 두 피겨 스타가 대조적인 하루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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