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아버지와 ‘마이너리거’ 아들 깜짝 만남…“심판이 그만 포옹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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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워싱턴 내셔널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시범경기가 열린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볼파크. 이날 맞대결을 앞두고 3루 벤치에서 한 선수가 조심스레 걸어오더니 심판들이 있는 홈플레이트로 향했다.
한 손에는 라인업 카드를 쥔 이 사내에게선 왜인지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이어 심판들과 악수를 청한 뒤 반대편에서 걸어온 상대팀 사령탑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이들의 유니폼 뒤편에는 같은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미국 MLB닷컴은 21일 시범경기에서 일어난 훈훈한 이야기를 하나 전했다. 바로 휴스턴 더스티 베이커(73) 감독과 워싱턴 마이너리거 내야수이자 베이커 감독의 아들인 대런 베이커(22)의 깜짝 라인업 카드 교환이었다.
매체는 “이날 데이브 마르티네스 워싱턴 감독은 이번 시범경기 일정을 시작하면서 계획 하나를 세웠다. 싱글A에서 뛰는 베이커를 휴스턴전을 앞두고 불러 라인업 카드 교환을 시키는 것이었다”면서 서두를 열었다.
사실 베이커 감독과 마르티네스 감독은 20여 년 전 사령탑과 선수로 만난 인연이 있다. 1993~199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마르티네스 감독이 외야수로 뛸 때 스승이 바로 베이커 감독이었다. 이를 잘 기억하고 있는 마르티네스 감독은 여전히 사령탑으로 활약 중인 스승을 위해 아들을 초청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깜짝 선물은 대성공이었다. 경기를 앞두고 마이너리그에서 콜업된 아들 베이커는 라인업 카드를 들고 홈플레이트로 향했다. 이어 아들을 보고 놀란 아버지와 포옹하며 감격스러운 순간을 공유했다.
베이커 감독은 “아들이 나를 껴안아 준 뒤 나는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아들이 한 번 더 포옹을 하더라. 그러자 심판이 ‘포옹은 이제 그만하라’고 말했다”며 웃었다. 이어 “나는 많이 놀랐다. 마르티네스 감독이 나에게 큰 경험을 안겼다”고 덧붙였다.
아들 베이커의 이름이 처음 알려진 때는 3살 시절이던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사령탑으로 일하던 아버지를 따라 가끔 볼보이를 맡았는데 애너하임 에인절스와 월드시리즈에서 위험천만한 일을 겪었다. 5차전 경기 도중 배트를 줍기 위해 홈으로 뛰어들었는데, 아직 인플레이 중이던 상황이라 주자와 충돌할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J.T. 스노우가 베이커를 번쩍 안아 사고는 피했지만, 아버지 베이커로선 십년감수한 순간이었다.
한편 이로부터 20년 뒤 연출된 이날의 깜짝 이벤트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온 아들 베이커가 결승타점을 올린 덕분이다. 2-2로 맞선 무사 2·3루에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기록해 워싱턴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아들 베이커는 “특별한 순간이 될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아버지와 홈플레이트에서 껴안았을 때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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