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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60억 계약 그 후… 한유섬은 억울해하지도, 나태해지지도 않았다

작성일: 2022.04.07 12:54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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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첫 4경기에서 8타점을 기록하며 진가를 과시하고 있는 SSG 한유섬 ⓒ연합뉴스
▲ 시즌 첫 4경기에서 8타점을 기록하며 진가를 과시하고 있는 SSG 한유섬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그냥 마음이 그쪽으로 끌리더라고요”

팀 프랜차이즈 단속과 샐러리캡 묘안을 고민하던 SSG는 2022년 시즌이 끝난 뒤에 FA 자격을 얻을 예정이거나 가능성이 있던 박종훈 문승원 한유섬에게 모두 다년 계약을 제시해 사인을 받아냈다. 마지막 주자였던 한유섬(33)은 SSG와 5년 총액 60억 원의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한 뒤, 밝으면서도 담담한 목소리로 계약 배경을 설명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성급한 계약이 아니냐고 했다. 한유섬은 지난해 135경기에서 31개의 대포를 터뜨리며 장타 부활을 알렸다. 리그에서 희귀한, 그것도 더 희귀한 토종 좌타 거포 자원이었다. 올해까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시장에 나가면 모셔갈 팀이 꽤 될 것 같았다. 그래서 5년 총액 60억 원 계약은 어쩌면 구단 친화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실제 같은 외야수 포지션 선수들이 한유섬 이상의 대형 계약을 하면서 “시장에 나가면 더 받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커졌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달랐다. 한유섬은 구단의 다년 계약 제안에 감사를 드러내면서 SSG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이 이번 계약의 결정적인 배경이었다고 설명했다. 마음이 끌렸고, 숫자 계산보다는 자신의 마음과 본능을 택했고, 그래서 아쉽지 않다고 했다. 대신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뒤이어 구자욱(삼성)이 5년 총액 120억 원의 비FA 계약을 하면서 한유섬의 총액은 더 초라해졌다. 구단 관계자들도 계약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한유섬은 자신의 선택인 만큼 억울하지 않다고 했다. 계약은 지나간 일이고, 대신 시즌 준비에만 집중했다. 이제는 유니폼에 ‘캡틴’의 수가 놓인 선수이기도 했다. 자신의 성적만 생각해서는 안 될 위치임을 잘 알고 있었다.

어쨌든 5년간 따뜻한 연봉이 보장된 선수였다. 잘하든 못하든 거액의 월급은 통장에 찍힌다. ‘계약’이라는 동기부여가 사라진 직후라 나태한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도 그렇고, KBO리그의 FA 계약도 마찬가지지만 장기 계약은 이런 심리적인 위험성이 매우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아무에게나 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SSG는 한유섬이 그 ‘아무’가 아님을 확신하고 있었다. 워낙 성실한 선수고, 투철한 책임감도 오랜 기간 봐온 터였다. 선수를 믿었고, 선수는 구단에 보답하고 있다.

한유섬은 6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경기에서 0-0으로 맞선 1회, kt 선발 고영표를 상대로 우중월 3점 홈런을 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 홈런이 터진 뒤, 9회말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추가 득점은 양 팀을 통틀어 하나도 없었다. 팽팽했던 경기가 한유섬의 스윙 한 방으로 끝난 것이다. 

시즌 초반 출발은 한유섬이 다년 계약에도 불구하고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멋지게 증명한다. 한유섬은 4경기에서 타율 0.313, 2홈런에 무려 8타점을 쓸어 담으면서 팀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모든 장타는 팀이 득점을 갈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시에 나왔다. SSG가 창단 이후 첫 개막 4연승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한유섬의 지분이 컸다.

꼭 방망이뿐만이 아니다. 수비와 주루에서도 이를 악문,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인다. 공을 잡기 위해 몸을 날리고, 설사 공을 잡지 못해도 펜스와 대형 충격을 마다하지 않는 헌신적인 자세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지켜보는 동료들의 뭔가를 끓어오르게 하는 몸짓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한유섬의 5년 계약 성적표에 어떤 등급이 찍힐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이 선수가 “계약 후 나태해졌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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