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는 최고 타자, 난 최고 투수로"…20살 영건, 신선한 충격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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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김동주 선배님은 타자로 최고가 되셨지만, 나는 투수로 진짜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
두산 베어스 영건 김동주(20)가 2021년 신인 2차 1라운드 10순위로 입단했을 때 남긴 말이다. 김동주는 지명 당시 베어스 레전드 4번타자이자 우타 거포 3루수 김동주(46)와 이름이 같아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선배 김동주는 1998년 신인 1차지명으로 OB(현 두산)에 입단했을 때부터 스타였다. 2013년까지 통산 1625경기에서 타율 0.309(5540타수 1710안타), 273홈런, 1097타점을 기록한 베어스를 대표하는 거포다. 2000년 5월 4일 롯데전에서 3회 에밀리아노 기론을 상대로 잠실야구장 최초로 장외 홈런을 치는 대기록을 남기며 전설이 됐다. 기록지에 비거리 150m로 적힌 초대형 홈런이었다.
23년 뒤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후배 김동주는 타석이 아닌 마운드 위에서 최고가 되려 한다. 김동주는 지명 직전까지 1차지명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눈에 띄는 원석이었다. 2019년 4월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 수술을 받은 여파로 1차지명의 영광은 유격수 안재석(20)에게 넘어갔지만, 두산은 김동주가 팔 상태만 회복하면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 투수로 성장할 재목이라 평가해 2차지명 1라운드로 지명했다. 키 190cm, 몸무게 90kg으로 건장한 체격도 합격점을 받기 충분했다.
김동주는 지난 7일 입단 1년 만에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2군에서 차근차근 몸을 만들고, 공을 다듬으며 자신감을 꽉 채우고 올라와 기회만 오면 언제든 자기 공을 던질 준비가 돼 있었다.
김동주는 8일 잠실 kt 위즈전에 데뷔해 일을 냈다. 선발투수 최원준이 급작스러운 등 담 증세로 2이닝 1실점에 그치고 마운드를 내려간 상태였다. 김동주는 0-1로 뒤진 3회초 2번째 투수로 등판해 2⅓이닝 38구 1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호투하며 롱릴리프로 자기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 최고 구속 147㎞에 이르는 직구를 과감하게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으면서 빠르게 타자들을 잡아 나갔다. 슬라이더(10개)와 포크볼(2개) 등 변화구도 적절히 섞어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어 나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한 투구였다. 정재훈 투수 코치는 "프로 데뷔 첫 경기인데, 경기 내용도 물론 좋았지만, 전혀 주눅 들거나 긴장한 느낌이 없더라. 대견했다. 프로 데뷔 첫 경기가 쉽지 않다. 2군에서 좋았던 경기력이 그대로 1군에서 어느 정도 나온 것 같아서 본인들도 만족한 것 같고,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잘해줘서 다행"이라며 기특해했다.
3회초 선두타자 배정대에게 던진 초구 스트라이크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3번 배정대-4번 박병호-5번 박경수로 이어지는 kt 중심 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는 발판이 된 공이었다.
정 코치는 "처음에 딱 올라가면 스트라이크를 넣기가 쉽지 않다. 긴장하니까. 작년과 재작년은 관중이 없었지만, 올해는 관중도 있어서 긴장도 할 텐데 멘탈이 좋았다. 지난해보다 구위가 훨씬 좋아졌다. 앞으로 구위도 더 좋아질 것 같고, 공 던지는 스태미나도 더 좋아질 것 같다"며 엄지를 들어줬다.
생애 최고의 하루를 보낸 김동주는 "많이 떨렸는데, 티를 안 내려고 자신감 있게 하려 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게 스스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지난해 2군에서 1년 동안 열심히 한 것을 약간은 보상받은 느낌이라 좋았다. 1년 동안 밸런스나 변화구 같은 게 많이 좋아져 보완이 많이 된 것 같다"고 데뷔전을 되돌아봤다.
김동주는 5회초 1사 후 김민혁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면서 타순 한 바퀴가 돌자 권휘와 교체됐다. 권휘가 이어진 1사 2, 3루에서 박병호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줘 무실점 경기는 무산됐지만, 김동주는 두산의 0-5 패배 속 유일한 위안을 줬다. 두산 팬들은 씩씩하게 임무를 마치고 불펜으로 돌아가는 김동주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김동주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처음 받아보는 박수라 많이 얼떨떨했다. 지금처럼 꾸준히 해서 열심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하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동주는 선배 김동주가 잠실을 장악했던 기운을 이어받아 또 하나의 전설로 남을 수 있을까. 김동주는 큰 꿈을 향한 첫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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